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쓰지 않는 땅을 이야기했습니다. 오늘은 쓰지 않는 하늘입니다. 부동산에서 가장 자주 버려지는 자산은 빈 건물이 아니라, 지을 수 있는데 짓지 않은 허공입니다. 용도지역이 허용한 용적률을 다 쓰지 않은 저층 건물, 문화재라 더 올릴 수 없는 역사(驛舍), 높이 제한에 묶인 보존구역 — 이 모든 곳의 머리 위에는 법적으로는 존재하지만 물리적으로는 비어 있는 개발 용량이 떠 있습니다. 20년간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보면, 시장이 뒤집히는 자리는 늘 '값이 매겨지지 않은 자산'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늘 다룰 공중권(空中權, air rights)은 값이 없어서가 아니라, 아직 거래할 제도가 없어서 멈춰 있는 자산의 대표 격입니다.
공중권의 자산화 — 뉴욕 TDR·도쿄역 용적 이전·한국 결합건축과 K-ADR Index (용유미 CSO)
Ⅰ. 문제 제기 — 용적률은 '땅의 성질'이 아니라 '떼어낼 수 있는 권리'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용적률을 토지에 붙박인 성질로 이해합니다. '이 땅은 3종 일반주거라 250%까지', '저 땅은 상업지역이라 800%까지' — 마치 흙에 새겨진 숫자처럼 다룹니다. 그러나 제도적 프레임워크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용적률은 땅의 물성이 아니라 국가가 그 땅에 허용한 개발 용량, 즉 하나의 권리입니다. 그리고 권리인 이상 원칙적으로 떼어내 옮길 수 있습니다. 이것이 공중권과 개발권 양도(TDR, Transferable Development Rights)의 출발점입니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포인트가 여기 있습니다. 저층으로 지어진 건물은 '작은 건물'이 아니라 '쓰지 않은 용적을 재고로 쌓아둔 창고'입니다. 서울 사대문 안, 남산 조망 보호구역, 한옥밀집지구, 문화재 주변 앙각 규제 지역 — 높이가 눌린 이 모든 땅에는 법이 허락했으나 물리로 실현하지 못한 용적이 잠자고 있습니다. 문제는 그 재고를 현금화할 시장이 한국에는 아직 얇다는 것뿐입니다.
Ⅱ. 이론적 배경 — 권리의 다발에서 '개발권'이라는 막대를 분리하기
영미 재산법은 소유권을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권리의 다발(bundle of rights)'로 봅니다. 점유할 권리, 사용할 권리, 처분할 권리, 그리고 개발할 권리(development right)가 각각 분리 가능한 막대처럼 묶여 있다는 관점입니다. TDR은 이 다발에서 개발권이라는 한 막대만 뽑아, 그것을 필요로 하는 다른 대지에 파는 제도입니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코즈(Coase)적 재산권 재배치에 기인합니다 — 권리를 잘게 나누어 거래 가능하게 만들면, 개발 용량은 그것을 가장 높게 평가하는 자리로 흘러갑니다.
이 이론이 제도로 굳은 결정적 계기가 1978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펜센트럴 판결(Penn Central Transportation Co. v. New York City)입니다. 뉴욕시가 그랜드센트럴 터미널을 역사적 랜드마크로 지정해 그 위에 초고층을 세우지 못하게 한 것이 '재산권의 수용(taking)'이냐가 쟁점이었는데, 대법원은 미실현 용적을 인근 대지로 이전할 수 있는 길(TDR)이 열려 있다는 점을 근거의 하나로 들어 수용이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이 판결로 '개발권은 땅에서 분리해 옮길 수 있는 재산'이라는 명제가 미국 도시계획의 표준이 되었습니다(L2).
Ⅲ. 글로벌 사례 — 세 도시가 각각 다른 방식으로 하늘을 팔았다
① 뉴욕 — 랜드마크의 하늘을 팔아 새 마천루를 세우다
뉴욕의 상징 사례가 그랜드센트럴 터미널 옆에 선 원 밴더빌트(One Vanderbilt)입니다. 이 초고층 오피스는 그랜드센트럴을 포함한 인근 랜드마크에서 공중권 약 52.5만 ft²를 사들여 층수를 확보했고, 이를 가능케 한 것이 2013년 이후 정비된 이스트 미드타운 리조닝(East Midtown Rezoning)이었습니다. 핵심은 대가의 설계입니다. 개발자는 공중권과 용적 상향을 받는 조건으로 지하철 환승 공간 확충 등 약 2.2억 달러 규모의 공공 인프라 개선을 이행하기로 했습니다(뉴욕시·언론 보도, 2016~2017·L2). 즉 뉴욕은 '하늘을 파는 대가로 공공 시설을 짓게 하는' 교환 구조를 만든 것입니다.
뉴욕이 준 교훈은 명확합니다. 공중권은 사인 간 거래인 동시에 도시가 공공재를 조달하는 재정 수단이라는 점입니다. 랜드마크 소유자는 보존 의무를 진 대신 미실현 용적을 현금화하고, 도시는 세금을 더 걷지 않고도 인프라를 얻습니다.
