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밑'은 한국어에서 부동산이 아니라 농담의 자리였습니다. 그런데 2019년 2월, 영국 네트워크레일(Network Rail)은 철도 고가 아래 아치 공간을 중심으로 한 임대 자산 5,261칸을 텔리리얼 트릴리엄·블랙스톤 컨소시엄에 14.6억 파운드(약 2.2조 원)에 매각했습니다(Network Rail, 2019·L1). 포트폴리오의 70%가 철도 아치, 60%가 런던 소재였고, 매각 형태는 150년 리스홀드였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철도 시스템의 '다리 밑'이 기관투자가가 조 단위를 지불하는 자산군으로 승격된 순간입니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포인트가 여기에 있습니다. 고가·교량·철도변의 선형(線形) 공간은 맹지와 정반대로 접근성은 최상급인데, 권리 구조와 운영 주체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유휴지가 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오늘은 이 '가장 비싼 자투리'를 자산으로 번역하는 문법을 다룹니다.

£14.6억네트워크레일 아치 포트폴리오 매각가 — 약 2.2조 원, 150년 리스홀드 (L1)
5,261칸매각 임대공간 수 — 철도 아치 70%·런던 60% (NAO·L1)
2010년도쿄 2k540 개업 — JR 고가하부 장인 상업거리 (L1)
2017년서울시 고가하부 활용 시범사업 착수 — 다락옥수·이문·한남1 (L1)
고가하부 철도 아치 선형 유휴공간 인포그래픽 — 런던 네트워크레일 아치 5,261칸 14.6억 파운드 매각 도쿄 JR 고가시타 2k540 mAAch ecute 파리 예술고가 서울 다락옥수 이문고가 한남1고가 입체적 도로구역 철도지하화통합개발법 K-UVS Index 맹지 유휴부지 활용

다리 밑의 경제학 — 선형 유휴공간 자산화의 문법, K-UVS 인덱스 (용유미 CSO)

이론적 배경 — SLOAP, 계획이 남긴 공간의 경제학

도시계획 문헌은 고가 하부 같은 공간을 SLOAP(Space Left Over After Planning), 즉 '계획이 끝나고 남은 공간'이라 부릅니다. 인프라는 선형으로 도시를 관통하며 그 아래·옆에 필연적으로 잔여 공간을 만들지만, 이 공간은 어느 필지에도 속하지 않고 어느 대차대조표에도 자산으로 잡히지 않습니다(L2). 스페인 건축가 이그나시 데 솔라모랄레스가 말한 '테랭 바그(terrain vague)' — 용도가 지워진 채 대기 중인 땅 — 의 도심형 전형입니다. 그런데 부동산의 눈으로 다시 보면 역설이 선명해집니다. 제가 K-LAR 인덱스(맹지·자투리 임시활용)에서 정리했듯 토지의 공백 비용은 '기다림의 가격'인데, 고가하부는 맹지와 달리 진입로 문제가 없습니다. 역세권 한복판, 유동인구의 동선 위에 있으면서도 비어 있는 것입니다. 유휴의 원인이 입지가 아니라 권리의 불명확성(도로·철도 부지 위 점용 구조)과 운영 주체의 부재라면, 처방은 개발이 아니라 권리 설계와 운영 계약입니다. 이것이 런던과 도쿄가 증명한 명제입니다.

글로벌 신호 — 다리 밑을 자산으로 만든 세 도시

① 런던 — 아치 5,261칸의 증권화, 그리고 논쟁

네트워크레일의 2019년 매각은 규모만으로도 이정표였지만, 구조가 더 중요합니다. 철도 운행에 필수적이지 않은 상업 자산을 분리해 150년 리스홀드로 넘기되, 매수자(현 디아치컴퍼니·The Arch Company)에게 '테넌트 퍼스트' 헌장을 요구해 베이커리·정비소·양조장 같은 영세 임차인 생태계를 계약 조건으로 못 박았습니다(Network Rail, 2019·L1). 영국 감사원(NAO)은 2019년 보고서에서 매각가의 적정성과 임차인 보호를 검증하며 '공공 인프라 잔여 공간의 사유화'라는 논쟁을 공식 기록으로 남겼고(NAO, 2019·L1), 2025년에는 블랙스톤이 텔리리얼 지분 50%를 인수해 단독 소유자가 됐습니다(L2). 찬반과 별개로 확인된 사실은 하나입니다. 다리 밑은 운영 주체와 장기 권리가 부여되는 순간 기관투자가의 자산군이 된다는 것입니다.

