지난 사흘은 쓰지 않는 땅쓰지 않는 하늘, 그리고 죽어가는 몸통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그 자산들을 움직이게 하는 제도의 손잡이 — 바로 세금입니다. 부동산에서 가장 오래된 상식 하나가 지금 조용히 흔들리고 있습니다. '비워 두는 것은 내 자유'라는 상식입니다. 20년간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보면, 자산의 값을 실제로 움직인 것은 시세 전망이 아니라 보유의 비용 구조가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오늘 다룰 주제는 그 구조가 세계 여러 도시에서 어떻게 재설계되고 있는가, 그리고 한국은 어디쯤 서 있는가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흐름의 이름은 '보유의 비용화(cost-of-holding)'입니다.

3%밴쿠버 빈집세(EHT) 과세표준 대비 세율(2021 과세연도~)
17→34%프랑스 공실세(TLV) 1년차→2년차 이상 임대가치 대비 세율
1→3%멜버른 공실세(VRLT) 연차별 세율, 2025년 주 전역 확대
13.2만 호한국 법적 빈집(2024년 말·도시 4.2만·농어촌 9만)
공실세 빈집세 보유세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보유의 비용화 밴쿠버 빈집세 EHT Empty Homes Tax 3% 과세표준 2017년 1% 도입 빈집 1000호 이하 프랑스 공실세 TLV taxe logements vacants 2023년 17% 34% 임대가치 멜버른 빅토리아주 VRLT vacant residential land tax 1% 2% 3% 자본개량가치 2025년 주 전역 확대 한국 법적 빈집 13.2만 호 도시 4.2만 농어촌 9만 농어촌정비법 1995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 2018 범정부 빈집정비 종합계획 2025 빈집정보시스템 빈집애 K-VPT Index 5단계 공실판정 과세근거 활성화경로 수요근접 사업구조 세움터 한전 전력사용량 통계청 SGIS 인포그래픽

보유의 비용화 — 밴쿠버·프랑스·멜버른 공실세와 한국 빈집, K-VPT Index (용유미 CSO)

Ⅰ. 문제 제기 — '비워 두기'는 정말 공짜인가

대부분의 시장 참여자는 부동산을 비워 두는 데 드는 비용을 관리비와 이자, 그리고 감가 정도로만 계산합니다. 세금은 어차피 사람이 살든 비어 있든 똑같이 내는 고정비라고 여깁니다. 실제로 한국의 두 축인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점유 여부와 무관하게 자산의 보유 자체에 매겨집니다. 즉 현행 제도에서 빈집과 꽉 찬 집은 세금 면에서 사실상 같은 대우를 받습니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얼마짜리 자산인가'가 아니라 '그 자산을 놀리는 데 사회가 값을 매기는가'에 기인합니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포인트가 여기 있습니다. 세계의 여러 도시는 지난 10년 사이 '비워 두기'에 직접 값을 매기는 쪽으로 제도를 옮겨 왔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자산의 가치가 아니라 자산이 쓰이지 않는 상태에 과세합니다. 이 전환은 단순한 증세가 아닙니다. 자산을 쥔 사람의 의사결정 함수를 바꾸는 설계입니다 — 비워 두면 손해가 되도록 비용 곡선을 기울여, 팔거나 세를 놓거나 고쳐 쓰게 만드는 것입니다.

