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는 한국이 발명한 가장 독특한 산업용 부동산입니다. 공장을 수십 층으로 쌓아 올리고, 그 층을 다시 호실 단위로 잘라 아파트처럼 분양하는 이 모델은 한때 '규제 없는 수익형 부동산'의 대명사였습니다. 그리고 지금, 청구서가 도착했습니다. 2025년 1~11월 수도권에서 법원경매에 부쳐진 지식산업센터는 2,749건으로 전년 연간 1,348건 대비 103.9% 급증했고(지지옥션 집계·L2), 낙찰가율은 2022년 88.7%에서 69.6%까지 내려앉았습니다. 2022~2024년 공급된 65곳의 평균 미분양률은 37%에 이릅니다(KB경영연구소, 2025·L2). 다수의 투자자들이 이 사태를 '공급과잉'이라는 한 단어로 정리하지만, 20년간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보면 본질은 다른 곳에 있습니다. 문제는 공장을 수직으로 쌓은 것이 아니라, 쌓은 공장을 아파트처럼 쪼개 판 것입니다.

1,547곳전국 지식산업센터 — 수도권 77% 집중 (산업단지공단·L2)
2,749건2025년 1~11월 수도권 경매 · 전년 대비 +103.9% (L2)
69.6%경매 낙찰가율 — 2022년 88.7%에서 하락 (L2)
37%2022~24년 공급 65곳 평균 미분양률 (KB·L2)
지식산업센터 공실 경매 인포그래픽 — 전국 1,547곳 수도권 77% 집중 수도권 경매 2,749건 +103.9% 낙찰가율 69.6% 미분양률 37% 홍콩 공업빌딩 활성화 스킴 싱가포르 JTC 스택업 팩토리 구분소유 운영 자산화 K-KIC Index 산업용 부동산 전략

구분소유 공장의 역설과 운영 자산화의 문법 — K-KIC 인덱스 (용유미 CSO)

이론적 배경 — 수직 산업공간의 경제학과 구분소유의 함정

공장을 수직으로 쌓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토지가 희소한 도시국가일수록 산업공간의 수직화(multi-storey industrial)는 필연이며, 홍콩의 플래티드 팩토리(flatted factory)는 1960년대부터 소규모 제조업체에 저비용 공장 유닛을 공급해 온 검증된 모델입니다(L1). 문제는 수직화가 아니라 소유 구조입니다. 산업용 부동산의 가치는 개별 호실이 아니라 건물 전체의 '운영'에서 나옵니다. 입주 업종의 조합, 물류 동선의 배분, 임대료의 일관된 전략, 공용 설비의 투자 — 이 모든 것은 단일한 의사결정 주체를 전제합니다. 그런데 호실 단위 구분소유(strata title)는 이 전제를 해체합니다. 한 건물에 수백 명의 소유자가 생기는 순간, 건물은 운영 자산이 아니라 수백 개의 개별 투자상품의 물리적 합이 되고, 임대 전략은 파편화되며, 공실은 각자도생의 문제가 됩니다. 경제학이 '집합행동의 문제(collective action problem)'라 부르는 상황이 산업용 부동산에서 그대로 재현되는 것입니다. 지난 K-LVI 인덱스(물류센터 공급과잉)에서 공급 사이클의 시차를 다뤘다면, 지식산업센터의 공실은 사이클에 소유 구조의 결함이 겹친 이중 문제입니다.

글로벌 신호 — 수직 공장을 운영 자산으로 다루는 두 도시

① 홍콩 — 공업빌딩 활성화 스킴, 전면 전환의 제도화

같은 문제를 먼저 겪은 홍콩의 답은 '건물 단위의 전면 전환(wholesale conversion)'이었습니다. 홍콩 정부는 2018년 10월 공업빌딩 활성화 스킴(Industrial Building Revitalisation Scheme)을 재가동하면서 1987년 이전 준공 공업빌딩의 재개발에 대해 비주거 용적률을 최대 20%까지 완화하는 등 6개 패키지 조치를 내놓았고, 시행 초기 1년여 만에 30건 이상의 신청을 받아 12건을 승인했습니다(홍콩 정부, 2020·L1). 핵심은 호실 단위가 아니라 건물 단위로 용도 전환의 인센티브를 설계했다는 점입니다. 소유가 파편화된 건물은 전면 전환의 문턱을 넘기 어렵기 때문에, 제도 자체가 소유권 통합을 유도하는 압력으로 작동합니다.

