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의 가치를 물을 때 우리는 대개 바닥면적과 위치를 봅니다. 그러나 도심의 저층 건물, 문화재로 지정된 한옥, 100년 된 역사(驛舍) 위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자산이 하나 더 떠 있습니다. 바로 허용된 용적률을 다 쓰지 않아 비어 있는 '하늘'입니다. 어떤 대지가 용적률 800%까지 지을 수 있는데 실제로는 200%만 지었다면, 나머지 600%에 해당하는 개발 권리는 장부에 잡히지 않은 채 공중에 잠들어 있습니다. 20년간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보면, 다수의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가장 큰 사각지대가 바로 이 '미이용 용적(unused floor area ratio)'입니다. 선진 도시들은 오래전 이 잠든 하늘을 깨워, 필요한 이웃에게 옮겨 파는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그것이 개발권 이양 — TDR(Transfer of Development Rights), 통칭 '공중권(air rights) 거래'입니다.
이 글은 특정 부동산의 매수를 권유하는 글이 아닙니다. 발상의 전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투자가 '더 넓은 바닥'을 좇을 때, 소수는 '남이 쓰지 않은 높이'를 거래합니다. 이는 하늘을 쪼개 소유하는 부동산 토큰화(STO)의 발상과, 옥상이라는 유휴 표면을 자산으로 재해석한 버티포트 입지 전략과 같은 계보에 있습니다. 공간을 '면적'이 아니라 '권리의 다발'로 보는 순간, 비어 있던 하늘이 거래 가능한 자산으로 바뀝니다.
▲ 쓰지 않은 하늘을 자산화하는 개발권 이양 — K-ADR Index 5단계 (도해: 용유미 CSO)
왜 '쓰지 않은 용적'이 자산인가 — 개발권과 최유효이용
토지 소유권은 흔히 생각하듯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 여러 권리가 묶인 '권리의 다발(bundle of rights)'입니다. 이 다발 안에는 지표를 쓸 권리뿐 아니라 그 위 공중을 개발할 권리, 즉 개발권이 포함됩니다. 도시계획이 정한 용적률 한도까지가 이론적으로 개발 가능한 총량이라면, 실제 건축 연면적과의 차이만큼이 '미이용 개발권'입니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최유효이용(Highest and Best Use)의 불일치에 기인합니다. 저층 문화재나 역사는 그 자리에서 고층으로 개발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 필지에 부여된 개발 총량 자체는 사회적으로 여전히 유효합니다.
TDR의 통찰은 여기서 출발합니다. 개발할 수 없는 곳(송출지, sending site)의 미이용 용적을 떼어내, 더 지어도 좋은 곳(수용지, receiving site)으로 이전하면, 보존과 개발이라는 상충하는 두 목표가 동시에 달성됩니다. 송출지 소유자는 건물을 헐지 않고도 잠든 자산을 현금화하고, 수용지 개발자는 추가 용적을 사서 사업성을 높이며, 도시는 문화재·오픈스페이스를 지키면서 밀도를 필요한 곳에 배치합니다. 제도적 프레임워크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TDR은 규제를 '금지'가 아니라 '거래 가능한 권리'로 재설계한 정교한 시장 장치입니다.
글로벌 사례 — 하늘을 사고판 세 도시
공중권 거래는 이미 오래된 시장의 문법입니다. 대표적인 세 도시의 방식을 봅니다.
| 도시 · 사례 | 핵심 메커니즘 | 시사점 |
|---|---|---|
| 미국 뉴욕 — 그랜드센트럴 · 원밴더빌트 | 역사적 랜드마크인 그랜드센트럴 터미널의 미이용 공중권을 인접 초고층 오피스 '원밴더빌트'가 매입해 용적을 확보(2010년대 후반, 거래규모 보도치 ※확인) | 랜드마크 보존과 도심 고밀 개발을 공중권 매매로 연결 |
| 일본 도쿄 — 마루노우치 특례용적률적용지구 | 도쿄역 붉은 벽돌 역사(驛舍)의 미이용 용적을 주변 고층빌딩으로 이전, 그 대가로 역사(驛舍) 복원 재원을 조달(2000년대~) | 공중권 이전을 문화재 복원의 '자기조달 재원'으로 활용 |
| 미국 시카고 · 샌프란시스코 — TDR 프로그램 | 역사보존건물·오픈스페이스의 개발권을 지정 수용지구로 양도하는 공식 제도 운영 | 보존·공공공간 확보를 시장 인센티브로 전환한 제도화 모델 |
세 사례의 공통 문법은 분명합니다. '개발할 수 없는 가치'와 '개발하고 싶은 수요'를 하나의 거래로 잇는다는 것입니다. 특히 도쿄역 사례가 중요합니다. 문화재 복원을 세금이 아니라 그 문화재가 품은 미이용 용적을 팔아 조달했다는 점에서, 보존과 재원이라는 오랜 딜레마를 시장 원리로 푼 모범입니다. 다수가 간과하는 포인트는, 공중권의 가치가 '얼마나 지을 수 있느냐'가 아니라 '그 용적이 옮겨갈 수 있는 수용지가 곁에 있느냐'에서 결정된다는 점입니다.