Ⅱ. 이론적 배경 — 공실세는 '보유세의 행동경제학'이다

공실에 매기는 세금은 재정 수입보다 행동 유도(behavioural nudge)를 목적으로 설계된다는 점에서 일반 보유세와 결이 다릅니다. 도시경제학의 오랜 통찰은, 요지에 빈 채로 잠긴 자산이 늘수록 도시 전체의 주거·상업 공급이 실질적으로 줄고 임대료가 왜곡된다는 것입니다(L2). 공실세는 이 '잠김 비용(cost of lock-up)'을 소유자에게 내부화시키는 장치입니다. 제도적 프레임워크의 관점에서 보면, 핵심은 세율의 높낮이가 아니라 '무엇을 비었다고 볼 것인가'라는 판정의 정밀도에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검증된 설계 원칙은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첫째, 판정 기준이 명확해야 합니다 — 연중 며칠 이상 사용·임대되지 않으면 빈 것으로 볼지를 못박아야 회피가 줄어듭니다. 둘째, 예외 설계가 촘촘해야 합니다 — 실거주·수리·상속 분쟁 등 정당한 비움을 걸러내지 못하면 조세 저항이 커집니다. 셋째, 탈출구(사용 전환)가 함께 있어야 합니다 — 세금은 페널티가 아니라 '쓰게 만드는 신호'일 때 자산을 되살립니다. 이 세 축이 오늘 제안할 지수의 뼈대가 됩니다.

Ⅲ. 글로벌 사례 — 세 도시가 '비움'에 값을 매긴 방식

① 밴쿠버 빈집세(EHT) — 판정으로 빈집을 줄이다

캐나다 밴쿠버는 2017년 빈집세(Empty Homes Tax)를 도입해, 연중 6개월 이상 실거주·임대되지 않은 주거용 자산에 세금을 매겼습니다. 세율은 도입 초기 과세표준의 1%에서 3%로 올랐고(2021 과세연도 이후 적용, 2024·2025년도 3% 유지), 시는 이후 '빈집이 사상 최저로 줄었다'며 빈집이 1,000호를 밑돌았다고 밝혔습니다(밴쿠버시 발표, 2025·L2). 밴쿠버가 준 교훈은 명확합니다 — 세율보다 판정 체계가 성패를 가른다는 것입니다. 매년 소유자에게 거주 신고를 의무화하고, 미신고·허위신고를 빈집으로 간주하는 신고·간주 구조가 회피를 막았습니다.

② 프랑스 공실세(TLV) — 오래 비울수록 무겁게

프랑스는 임대 수요가 높은 지역의 빈 주거에 공실세(taxe sur les logements vacants)를 매깁니다. 2023년 개편으로 세율이 크게 올라, 비운 지 1년차에는 임대가치의 17%, 2년차 이상은 34%가 부과되고 대상 지역도 임대 긴장 지역 전반으로 확대됐습니다(프랑스 재정법 2023·L2). 시간이 갈수록 세율이 뛰는 누진적 시간 구조가 핵심입니다. '잠시 비움'은 봐주되, '오래 잠긴 자산'에는 값을 급격히 키워 결정을 앞당기게 만드는 설계입니다.

③ 멜버른(빅토리아주) 공실세(VRLT) — 도심에서 주 전역으로

호주 빅토리아주는 공실 주거지 토지세(Vacant Residential Land Tax)를 2025년 1월부터 멜버른 내부 16개 지자체에서 주 전역으로 확대했습니다. 세율은 자본개량가치(CIV)의 1년차 1%, 2년차 2%, 3년차 이상 3%로 연차마다 오르며, 2026년에는 5년 이상 개발되지 않은 도심 미개발 토지까지 대상을 넓힙니다(빅토리아 주세무국·SRO·L2). 세 도시의 방식은 달랐지만 결론은 같습니다 — 비어 있는 상태는 더 이상 조세 중립이 아니며, 오래 비울수록·요지일수록 비용이 커진다는 것입니다.

Ⅳ. 국내 적용 — 한국은 '보유세'는 있어도 '공실세'는 없다

한국은 이 흐름의 반대편에 서 있습니다. 재산세·종부세는 강력하지만 점유와 무관하고, 빈집 문제는 과세가 아니라 정비의 언어로 다뤄집니다. 제도의 틀은 이미 여럿입니다 — 농어촌을 다루는 「농어촌정비법」(1995년), 도시 빈집을 다루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2018년), 그리고 4개 부처 합동의 「범정부 빈집정비 종합계획」(2025년 발표)이 그것입니다(L2). 규모도 작지 않습니다. 2024년 말 기준 한국의 법적 빈집(1년 이상 미거주·미사용)은 약 13.2만 호로, 도시지역 약 4.2만 호, 농어촌 약 9만 호로 집계됐습니다(정부 발표, 2025·L2·수치는 조사 기준·출처에 따라 차이).