② 싱가포르 — JTC 스택업 팩토리, 단일 운영 주체의 문법

싱가포르는 애초에 쪼개 팔지 않았습니다. 국영 산업단지 개발기관 JTC는 램프업(ramp-up)·스택업(stack-up) 방식의 다층 공장을 직접 보유·운영하며, 3~5년 단기 리스로 소규모 제조업체와 스타트업에 공급합니다(JTC·L1). JTC 스페이스 앳 투아스(JTC Space @ Tuas)는 램프업 공장 36개 유닛과 플래티드 공장 95개 유닛에 중차량 주차장·기숙사·어메니티까지 통합한 수직 산업 허브로, 입주 업종의 조합과 임대 조건을 단일 주체가 설계합니다(L1). 같은 '수직 공장'이라도 소유·운영이 통합되어 있으면 공실은 포트폴리오 관리의 변수가 되고, 파편화되어 있으면 재난이 됩니다.

③ 싱가포르 — 칼랑웨이, 부수는 대신 다시 채우는 적응형 재사용

2025년 JTC는 칼랑웨이의 노후 공업빌딩을 철거하지 않고 구조체를 유지한 채 재사용하는 적응형 재사용(adaptive reuse) 조건의 산업용지 공급을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JTC, 2025·L1). 내재탄소 절감이라는 명분과 함께, 노후 수직 공장의 출구가 '철거 후 신축'만이 아니라는 신호입니다. 층고·하중 스펙이 유효한 건물이라면 용도의 재조합만으로 두 번째 수명을 얻을 수 있습니다.

국내 적용 — 1,547곳의 재고, 그러나 문제는 균질하지 않다

전국 지식산업센터는 미착공·건설 중을 포함해 약 1,547곳, 이 가운데 77%인 1,191곳이 수도권에 몰려 있습니다(경기 715·서울 395·인천 81, 산업단지공단 집계·L2). 경매 물건은 2021년 365건, 2022년 344건에서 2023년 609건, 2024년 1,348건, 2025년 2,749건(1~11월)으로 지수적으로 늘었습니다(L2). 다만 현장의 눈으로 보면 이 재고는 균질하지 않습니다. 배후에 판교·마곡처럼 실수요 클러스터를 둔 지산과, 아파트 규제를 피한 유동성이 만든 '입지 없는 지산'은 같은 통계 안의 다른 자산입니다. 전자는 사이클이 풀리면 흡수되지만, 후자는 소유 구조를 건드리지 않는 한 공실이 구조화됩니다. 서울 성수동 준공업지역의 지산이 여전히 프리미엄을 유지하는 것과 수도권 외곽 신규 지산의 미분양률이 40%를 넘나드는 것(L2)은 같은 상품의 양극단입니다.

K-KIC 인덱스 — 공실 지산을 정렬하는 네 개의 축

실무적으로 검증된 접근법은 1,547곳을 하나의 시장으로 보지 않고, 자산별 좌표를 점수화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를 K-KIC(Knowledge Industry Center) 인덱스로 설계할 것을 제안합니다.

측정 지표데이터 원천
① 공급 압력반경 5km 내 지산 재고·인허가 파이프라인산업단지공단 지식산업센터 현황, 건축HUB 인허가 API
② 수요 펀더멘털배후 클러스터 고용·입주 업종 다양성통계청 사업체조사, 국민연금 사업장 데이터
③ 소유 파편화도호실당 소유자 수·임대 통합 관리 여부등기부·건축물대장 API, 관리단 운영 실태
④ 전환 여력층고·하중·화물 동선 스펙, 용도 완화 가능성건축물대장, 산업집적법·지구단위계획

이 위에 5단계 재포지셔닝을 얹습니다. 1단계 진단 — 경매·공실 데이터를 자산 단위로 매핑해 '사이클 공실'과 '구조 공실'을 분리합니다. 2단계 통합 — 파편화된 호실의 임대를 위탁 통합하거나 마스터리스(master lease)로 묶어 단일 운영 주체를 복원합니다. 홍콩의 교훈처럼, 통합 없는 전환은 없습니다. 3단계 재조합 — 호실 단위 임대를 섹션·층 단위로 재편해 앵커 임차인이 들어올 수 있는 면적을 만듭니다. 4단계 용도 재편 — 층고·하중이 허용하는 자산은 도심형 물류(K-UFC), 연구·교육시설, 라이브커머스 스튜디오 등으로 입주 업종의 정의를 넓힙니다 — 산업집적법상 입주 허용 업종의 경직성이 병목인 만큼 제도 개선과 병행되어야 합니다. 5단계 운영 자산화 — 통합·재편이 끝난 자산을 임대수익 기반의 운영 자산으로 전환해 기관·리츠의 인수 대상 풀에 올립니다. JTC가 처음부터 하고 있던 것을, 우리는 거꾸로 복원하는 것입니다.