② 도쿄 — 고가시타(高架下), 철도회사가 직접 운영하는 거리

도쿄의 답은 매각이 아니라 직영이었습니다. JR동일본 그룹의 자산개발 계열사(JR동일본도시개발)는 야마노테선·게이힌토호쿠선 아키하바라~오카치마치 구간 고가하부에 2010년 12월 공예 장인 특화 상업거리 2k540 AKI-OKA ARTISAN을 열었고, 2013년 9월에는 옛 만세이바시역의 붉은 벽돌 고가 유구를 살린 mAAch ecute 간다 만세이바시를 개업했습니다(JR동일본·L1). 이후 지역 명산품관 CHABARA, SEEKBASE까지 하나의 '고가하부 스트리트'로 연결해, 열차가 달리는 구조물 아래를 테마가 있는 선형 상권으로 편집했습니다. 핵심은 철도회사가 부지의 권리자이자 운영자로서 업종 조합·임대 전략을 단일하게 설계한다는 점 — 지난 K-KIC(지식산업센터)에서 본 '단일 운영 주체'의 문법이 다리 밑에서도 그대로 작동합니다.

③ 파리 — 예술고가, 위는 공원·아래는 공방이라는 이중 자산화

파리 12구 도메닐 대로의 폐선 고가는 1990년대 중반 두 겹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상부는 세계 최초의 고가 선형 공원 프롬나드 플랑테(현 쿨레 베르트)로, 하부 아치 50여 칸은 공예 공방·갤러리가 입주한 비아뒥 데자르(Viaduc des Arts)로 전환됐습니다(L2). 뉴욕 하이라인보다 15년 앞선 이 사례의 교훈은 '상부와 하부를 한 묶음으로 기획할 때 선형 인프라의 가치가 극대화된다'는 것입니다. 상부 공원이 만든 보행 수요가 하부 공방의 매출이 되고, 하부의 콘텐츠가 상부의 정체성이 됩니다.

국내 적용 — 다락옥수에서 철도지하화까지, 제도의 창이 열리는 중

서울시는 2017년 고가하부 활용 시범사업에 착수해 옥수역 고가 아래 복합문화공간 다락옥수(북카페·키즈존·문화강좌, 반사거울 5,000여 장의 야외정원), 신이문역 이문고가 주민 커뮤니티, 한강진역 한남1고가 휴식공간을 차례로 열었습니다(서울시·L1). 서울연구원은 고가하부 유휴공간 활성화 요인을 코호트별로 분석한 연구(2020)에서 접근성과 프로그램 운영이 활성화의 결정 변수임을 확인했습니다(L1). 그러나 지금까지의 국내 사례는 대부분 공공 문화공간, 즉 '비용으로 운영되는 복지'였습니다. 런던·도쿄와의 차이는 콘텐츠가 아니라 수익 모델의 부재입니다. 제도의 창은 열리고 있습니다. 도로법의 입체적 도로구역 제도는 도로 상·하부 공간의 민간 활용 경로를 만들었고(국토교통부·L1), 2025년 1월 시행된 철도지하화통합개발법은 지하화 비용을 상부·주변 부지 개발 수익으로 충당하는 구조를 법제화하면서 국가철도공단의 자산개발 기능 확충까지 예고했습니다(김·장 법률사무소, 2025·L1). 철도가 지하로 내려가면 지상 선형 부지가, 고가가 남으면 그 하부가 — 어느 쪽이든 '선형 유휴공간의 권리 설계'가 다음 10년의 과제로 옵니다. 지난 K-ADR(공중권·TDR)이 위로 남는 권리를 다뤘다면, 오늘은 아래로 남는 공간의 이야기입니다.

K-UVS 인덱스 — 다리 밑을 정렬하는 네 개의 축

실무적으로 검증된 접근법은 '고가하부'라는 범주를 하나로 뭉뚱그리지 않고, 구간(세그먼트) 단위로 좌표를 매기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K-UVS(Under-Viaduct Space) 인덱스로 설계할 것을 제안합니다.

측정 지표데이터 원천
① 보행 접점반경 500m 역세권 유동·연결 동선의 단절 여부서울 열린데이터광장 생활인구, 국토정보플랫폼
② 물리 스펙유효 높이·폭·소음/진동·채광, 구조 안전 등급시설물통합정보관리(FMS), 도로대장·철도시설 DB
③ 권리 명확성부지 소유(국가·지자체·철도공단)·점용 허가 경로·임대 가능 기간국유재산 총조사 DB, 도로법·국유재산법·철도사업법
④ 운영 주체성단일 운영 계약 가능성 — 위탁·마스터리스·공사 직영지자체 공모 요강, 철도공단·SH·LH 자산개발 계획

