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지를 가진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길을 어떻게 내느냐’입니다. 그런데 현장에서 길이 막히는 이유를 따라가 보면 공사비나 법리보다 훨씬 단순한 곳에서 멈춥니다. 도장을 받아야 할 사람이 한 명씩 늘 때마다 성공 확률이 곱해진다는 사실입니다. 건축법 제45조는 허가권자가 건축법상 도로의 위치를 지정·공고하려면 그 도로에 대한 이해관계인의 동의를 받도록 하면서, 이해관계인이 해외에 거주하는 등 동의를 받기 어려운 경우와 주민이 오랫동안 통행로로 이용해 온 사실상의 통로로서 조례로 정한 경우에는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쳐 지정할 수 있다고 정합니다(L1, 국가법령정보센터 조문 열람). 즉 동의는 원칙이고, 예외는 좁습니다.

이 글은 이 구조를 K-CNS(Consent Number Score) 동의 문턱 지수라는 한 장의 틀로 정리합니다. 직전에 다룬 맹지의 길값(K-LAP) 글이 ‘길이 생기면 값이 얼마나 오르는가’를 물었다면, 이번 글은 ‘그 길이 생길 확률이 어디서 깎이는가’를 묻습니다. 지수의 산식과 예시 수치는 모두 구조 설명용 가정치(L3)이며, 법률자문이나 투자권유가 아닙니다.

6,579건일본 건축기준법 제43조 제2항 제2호 허가
2023년도(L1, 국토교통성)
1,232건같은 조 제2항 제1호 인정
2023년도(L1, 국토교통성)
9,800건일본 무접도 부지 허가
2017년도(L1, NILIM 자료)
5m·74.1㎡주위토지통행권 인정 사례의 폭·면적
대법원 1995.9.29(L1)
K-CNS 동의 문턱 지수 인포그래픽 - 이해관계인 수별 진입로 확보 가능성(가정치)
K-CNS 동의 문턱 지수 — 막대의 값은 가정치(L3)이며 실측값이 아닙니다

이론적 배경 — 동의는 더하기가 아니라 곱하기입니다

Coase(1960)는 Journal of Law and Economics에서 거래비용이 없다면 권리가 누구에게 있든 자원은 가장 가치 높은 쪽으로 간다고 보았고, 현실에서 그렇지 않은 이유를 거래비용에서 찾았습니다(L1—학술 원전). 맹지의 길 문제는 이 거래비용이 가장 날것으로 드러나는 사례입니다. 길이 필요한 사람은 한 명인데 길을 내줄 사람은 여럿이고, 한 명이라도 거부하면 전체가 멈추기 때문입니다.

Heller(1998)는 Harvard Law Review에서 이 상황에 ‘반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anticommons)’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공유지의 비극이 ‘모두가 쓰려 해서 고갈되는 문제’라면, 반공유지는 ‘여러 사람이 배제권을 가져 아무도 쓰지 못하는 문제’입니다(L1—학술 논문). Buchanan과 Yoon(2000)은 Journal of Law and Economics에서 두 비극을 대칭적 구조로 모형화했습니다(L1—학술 논문, 쪽수 재확인 필요). 이 글은 여기에 가장 단순한 확률 구조를 얹습니다. 각 이해관계인이 동의할 확률을 p, 필요한 동의의 수를 n이라 하면 전원 동의 확률은 p의 n제곱입니다. p가 0.8로 꽤 높아 보여도 n이 6이면 0.26, 10이면 0.11까지 내려갑니다. 이 곱셈 구조는 필자의 단순화 가설이며 한국 맹지 현장 자료로 검증된 것이 아닙니다(L3).

글로벌 사례 — 동의 대신 ‘허가’를 설계한 나라들

일본은 건축기준법상 도시계획구역 안의 건축 부지가 원칙적으로 폭 4m 이상의 도로에 2m 이상 접해야 한다는 접도의무를 두면서(L1, 국토교통성 자료), 무접도 부지에는 예외 경로를 제도화했습니다. 제43조 제2항 제2호는 특정행정청이 건축심사회의 동의를 얻어 허가하는 방식이고, 허가 건수가 많아 다수 지자체가 정형 사안을 위한 포괄(일괄) 동의 기준을 미리 정해 둡니다(L1, NILIM 자료). 허가 건수는 2017년도 9,800건(이 가운데 피난통로 방식 7,772건, 79.3%), 2023년도 제2호 허가 6,579건과 제1호 인정 1,232건으로 보고됩니다(L1, NILIM·국토교통성). 허가 제도는 1998년 개정으로 건축주사 판단에서 특정행정청 허가로 바뀌었고, 2018년 개정으로 인정 제도가 더해졌습니다(L1, NILIM 자료). 핵심은 이웃 전원의 도장이 아니라 ‘정해진 기준을 충족하면 심사기관이 판단한다’는 구조라는 점입니다. 다만 허가는 건축 가능 여부를 풀어 줄 뿐 도로 부지의 사권 문제까지 해결하지는 않아 일본에서도 분쟁이 남는다는 업계 해설이 있습니다(L2).