국내 적용 — 결합건축이라는 열린 틈
한국에도 공중권 거래의 씨앗은 이미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건축법 제77조의4가 규정한 결합건축이 그것으로, 2개 이상의 대지 소유자가 협정을 맺어 각 대지의 용적률을 통합 산정·배분할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2016년 도입). 한 대지의 미이용 용적을 인접 대지가 끌어와 더 높이 짓고, 낮게 남은 대지는 그 대가를 받는 구조로, 미국식 TDR의 국내판 원형이라 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적용 대상·범위가 제한적이고 실제 활용 사례가 아직 많지 않다는 점은 균형 있게 짚어야 합니다(국내 결합건축 실적은 제한적·확인필요). 문화재·한옥·저층 역사자산의 용적 이양을 본격 시장으로 키우려면 수용지구 지정과 거래·평가의 표준화라는 제도 정비가 남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방향은 분명합니다. 도심 재생과 문화재 보존, 그리고 고밀 개발 수요가 동시에 커지는 한국에서 '헐지 않고도 개발 총량을 거래한다'는 발상은 갈수록 유효해집니다. 앞서 다룬 노후 상업시설의 적응적 재사용이 건물의 용도를 바꾸는 전략이었다면, 공중권 이양은 건물을 그대로 둔 채 그 위의 권리를 거래하는 한 단계 더 추상화된 전략입니다.
공공 오픈 API로 '잠든 하늘'을 스코어링하라
TDR의 최대 난관은 '어느 대지에 얼마의 미이용 용적이 잠들어 있고, 그것을 받아줄 수용지가 어디인가'를 찾는 탐색 비용입니다. 여기서 공공 오픈 API가 결정적입니다. 건축물대장 API로 각 필지의 연면적·용적률 실적을 읽고, 토지이용계획·국토정보플랫폼으로 용도지역이 허용하는 용적률 상한을 대조하면, 그 차이가 곧 '미이용 용적'입니다. 여기에 V-World(브이월드) 공간정보로 인접 필지의 개발 여력과 문화재·고도지구 규제를 겹쳐 보면, '송출 후보지(미이용 용적이 큰 보존자산)'와 '수용 후보지(추가 용적을 살 개발지)'를 지도 위에서 자동으로 매칭하는 개발권 거래 플랫폼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실무적으로 검증된 접근법은, 사람이 일일이 대장을 뒤지던 탐색을 데이터로 대체하는 것입니다.
용유미 CSO 인사이트 — K-ADR Index 5단계
1단계 실태·데이터: 건축물대장·토지이용계획·V-World API를 묶어 필지별 '허용 용적 대비 실적 용적'의 차이(미이용 용적)를 산정한다.
2단계 미이용 용적 산정·등급: 문화재·한옥·저층 역사자산 등 '개발이 억제된 송출 후보지'를 선별하고 잠든 용적의 규모를 점수화한다.
3단계 이양 적격성·수용지 매칭: 인접·지정 가능한 수용지의 추가 개발 여력과 규제를 교차해 '옮겨갈 하늘'과 '받을 땅'을 연결한다.
4단계 결합건축·계약 설계: 건축법 제77조의4 결합건축 협정 등 이양의 법적 그릇을 짜고, 평가·배분·대가 구조를 명문화한다.
5단계 가치환류·보존 연계: 이양 대가를 송출지의 보존·복원 재원으로 환류해, 도쿄역 모델처럼 '보존의 자기조달'을 완성한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도시의 진짜 미개발 자산은 빈 땅이 아니라, 다 짓지 않고 남겨 둔 보이지 않는 하늘입니다. ※ 본 분석은 공간 전략 관점의 독자 제언이며 투자권유·수익보장이 아닙니다. 결합건축·용적 이양·평가·세제의 구체적 적용은 반드시 법률·세무·건축 전문가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같은 저층 건물을 보면서 '더는 지을 수 없는 낡은 자산'이라 여기는 사람과 '아직 쓰지 않은 하늘이 남은 땅'이라 읽는 사람 사이에는, 동일한 필지가 전혀 다른 자산으로 펼쳐집니다. 공간의 흥망성쇠는 종종 '보이지 않는 권리를 볼 수 있는가'에서 갈립니다. 관련하여 용유미 CSO의 공간·자산 전략 자문에서 더 깊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City of New York (2023). "Zoning Resolution — Transfer of Development Rights / Landmark Transfers". nyc.gov/planning.
Tokyo Metropolitan Government (2020). "特例容積率適用地区(마루노우치) — 도쿄역사 복원과 용적이전". metro.tokyo.lg.jp.
Pruetz, R. & Standridge, N. (2009). "What Makes Transfer of Development Rights Work?", Journal of the American Planning Association, 75(1).
Appraisal Institute (2020). The Appraisal of Real Estate, 15th ed. — Bundle of Rights · Highest and Best Use · Air Rights 개념.
대한민국 건축법 제77조의4(결합건축) · 시행령 — 국가법령정보센터(law.go.kr).
국토교통부 건축물대장 · 국토정보플랫폼 · V-World 공간정보 오픈 API 안내(data.go.kr · vworld.kr).
※ 변동 수치·거래 규모(원밴더빌트 공중권 매입액 등)와 국내 결합건축 실적·제도 적용 요건은 사안과 개정 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인용 시점의 1차 출처 확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