이 위에 5단계를 얹습니다. 1단계 전수 매핑 — 관내 고가차도·철도 고가·교량 하부를 구간 단위로 나눠 K-UVS 점수를 매기고, '문화복지형'과 '수익운영형' 후보를 분리합니다. 2단계 권리 패키징 — 점용 허가의 기간·양도성·전대 가능성을 명문화해 운영자가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권리 묶음을 만듭니다. 런던의 150년 리스홀드가 극단의 사례라면, 국내는 5~20년 장기 위탁이 현실적 출발점입니다. 3단계 선형 편집 — 칸 단위 임대가 아니라 구간 단위 테마(공방 거리·라스트마일 물류·생활 스포츠)로 업종을 조합합니다. 도쿄가 '아키하바라~오카치마치'라는 선(線)을 팔았듯, 상품은 칸이 아니라 거리입니다. 4단계 이중 자산화 — 파리처럼 상부(보행·녹지)와 하부(운영 공간)를 한 묶음으로 기획해 보행 수요와 임대 수요가 서로를 키우는 구조를 만듭니다. 5단계 포트폴리오화 — 검증된 구간 운영권을 묶어 기관·리츠가 인수 가능한 운영 자산으로 승격시킵니다. 철도지하화 사업의 재원 구조가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 단계입니다.

용유미 CSO 인사이트 — 다리 밑을 보는 다섯 가지 눈

① 맹지의 반대말로 읽어라: 고가하부는 접근성이 없어서가 아니라 권리와 운영자가 없어서 비어 있다 — 유휴의 원인이 다르면 처방도 다르다.

② 칸이 아니라 선을 상품화하라: 한 칸의 임대는 창고가 되지만, 한 구간의 편집은 상권이 된다 — 2k540이 판 것은 점포가 아니라 거리다.

③ 권리의 길이가 투자의 깊이다: 1년짜리 점용 허가에는 포장마차가, 20년 운영권에는 자본이 들어온다 — 런던 매각의 본질은 150년이라는 숫자다.

④ 상부와 하부를 한 장의 도면에 놓아라: 철도지하화·고가 존치 논의에서 하부 공간 계획이 빠지면 절반의 기획이다 — 파리의 이중 자산화가 기준선이다.

⑤ 공공성 논쟁을 설계에 내장하라: NAO 보고서가 남긴 교훈처럼, 영세 임차인 보호 조항 없는 수익화는 정치적 리스크로 되돌아온다 — 테넌트 퍼스트는 비용이 아니라 보험이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다리 밑의 가치는 콘크리트가 아니라 권리 설계와 운영 계약에서 나오며, 선형 유휴공간을 먼저 전수 매핑하는 도시가 다음 자산군의 가격을 씁니다. ※ 본 칼럼은 시장·제도 관점의 독자 분석이며 투자권유·수익보장이 아닙니다. 인용 수치는 발표 기관·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주 맹지·자투리 임시활용(K-LAR)이 '기다리는 땅의 공백 비용'을 다뤘고, 폐주유소 재생(K-FRI)이 점(點) 단위 유휴 자산을 다뤘다면, 오늘의 K-UVS는 선(線) 단위 유휴 공간의 이야기입니다. 점·선·면의 유휴 자산 지도가 이제 절반쯤 그려졌습니다. 관련하여 용유미 CSO의 공간·자산 전략 자문에서 더 깊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Network Rail (2019. 2. 4). "Network Rail agrees £1.46bn commercial estate sale to Telereal Trillium and Blackstone Property Partners". networkrailmediacentre.co.uk — 5,261칸·150년 리스홀드·테넌트 퍼스트 헌장.

National Audit Office (2019. 5). "Network Rail's sale of railway arches". nao.org.uk — 포트폴리오 구성(아치 70%·런던 60%), 매각가 검증·임차인 보호 쟁점.

JR동일본도시개발·JR동일본건축설계 (2010~2013). 2k540 AKI-OKA ARTISAN(2010. 12. 10 개업)·mAAch ecute 간다 만세이바시(2013. 9. 14 개업). jrtk.jp, jred.co.jp — 고가하부 개발·운영 사업.

서울특별시 (2017~2020). 고가하부공간 활용사업 — 다락옥수·이문고가·한남1고가. mediahub.seoul.go.kr, 「고가하부공간 활용사업 타당성 조사 및 종합계획」. ebook.seoul.go.kr.

서울연구원 (2020). "코호트별 고가하부 유휴공간의 활성화에 미치는 요인 분석". si.re.kr.

김·장 법률사무소 (2025. 1). "철도지하화통합개발법 시행". kimchang.com — 지하화 비용의 부지 개발 수익 충당 구조, 국가철도공단 자산개발 기능. / 국토교통부 (2017). "도로공간 민간 개발 허용… 입체도로 도입". korea.kr.

용유미 (2026). K-LAR(맹지·자투리 임시활용)·K-ADR(공중권·TDR)·K-FRI(폐주유소)·K-KIC(지식산업센터). yongyumee.com.

※ 변동 수치(매각가·개업 연도 외 환산액·지분 변동 등)는 집계 기관·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발행일(2026. 07. 07) 기준입니다. 블랙스톤 지분 인수(2025)·파리 비아뒥 데자르 세부(L2)는 1차 자료로 재확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