② 도쿄 — 역사(驛舍)의 미이용 용적으로 역사를 복원하다
도쿄는 2000년 특례용적률적용지구(特例容積率適用地区) 제도를 만들어 TDR을 도시계획에 정식으로 이식했습니다. 2002년 지정된 오테마치·마루노우치·유라쿠초 지구(116.7ha)가 대표 사례입니다. 여기서 문화재인 도쿄역 마루노우치 역사는 자신의 미이용 용적 약 15ha를 인근 5개 개발에 1대1로 이전했고, 그렇게 확보한 재원이 2012년 완료된 역사 복원의 밑천이 되었습니다(스마트프리저베이션·ULI 사례 등·L2). 보내는 쪽(sending area)은 문화재·높이 제한 구역, 받는 쪽(receiving area)은 넓은 가로에 접하고 집약 개발이 적합한 대지로 요건을 명확히 규정한 점이 한국에 주는 시사가 큽니다.
③ 런던 — 옥상의 빈 공간(airspace)을 주택으로
런던에서는 기존 건물 옥상의 미이용 공중 공간(airspace)에 모듈러 주택을 얹는 '에어스페이스 개발'이 하나의 틈새 시장으로 성장했습니다. 별도의 택지 없이 도심 한복판에 주거를 공급한다는 발상으로, 정부도 상부 증축을 촉진하는 계획 규정을 다듬어 왔습니다(관련 정책·업계 자료·L3, 확인필요). 세 도시의 방식은 달랐지만 결론은 같습니다 — 하늘은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 계량·거래되지 않았을 뿐입니다.
Ⅳ. 국내 적용 — 한국은 이미 문을 열었다: 결합건축
한국에도 공중권 거래의 씨앗은 이미 심겨 있습니다. 2016년 도입된 결합건축(結合建築) 제도가 그것입니다. 건축법 제77조의15~제77조의17은, 인접한 둘 이상의 대지 소유자가 합의하면 용적률을 개별 대지마다 적용하지 않고 통합해 배분할 수 있도록 허용합니다(국가법령정보센터·L1). 한 대지의 미이용 용적을 다른 대지로 옮겨 몰아 짓는 것 — 학계에서 이를 '용적률 거래제'의 초기 형태로 부르는 이유입니다(관련 KCI 논문, L2). 다만 현재는 대상 지역과 대지 간 거리 요건이 좁아, 뉴욕·도쿄 같은 광역 시장으로는 아직 발전하지 못했습니다.
바로 이 제도와 시장 사이의 간극이 기회입니다. 서울만 해도 문화재 앙각 규제, 남산 고도지구, 한옥밀집지구, 특별건축구역 등 '용적을 다 쓰지 못하는 땅'이 도심 요지에 광범위합니다. 여기에 철도·도로 상부의 공중개발(예: 도심 철도 지하화 이후 상부 부지, GTX·역세권 입체복합)까지 더하면, 한국의 도심에 잠자는 미실현 용적의 잠재량은 결코 작지 않습니다(L3·확인필요). 정부가 광역 용적이양제를 아직 열지 않았다는 것은, 먼저 그 재고를 목록화하고 계량하는 쪽이 다음 시장을 먼저 본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Ⅴ. K-ADR Index — 공중권 자산화 지수 5단계 설계
장기적 자산가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미이용 용적은 '작은 건물'이 아니라 '거래되기를 기다리는 재고'입니다. 따라서 지수는 건물의 현재 크기가 아니라 이전 가능한 용적의 양과 그 이전의 실현 가능성을 측정해야 합니다. 아래 다섯 축을 K-ADR Index(Korea Air Development Rights Index)로 제안합니다.
| 단계 | 평가 축 | 핵심 질문 | 데이터 원천 |
|---|---|---|---|
| 1단계 | 권원 명료도 | 소유·지분·이해관계가 정리되어 합의·거래가 가능한가 | 등기부, 건축물대장, 토지대장 |
| 2단계 | 용적 여유량 | 허용 용적률 대비 실제 사용 용적의 차이(미이용분)는 얼마인가 | 세움터 건축물대장 용적률, 토지이음·LURIS 용도지역 상한 |
| 3단계 | 수용 대지 적격 | 이 용적을 받아 지을 인근 대지가 넓은 가로·집약 개발 요건을 갖췄는가 | 브이월드(V-World) 공간정보, 도시계획 정보 |
| 4단계 | 이전 제도 경로 | 결합건축·특별건축구역·입체복합 중 실제로 옮길 수 있는 통로가 있는가 | 건축법 결합건축 조항, 지자체 도시계획 조례 |
| 5단계 | 수요 근접성 | 이전된 용적을 붙일 실수요(오피스·주거·복합)가 반경 내에 있는가 | SGIS 인구격자, 실거래가 오픈API, 역세권 현황 |
다섯 축을 결합하면 프롭테크 상품 하나가 즉시 도출됩니다. 세움터 건축물대장에서 실제 사용 용적을, 토지이음·LURIS에서 허용 상한을 조인하면 임의 필지의 '미이용 용적 재고'가 산출되고, 여기에 브이월드 공간정보로 인근 수용 대지의 적격성을, SGIS로 수요 근접성을 더하면, 특정 지역에서 '누가 하늘을 팔 수 있고 누가 그것을 살 수 있는가'를 지도로 보여주는 매칭 엔진이 됩니다. 타깃 사용자는 셋입니다 — 미이용 용적을 깔고 앉은 저층 건물주, 도심에서 용적이 모자란 시행사, 그리고 보존과 개발을 동시에 풀어야 하는 지자체. 기존 토지·건물 정보 서비스와의 차별점은 명확합니다. '이 건물이 얼마인가'가 아니라 '이 건물 위에 아직 얼마가 남아 있는가'를 먼저 답한다는 것입니다.