미국은 같은 문제를 보통법의 필수 통행권(easement by necessity)으로 풉니다. 버몬트주 법률사무소의 해설에 따르면 이 권리는 공통 소유 토지가 분할되어 맹지가 생겼고 합리적으로 실행 가능한 접근로가 없을 때 인정되며, 이후 공도가 생기거나 다른 접근 수단이 생기면 소멸하는 임시적 성격을 가집니다. 같은 글은 인접 토지 소유자와의 협상이 소송보다 비용 면에서 낫고 범위 설정의 폭도 넓다고 정리합니다(L2, 법률사무소 해설이며 주별로 다름). 미국형은 ‘분할 전 하나의 땅이었다’는 역사를 요건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어떤 땅이 처음부터 맹지였던 한국의 많은 사례와 출발점이 다릅니다.

구분핵심 장치동의 구조근거 수준
한국 — 건축법 제45조도로 위치 지정·공고이해관계인 동의 원칙, 예외 2종L1 법령
한국 — 민법 제219조주위토지통행권(소송)동의 불요, 판결로 범위 확정L1 법령·판례
일본 — 건축기준법 제43조특정행정청 허가+심사회 동의기준 충족 시 심사 판단L1 정부 자료
미국 — 필수 통행권보통법 묵시 지역권분할 이력이 요건L2 법률 해설

국내 적용 — 세 갈래 길과 각각의 동의 문턱

한국에서 맹지가 길을 얻는 경로는 크게 세 갈래입니다. 첫째는 건축법 제45조의 도로 지정입니다. 앞서 본 것처럼 이해관계인 동의가 원칙이므로 n이 곧 문턱입니다. 도로 부지 필지가 여럿이면 n이 커지고, 지분이 여러 사람에게 쪼개져 있으면 같은 필지라도 동의자가 늘어납니다. 건축법상 도로는 폭 4m 이상이면서 허가권자가 지정·공고한 것 등을 가리키며, 지목이 ‘도’이거나 현황상 길이라는 사실만으로 건축법상 도로가 되지는 않습니다. 국토교통부 법령해석(2021.10.19, 안건번호 11138로 확인된 요약 기준)도 현황도로가 건축법상 도로로 인정되려면 지정 절차와 이해관계인 동의 등 요건을 갖췄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로 정리됩니다(L1, 법제처 법령해석 열람 요약이며 원문 재확인 필요).

둘째는 민법 제219조의 주위토지통행권입니다. 이 권리는 동의를 받는 대신 소송으로 확정합니다. 대법원 1995년 9월 29일 선고 94다43580 판결은 통행권의 범위를 통행권자에게 필요할 뿐 아니라 주위 토지 소유자의 손해가 가장 적은 장소와 방법의 범위 안에서 인정해야 한다고 보았고, 양 토지의 지형·위치, 이용 관계, 부근 지리 상황, 이해득실을 종합 고려한 끝에 폭 5m, 면적 74.1㎡를 인정했습니다(L1, 법제처 판례 열람). 여기서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통행권은 ‘통행할 수 있는 권리’이지 ‘건축법상 도로’가 아니며, 인정되는 폭이 건축허가에 필요한 폭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실무에서 나옵니다(L2, 실무 해설). 판결에는 시간과 비용이 들고 상대와의 관계가 깨집니다. 이 시간과 비용은 이 글에서 통계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L3).

셋째는 도로 부지 소유자와의 약정입니다. 통행지역권 설정이나 토지사용승낙이 여기에 속합니다. 이 경로는 n명 전원과의 계약이므로 곱셈 구조가 그대로 적용되지만, 대가를 얹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두 경로와 다릅니다. 한편 현황도로 쪽에서는 대법원 1995년 6월 13일 선고 94다56883 판결이 현황도로에 접한 기존 건축물이 적법하게 허가·등재된 경우 도로 소유자 동의 부재가 허가 거부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취지로 정부 정책뉴스에 소개되어 있습니다(L2, 정책뉴스 요약이며 판결 원문 재확인 필요). 이 판결을 모든 맹지에 일반화할 수는 없습니다. 이미 도로로 취급되어 온 길인지가 갈림길입니다.

