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7월 22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용하지만 구조적으로 중요한 공모 하나를 시작했습니다. 도심의 공실 상가·업무시설·숙박시설 — 즉 비(非)주택 건물을 주거 용도로 바꿔 LH가 사들인 뒤 청년·신혼부부에게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비주택 용도변경 리모델링 매입약정' 사업, 우선 목표 2,000호입니다(L1~L2, 보도 다수 교차). 부동산 현장에서 공실은 오랫동안 '손실'과 동의어였습니다. 그러나 20년간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보면, 공실은 손실이 아니라 아직 용도를 바꾸지 않은 재고(在庫)입니다. 방마다 욕실이 달린 모텔, 엘리베이터와 주차장을 갖춘 오피스, 역세권에 앉은 빈 상가 — 건물은 멀쩡한데 쓰임만 끝난 자산이 도심 한가운데에 쌓여 있습니다. 오늘의 질문은 단순합니다 — 빈방과 빈 사무실은 왜 집이 되지 못했는가, 그리고 지금 무엇이 바뀌고 있는가.

2,000호LH 비주택 전환 우선 공급 목표(2026.7)
'27 상반기용도변경 리모델링 착공 목표
$36억캘리포니아 홈키 누적 투입(모텔→주거)
1만호주거복지로드맵 2.0 리모델링 공급 목표

이론 — 전환(Conversion)은 '최유효이용'의 재산정이다

논의의 출발점은 감정평가의 오래된 개념인 최유효이용(最有效利用, highest and best use)입니다. 부동산의 가치는 그 부동산이 놓인 용도가 창출하는 현금흐름의 함수이며, 시장이 변하면 '가장 값을 만드는 쓰임'도 바뀝니다. 온라인 소비가 상가의 쓰임을, 재택·하이브리드 근무가 오피스의 쓰임을, 여행 패턴 변화가 노후 숙박업의 쓰임을 각각 깎아낸 자리에서, 도심 주거 수요는 오히려 만성적으로 공급을 초과합니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공간의 총량 부족이 아니라 용도의 미스매치에 기인합니다. 해외 학계가 적응적 재사용(adaptive reuse)이라 부르는 이 전략은, 건물을 부수고 다시 짓는 대신 구조체를 남기고 쓰임을 갈아 끼우는 방식으로 미스매치를 해소합니다. 철거·신축 대비 공사 기간이 짧고, 골조를 재사용하므로 내재탄소(embodied carbon) 배출도 줄어듭니다.

전환이 성립하는 조건은 부등식 하나로 요약됩니다. '매입가 + 전환 공사비 + 인허가 비용 < 동일 입지 신축 원가(또는 임대 현금흐름의 현재가치)'. 다수의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 이 부등식에서 건물 유형별 유불리가 극명하게 갈린다는 점입니다. 숙박시설은 객실마다 욕실·급배수 스택이 이미 설치되어 있어 대규모 배관 공사 없이 원룸형 주거로 바꿀 수 있는, 구조적으로 가장 전환 친화적인 유형입니다(서울시가 2016년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을 시작하며 주목한 바로 그 특성입니다, L2). 반면 오피스는 평면이 깊어 안쪽 공간이 채광·환기 기준을 맞추기 어렵고, 세대별 급배수를 새로 심어야 하므로 공사비 변동성이 큽니다. 전환 투자는 '싼 건물'이 아니라 '전환 비용이 작은 구조'를 사는 게임입니다.

글로벌 사례 — 세 도시의 성공, 그리고 한 도시의 경고

제도적 프레임워크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비주택의 주거 전환은 이미 여러 나라가 정책 상품으로 정착시킨 영역입니다. 성공 사례와 실패 사례를 함께 놓아야 우리의 설계도가 정확해집니다.

① 미국 캘리포니아 — 프로젝트 홈키(Project Homekey). 캘리포니아주는 2020년부터 팬데믹으로 비어 버린 모텔·호텔을 주 정부 보조금으로 매입·전환해 주거 취약계층 주택으로 공급하는 홈키 사업을 진행해 왔습니다. 누적 투입은 약 36억 달러, 전환·공급 규모는 1만 5천 호 내외로 집계되며, 호당 비용이 신축 지원주택 대비 낮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L2). 핵심은 속도입니다 — 이미 서 있는 건물을 사서 고치는 방식이라, 인허가·착공·준공의 신축 사이클을 크게 단축했습니다.

② 미국 뉴욕 — 호텔전환법과 초대형 오피스 전환. 뉴욕주는 2021년 호텔을 저렴주택으로 전환하는 것을 지원하는 법(Housing Our Neighbors with Dignity Act)을 제정해 공실 호텔 매입·전환의 법적 통로를 열었고(L2), 맨해튼 금융지구에서는 노후 오피스 25 워터 스트리트가 약 1,300세대 주거로 바뀌며 미국 최대급 오피스→주거 전환 사례로 기록됐습니다(L2). 시 차원의 용적·용도 규제 완화가 전환 물량을 뒷받침합니다.