바로 이 제도의 방향 차이가 관전 포인트입니다. 해외가 '비움에 값을 매겨 쓰게 한다'면, 한국은 '비움을 조사해 정비한다'에 가깝습니다. 어느 쪽이 옳다고 단정할 문제가 아닙니다. 다만 도심 요지의 장기 공실과 초고령·인구감소 지역의 빈집이 동시에 쌓이는 지금, 한국도 언젠가 '보유의 비용화'를 부분적으로 도입할 압력에 놓일 가능성이 있습니다(L3·확인필요). 그렇다면 실무가 먼저 답해야 할 질문은 하나입니다 — 어느 자산이, 어떤 판정 기준에서, 얼마나 '비용화'에 노출되는가. 이것은 감(感)이 아니라 데이터가 답할 몫입니다.

Ⅴ. K-VPT Index — 공실 과세·활성화 준비도 지수 5단계 설계

따라서 지수는 '이 집이 지금 얼마인가'가 아니라 '이 자산이 비었다고 판정될 수 있는가, 그리고 비용화될 경우 되살릴 통로와 수요가 있는가'를 측정해야 합니다. 아래 다섯 축을 K-VPT Index(Korea Vacant-Property Tax Readiness Index)로 제안합니다.

단계평가 축핵심 질문데이터 원천
1단계공실 판정전기·수도 사용, 거주 신고 기준으로 '비었다'를 객관적으로 가릴 수 있는가한전 전력사용량, 상수도 사용량, 주민등록·건축물대장
2단계과세 근거현 보유세·지방세 틀에서 공실에 비용을 붙일 제도적 통로가 있는가지방세법·재산세, 종부세, 빈집 특례법
3단계활성화 경로페널티가 아니라 임대·정비 전환으로 유도할 인센티브가 함께 있는가범정부 빈집정비 종합계획, 도시재생·정비 특례
4단계수요 근접공실을 채울 실수요가 반경 내 있는가(없으면 과세는 소멸만 재촉)통계청 SGIS 인구격자, 소상공인 상권정보
5단계사업 구조소유·권원·정비사업으로 자산을 다시 쓸 수 있게 묶을 수 있는가등기부, 빈집정보시스템(빈집애), 지자체 정비계획

다섯 축을 결합하면 프롭테크 상품 하나가 즉시 도출됩니다. 한전 전력사용량·상수도 사용량으로 객관적 공실 신호를 잡고, 세움터 건축물대장과 국토부 빈집정보시스템(빈집애)에서 자산 스펙과 빈집 여부를 조인한 뒤, 통계청 SGIS와 소상공인 상권정보로 반경 실수요를 더하면, 특정 지역에서 '어느 자산이 공실 판정과 비용화에 노출되고, 무엇으로 되살릴 수 있는가'를 점수로 보여주는 스크리닝 엔진이 됩니다. 타깃 사용자는 셋입니다 — 장기 공실을 떠안은 소유자·리테일 기업, 빈집·공실 자산을 정비·전환하려는 시행사·리츠, 그리고 빈집을 관리해야 하는 지자체. 기존 매물 서비스와의 차별점은 명확합니다. '이 집이 팔리는가'가 아니라 '이 자산이 비용화에 얼마나 노출되고, 어떻게 다시 쓸 수 있는가'를 먼저 답한다는 것입니다.

용유미 CSO 인사이트 — 보유의 비용화를 읽는 다섯 가지 점검

① 비움은 더 이상 조세 중립이 아니다: 세계의 요지는 '비워 두기'에 직접 값을 매기는 쪽으로 옮겨 왔다. 관리비·이자만이 아니라 '잠김 비용'을 계산에 넣어라.

② 세율보다 판정이 성패를 가른다: 밴쿠버는 신고·간주 구조로 빈집을 줄였다. 무엇을 '비었다'로 볼지가 제도의 심장이다.

③ 오래 비울수록 무거워진다: 프랑스·멜버른은 연차 누진으로 결정을 앞당긴다. 장기 공실일수록 비용 곡선이 가팔라진다는 점을 자산 계획에 반영하라.