K-CNS 동의 문턱 지수 — 산식과 가정 시나리오

K-CNS Index 산식 (가정, L3)

K-CNS = [ pn + (1 − pn) × q ] × 100

p = 이해관계인 1인당 동의 확률, n = 필요한 동의 인원, q = 동의가 안 될 때 예외 경로(조례상 사실상 통로 지정, 통행권 확정 등)로 구제될 확률입니다. 100에 가까울수록 진입로 확보 가능성이 높고, 낮을수록 동의 곱셈에 막힙니다. 예시는 p=0.8, q=0.3으로 고정한 가정입니다. 실제 p와 q는 필지마다 다르며 한국의 실측 분포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L3).

시나리오(가정)동의 인원 npn(전원 동의)K-CNS해석
A. 단독 소유 도로 부지10.8086협상 한 번으로 결판
B. 필지 3개 또는 공유 3인30.5166절반 확률로 전원 동의
C. 공유 지분 6인60.2648예외 경로 비중이 커짐
D. 상속 지분 10인 이상100.1138동의 경로는 사실상 폐쇄

표가 말하는 바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n이 1에서 3, 6, 10으로 늘 때 하락폭이 20점, 18점, 10점으로 점차 줄어드는 것은 q가 바닥을 받쳐 주기 때문입니다. 즉 지수의 하한은 사실상 예외 경로의 질이 정합니다. 둘째, 같은 길이라도 동의 인원이 많은 시나리오 D에서는 동의 경로보다 예외 경로(소송이나 조례상 지정)에 시간을 쓰는 편이 합리적일 수 있습니다. 위 수치는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계산이며, 계산 검산은 독자가 p와 q를 바꿔 직접 해 볼 수 있습니다(L3).

공공데이터로 ‘n’을 미리 세어 보기

동의 인원은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대부분 셀 수 있습니다. 토지대장·등기사항증명서로 길이 될 필지의 소유자 수와 지분 수를, 지적도로 도로 부지 필지 수와 폭을, 토지이음(국토교통부 토지이용규제정보서비스)으로 지구·구역 규제를 열람할 수 있고, 지자체 건축조례에서 ‘사실상 통로’ 지정 요건이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공공데이터포털에 토지소유정보나 연속지적도 관련 서비스가 있으나 제공 범위와 이용 조건은 이 글에서 직접 호출해 확인하지 않았습니다(L3). 등기부 열람이나 지분 파악은 개인정보와 관련되므로 법이 허용하는 범위에서 하셔야 합니다.

용유미 CSO 인사이트 — 길을 사기 전에 사람 수부터 세십시오

맹지 상담에서 가장 흔한 실수는 길의 폭과 길이를 먼저 재고 사람 수는 나중에 세는 것입니다. 순서를 뒤집어야 합니다. 첫째, 도로로 쓸 부지의 필지 수와 소유자·지분권자 수를 먼저 적어 n을 확정하십시오. 둘째, 그 n으로 동의 경로의 전원 동의 확률을 위 식으로 거칠게 계산해 보고, 예외 경로(조례상 사실상 통로, 통행권)가 열릴 수 있는지 담당 지자체와 전문가에게 먼저 물어 q를 가늠하십시오. 셋째, 동의 경로를 택한다면 한 명씩이 아니라 가장 어려운 한 명(해외 거주자, 연락 두절 지분권자, 상속 미등기 지분)부터 확인하십시오. 쉬운 동의를 아홉 번 받은 뒤 열 번째에서 막히는 것이 가장 비싼 실패입니다.

이 제안은 특정 토지의 매수나 매도를 권하는 것이 아니라 확인 순서에 대한 제안입니다(투자권유 아님). 도로가 생겨도 지가 상승이나 수익이 보장되지 않으며, 개별 사안은 변호사·행정사·감정평가사 등 전문가와 확인하셔야 합니다.

반증 조건(Kill-criteria) — 이 프레임이 틀렸다고 판단할 기준

① 2027년 6월 말까지 법원 판결문 또는 지자체 도로 지정 사례 표본 30건 이상을 모아 보았을 때 동의 필요 인원과 도로 지정 성공률 사이에 뚜렷한 음의 관계가 확인되지 않으면, 곱셈 구조 가설을 폐기합니다.

② 2026년 12월 말까지 건축법 제45조의 이해관계인 동의 예외가 확대(예: 소유자 불명 필지 포함)되어 시행되면, 이 글의 p와 n 중심의 설계는 현행 제도를 전제로 한 것이므로 지수의 산식을 재설계합니다.