용유미 CSO 인사이트 — 하늘을 자산으로 바꾸는 다섯 가지 점검
① 저층은 작은 게 아니라 '재고를 쌓아둔' 것이다: 허용 용적과 사용 용적의 차이를 먼저 계량하라. 그 차이가 곧 팔 수 있는 하늘의 크기다.
② 공중권은 '땅'이 아니라 '제도의 통로'로 옮긴다: 결합건축·특별건축구역·입체복합 중 어느 문이 열려 있는지가 실현 가능성을 가른다.
③ 보내는 자리와 받는 자리는 요건이 다르다: 도쿄는 받는 쪽에 '넓은 가로·집약 개발' 요건을 걸었다. 미이용 용적이 많아도 받을 대지가 없으면 거래는 성립하지 않는다.
④ 하늘값은 공공재와 교환된다: 뉴욕은 공중권 대가로 인프라를 받았다. 국내에서도 공공기여와 결합된 설계라야 인허가가 열린다 — 사익만으로는 하늘이 팔리지 않는다.
⑤ 목록을 만드는 쪽이 시장을 만든다: 광역 용적이양제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미이용 용적의 지도를 먼저 그리는 쪽이 다음 가격을 먼저 본다(투자권유 아님).
핵심은 하나입니다. 이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주시해야 합니다 — 공중권은 비어 있는 하늘이 아니라, 아직 계량되지 않은 재고입니다. ※ 본 칼럼은 시장·정책 관점의 독자 분석이며 투자권유·수익보장이 아닙니다. 결합건축·공중권·용적 이전은 관련 법령과 지자체 조례,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인용 수치는 발표 기관·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제 K-IDL 인덱스(유휴부지의 자산화)가 '쓰지 않는 땅'을 계량하는 이야기였다면, 오늘은 그 위에 떠 있는 '쓰지 않는 하늘'을 계량하는 이야기입니다. 두 지수가 향하는 곳은 하나입니다 — W28 브리핑에서 정리한 '공간의 자산화'는 결국 공간에서 빠지거나 남은 것을 찾아 값을 매기는 일입니다. 관련하여 용유미 CSO의 공간·자산 전략 자문에서 더 깊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New York City (2016~2017). 「East Midtown Rezoning / One Vanderbilt」. 언론 보도(The Real Deal, 6sqft) 종합 — 원 밴더빌트가 그랜드센트럴 등에서 공중권 약 52.5만 ft² 매입, 개발자의 공공 인프라 개선 약속 약 2.2억 달러. 세부 금액·면적은 보도 시점에 따라 차이(L2).
U.S. Supreme Court (1978). 「Penn Central Transportation Co. v. New York City, 438 U.S. 104」 — 랜드마크 규제와 재산권 수용 여부 판단에서 개발권 이전(TDR) 가능성을 근거로 고려. TDR 제도의 법리적 기초.
Smart Preservation / Urban Land Institute (2008~2015). 「Tokyo — Special Case FAR Application District」 — 2000년 특례용적률적용지구 신설, 2002년 오테마치·마루노우치·유라쿠초 지구(116.7ha) 지정, 도쿄역 미이용 용적 약 15ha를 인근 5개 개발에 1대1 이전, 2012년 역사 복원 완료(L2).
국가법령정보센터 (2016~). 「건축법 제77조의15~제77조의17(결합건축)」. law.go.kr — 둘 이상 대지의 용적률 통합 적용·배분 근거 규정(L1).
한국 학술 논문 (KCI). 「결합건축제도와 용적률 거래제의 관계에 관한 연구」. kci.go.kr — 결합건축을 용적률 거래제(TDR)의 국내 초기 형태로 분석.
세움터(건축행정시스템 eais.go.kr) · 토지이음(eum.go.kr)·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LURIS) · 브이월드(V-World) 공간정보 API · 통계청 SGIS 인구격자 — K-ADR Index 산출 데이터 원천.
용유미 (2026). K-IDL(유휴부지 자산화)·W28 브리핑. yongyumee.com.
※ 변동 수치(공중권 매입 규모·인프라 기여액, 도쿄 이전 용적·지구 면적, 국내 미이용 용적 잠재량)는 발표 기관·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발행일(2026. 07. 15) 기준입니다. L2·L3로 표기한 항목(뉴욕·도쿄 세부 수치, 런던 에어스페이스 정책, 국내 잠재량)은 1차 자료로 재확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