④ 페널티만으로는 자산이 살아나지 않는다: 채울 수요가 없는 곳의 과세는 소멸만 재촉한다. 비용화보다 먼저 반경의 실수요를 보라.

⑤ 판정 데이터를 먼저 쥐는 쪽이 앞선다: 전력·수도·대장 데이터로 공실을 계량하는 도구를 먼저 만드는 쪽이, 제도가 바뀔 때 가장 먼저 움직인다(투자권유 아님).

핵심은 하나입니다. 이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주시해야 합니다 — 비어 있는 공간은 조세 중립 지대가 아니라, 언젠가 비용이 매겨질 잠재 과세 대상일 수 있습니다. ※ 본 칼럼은 시장·정책 관점의 독자 분석이며 투자권유·수익보장이 아닙니다. 세제·조세 적용과 빈집·정비 사업은 관련 법령과 지자체 조례, 세무·법률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인용 수치·세율은 발표 기관·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번 주 네 편은 하나로 이어집니다. K-IDL(유휴부지의 자산화)가 '쓰지 않는 땅'을, K-ADR(공중권의 자산화)가 '쓰지 않는 하늘'을, K-GRR(그레이필드의 자산화)가 '죽어가는 몸통'을 계량했다면, 오늘 K-VPT는 그 자산들을 움직이게 하는 '제도의 손잡이'를 계량합니다. 네 지수가 향하는 곳은 하나입니다 — 공간에서 비거나 굳거나 잠긴 것을 찾아 값을 매기는 일입니다. 관련하여 용유미 CSO의 공간·자산 전략 자문에서 더 깊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City of Vancouver. 「Empty Homes Tax (EHT)」 — 2017년 도입, 세율 1%→3%(2021 과세연도 이후, 2024·2025년도 3%), 연중 6개월 이상 미거주·미임대 주거용(Class 1) 대상, 매년 거주 신고 의무. 2025년 시 발표 기준 빈집 1,000호 미만으로 감소(L2). vancouver.ca.

République française / Loi de finances 2023. 「Taxe sur les logements vacants (TLV)」 — 2023년 개편으로 1년차 임대가치의 17%, 2년차 이상 34%로 세율 인상 및 임대 긴장 지역으로 대상 확대(L2). impots.gouv.fr · economie.gouv.fr.

State Revenue Office Victoria. 「Vacant Residential Land Tax (VRLT)」 — 자본개량가치(CIV) 기준 1%/2%/3% 연차 누진, 2025년 1월 1일부터 빅토리아주 전역 확대, 2026년 미개발 도심 토지(5년 이상)로 확대 예정(L2). sro.vic.gov.au.

해양수산부·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 등 4개 부처 (2025). 「범정부 빈집정비 종합계획」 — 2024년 말 법적 빈집 약 13.2만 호(도시 약 4.2만·농어촌 약 9만), 빈집정보시스템 통합 구축, 「농어촌정비법」(1995)·「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2018) 등. 수치는 조사 기준·출처에 따라 차이(L2).

국토교통부 빈집정보시스템(빈집애) · 세움터(건축행정시스템 eais.go.kr) · 한국전력 전력사용량 · 상수도 사용량 · 통계청 SGIS 인구격자 ·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권정보 — K-VPT Index 산출 데이터 원천.

용유미 (2026). K-IDL(유휴부지 자산화)·K-ADR(공중권 자산화)·K-GRR(그레이필드 자산화). yongyumee.com.

※ 변동 수치(밴쿠버 EHT 세율·빈집 수, 프랑스 TLV 세율, 빅토리아 VRLT 세율·확대 시점, 한국 법적 빈집 수)는 발표 기관·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발행일(2026. 07. 17) 기준입니다. L2·L3로 표기한 항목(해외 세율 세부, 한국 빈집 수 집계 기준, 향후 국내 공실 과세 도입 가능성)은 1차 자료로 재확인이 필요합니다. 세율·과세 요건은 국가·지자체·연도별로 상이하므로 실제 적용은 관할 세무 당국과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