③ 주위토지통행권 판결에서 건축허가에 필요한 폭이 일관되게 인정된다는 자료가 나오면 통행권 경로의 q를 상향 조정합니다.

맺으며 — 그리고 가장 약한 고리

일본은 동의를 심사로 바꾸었고, 미국은 분할 이력이라는 요건으로 권리를 인정했고, 한국은 동의를 원칙으로 두고 예외를 좁게 열어 두었습니다. 같은 맹지 문제라도 제도가 다르면 사람의 협상 순서가 달라집니다. 길은 땅에 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납니다.

가장 약한 고리는 네 가지입니다. 첫째, K-CNS의 p·q·n과 표의 모든 지수값(86·66·48·38)은 가정치(L3)이며 한국의 맹지 도로 지정 성공률 통계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이것이 가장 큰 약점입니다. 둘째, 건축법 제44조 접도 2m 요건과 제45조의 세부 위임 규정은 조문 전체를 이 글에서 대조하지 못했고 제45조는 열람 요약에 의존했습니다(L2). 셋째, 대법원 94다56883 판결은 정부 정책뉴스 요약에 의존했으며 판결 원문을 확인하지 못했습니다(L2). 넷째, 일본 허가 제도의 건수는 제도 맥락이 달라 한국의 도로 지정 건수와 직접 비교할 수 없습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1. 국가법령정보센터, 건축법 제45조(도로의 지정·폐지 또는 변경) — 이해관계인 동의 원칙과 예외(해외 거주, 조례상 사실상 통로의 건축위원회 심의). (L1 — 법령, 열람 요약)

2. 법제처 국가법령정보센터 판례, 대법원 1995. 9. 29. 선고 94다43580 판결(주위토지통행권) — 범위 판단 기준, 폭 5m·74.1㎡. (L1 — 판례, 열람 요약) / 법제처 법령해석, 지목이 도로인 현황도로의 건축법상 도로 여부(2021.10.19, 안건 11138). (L1 — 요약 기준, 원문 재확인 필요)

3. 대한민국 정책브리핑(korea.kr), [지상민원실] 현황도로 붙어있는 땅 건축 제한사유 없으면 허가해야 — 대법원 1995.6.13. 선고 94다56883 소개. (L2 — 정책뉴스 요약, 판결 원문 재확인 필요)

4. 国土交通省, 接道規制のあり方について — 접도의무, 제43조 제2항 제2호 허가 6,579건·제1호 인정 1,232건(2023년도). (L1 — 정부 자료) / 国土技術政策総合研究所(NILIM), 43条許可の制度概要 — 2017년도 9,800건, 1998년 개정·2018년 개정. (L1 — 정부 연구기관 자료)

5. DRM (Dinse), Implied Easements to Access Landlocked Property — 필수 통행권 요건과 협상의 비용 효율. (L2 — 법률사무소 해설, 버몬트주 기준)

6. Coase, R. H. (1960). “The Problem of Social Cost.”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3, 1–44. (L1 — 학술 원전, 쪽수 재확인 필요)

7. Heller, M. A. (1998). “The Tragedy of the Anticommons: Property in the Transition from Marx to Markets.” Harvard Law Review, 111(3), 621–688. (L1 — 학술 논문, 쪽수 재확인 필요)

8. Buchanan, J. M. & Yoon, Y. J. (2000). “Symmetric Tragedies: Commons and Anticommons.” Journal of Law and Economics, 43(1), 1–13. (L1 — 학술 논문, 쪽수 재확인 필요)

※ L태그 표기 — L1: 공개 1차 자료(법령·정부·기관 공식문서·학술 원전) / L2: 통념·보도·기관 분석 / L3: 추정·확인 필요. K-CNS Index와 산식, p=0.8·q=0.3, 표의 n·전원 동의 확률·지수 값(86·66·48·38)은 필자가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둔 가정치이며(L3), 특정 토지나 거래의 실측값이 아닙니다. 현장 경험 서술은 비유입니다(L3).

면책 —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및 시장 구조 분석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부동산·거래·금융상품에 대한 투자 권유나 청약·유인이 아닙니다. 수익률, 지가 상승, 허가 가능성을 보장하지 않습니다. 본문은 투자자문·법률자문·세무자문이 아니며, 개별 사안은 반드시 변호사·행정사·감정평가사 등 관련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에 인용된 기관·언론사·사업체는 필자 또는 용유미닷컴과 제휴·자문·검증 관계가 없는 독자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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