용유미 CSO 인사이트 — 지산 공실기의 다섯 가지 점검

① 공급과잉과 소유 결함을 분리하라: 사이클은 기다리면 풀리지만 구분소유의 집합행동 문제는 기다려도 풀리지 않는다 — 진단이 다르면 처방이 다르다.

② 경매 통계는 재고 전체의 성적표가 아니다: 배후 클러스터가 있는 지산과 유동성이 만든 지산을 같은 줄에 세우지 마라 — K-KIC의 축 ②가 먼저다.

③ 통합이 전환에 선행한다: 마스터리스·위탁 통합으로 의사결정 주체를 복원하기 전에는 어떤 용도 전환 시나리오도 실행되지 않는다.

④ 층고와 하중이 옵션가치다: 스펙이 좋은 노후 지산은 도심형 물류·스튜디오·연구시설의 후보군이다 — 칼랑웨이처럼 부수지 않고 다시 채우는 경로를 먼저 검토한다.

⑤ 제도의 방향을 읽어라: 홍콩식 건물 단위 인센티브가 국내에 도입된다면 수혜는 '통합 가능한 자산'에 먼저 간다 — 소유자 수가 적은 물건이 정책 옵션까지 갖는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지식산업센터의 위기는 수직 공장의 실패가 아니라 분양 상품의 실패이며, 운영 자산의 문법을 복원하는 쪽이 다음 사이클의 가격을 씁니다. ※ 본 칼럼은 시장·제도 관점의 독자 분석이며 투자권유·수익보장이 아닙니다. 인용 수치는 발표 기관·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지난주 물류센터 공급과잉(K-LVI)이 '사이클의 시차'를 다뤘다면, 오늘의 결론은 그보다 한 층 아래에 있는 소유 구조의 이야기입니다. 반도체 클러스터의 배후 수요를 다룬 K-SCI 인덱스와 겹쳐 읽으면, '어느 지산이 살아남는가'의 지도가 그려집니다. 관련하여 용유미 CSO의 공간·자산 전략 자문에서 더 깊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파이낸셜뉴스 (2025. 12. 8). "대출 막힌 '지식산업센터' 터질게 터졌다… 경매 2배 급증". fnnews.com — 수도권 경매 2,749건(+103.9%), 연도별 추이, 전국 1,547곳·수도권 1,191곳.

KB경영연구소 (2025. 8). "'투자 반토막' 났다는 지식산업센터, 공실 해결할 현실적인 대안은?". kbthink.com — 2022~24년 공급 65곳 평균 미분양률 37%(서울 43%·경기 32%).

이투데이·딜사이트경제TV (2025~2026). 지식산업센터 경매·낙찰가율 보도 종합 — 낙찰률 45.0%(2022)→25.0%(2025), 낙찰가율 88.7%→69.6%.

홍콩 특별행정구 정부 (2020. 1. 15). "LCQ15: Revitalisation scheme for industrial buildings". info.gov.hk — 2018년 활성화 스킴 6개 조치, 용적률 20% 완화, 신청 30건+·승인 12건.

JTC Corporation (2025). "Breaking new ground: JTC Space @ Tuas" 및 "IGLS site at Kallang Way — adaptive reuse". jtc.gov.sg — 램프업 36·플래티드 95 유닛 통합 개발, 적응형 재사용 산업용지.

Wadu Mesthrige, J. et al. (2020). "Revitalisation of industrial buildings in Hong Kong: New measures, new constraints?". Habitat International — 플래티드 팩토리의 기원과 전환 제약.

용유미 (2026). K-LVI(물류 공급과잉)·K-UFC(도심형 풀필먼트)·K-SCI(반도체 클러스터). yongyumee.com.

※ 변동 수치(경매 건수·낙찰가율·미분양률·재고)는 집계 기관·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발행일(2026. 07. 06) 기준입니다. 업계·언론 집계치(L2)는 1차 통계(법원·산업단지공단 원자료)로 재확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