③ 영국 — PDR의 물량, 그리고 품질의 경고. 영국은 2015년 이후 허가면제 개발권(Permitted Development Rights, PDR)으로 오피스→주거 전환을 계획허가 없이 허용해 수만 호의 주택을 만들어 냈습니다(L2~L3, 집계 기준에 따라 상이). 그러나 창문 없는 유닛, 최소 면적 미달 등 품질 논란이 잇따르자 2020년 이후 자연채광·최소면적 기준을 의무화했습니다(L2). 전환은 물량의 지름길이지만, 기준 없는 전환은 미래의 불량 재고를 만든다는 것이 영국의 경고입니다.

일본의 경험도 참고할 만합니다. 도시재생기구(UR)가 기성시가지에서 공공임대 공급의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 온 제도 변화는, 공공이 매입·전환의 '앵커'로 서는 한국형 매입약정 모델과 구조적으로 닮아 있습니다(정광섭 외, 한국 학술 문헌, L2).

국내 적용 — 6년을 돌아온 정책, 이번이 세 번째 파도다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이번 LH 공모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닙니다. 첫 번째 파도는 2016년 서울시의 리모델링형 사회주택이었습니다. 여관·모텔·빈 사무실을 셰어하우스·원룸형으로 고쳐 반값 월세로 공급하는 실험이 400실 규모로 시작됐습니다(L2). 두 번째 파도는 2020년 3월 주거복지로드맵 2.0이었습니다. 매입 대상을 노후 고시원에서 노후 모텔·여관 등 숙박시설까지 확대하고 2025년까지 리모델링으로 1만 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가 명시됐고(L1~L2), 2020~2021년에는 관광호텔을 청년 임대주택으로 바꾸는 사업이 실제로 집행됐습니다(L2). 그리고 세 번째 파도가 이번 매입약정입니다 — 민간이 비주택을 리모델링하면 LH가 사전 약정으로 매입을 보증하고, 서류심사→사전검증→매입약정→용도변경 리모델링→매입·공급의 절차로 2027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합니다(L1~L2). 민간의 공사 리스크를 공공의 매입 확약으로 지우는, 구조적으로 진일보한 설계입니다.

다만 냉정한 반론도 함께 놓아야 합니다. 생활숙박시설·지식산업센터·상가를 무조건 주거로 바꾸면 공급이 늘어난다는 산식은 성립하지 않습니다. 리모델링 공사비 상승, 임대 운영의 지속 가능성, 상권 기능을 들어낸 자리의 공동화(空洞化) 우려가 전문지에서 반복 지적되고 있습니다(L2). 실제로 2020~2021년 호텔 전환 사업도 공사비 상승과 신축 매입약정 대비 사업성 문제로 탄력이 꺾인 바 있습니다(L2). 전환은 만능열쇠가 아니라 조건부 해법입니다 — 그래서 어떤 건물이 조건을 충족하는지 가려내는 계량 프레임이 필요합니다.

용유미 CSO의 K-NRC Index — 비주택 주거 전환 5단계

장기적 자산가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비주택 전환 투자는 '싼 공실을 줍는 일'이 아니라 전환 부등식이 성립하는 구조를 선별하는 일입니다. 자산화 시리즈의 문법 그대로, 비주택의 주거 전환 가능성을 계량하는 K-NRC(Non-Residential Conversion) Index 5단계를 제안합니다.

단계점검 축핵심 질문데이터·근거
1단계공실·수요 미스매치해당 입지의 비주택 공실과 1~2인 주거 수요가 교차하는가상권정보시스템, 한국부동산원 상업용 공실률, 통계청 SGIS 1인가구 격자
2단계구조·평면 적합성욕실·급배수 스택, 채광 깊이, 층고·피난 구조가 주거 기준을 감당하는가건축물대장(용도·구조·연면적), 현장 실사, 구조안전진단
3단계제도·인허가용도지역상 주거 전환이 가능하고 주차·일조 등 완화 특례를 받을 수 있는가토지이음(용도지역·지구단위계획), 건축법·주택법, LH 공모 요건(L1~L2)
4단계사업성(전환 부등식)매입가+공사비+인허가 비용이 신축 원가·매입약정가 아래에 있는가실거래가 공개시스템, 표준 공사비, LH 매입약정 단가
5단계운영·커뮤니티임대 운영 주체와 근생 혼합 설계로 공동화·낙인 효과를 피할 수 있는가운영사 실적, 영국 PDR 품질 기준 사례(L2), 지자체 협의

다섯 축을 결합하면 프롭테크 상품 하나가 곧바로 도출됩니다. 건축물대장 API로 용도·구조·연면적·사용승인일을 읽어 전환 친화 구조(숙박·소형 업무시설)를 판별하고, 한국부동산원 공실률과 통계청 SGIS 1인가구 격자를 조인해 미스매치 점수를 매긴 뒤, 토지이음의 용도지역·지구단위계획으로 인허가 통로를 확인하고, 실거래가·표준 공사비로 전환 부등식을 자동 계산하면 — '이 빈 건물이 몇 호의 집으로, 얼마의 비용으로 되살아나는가'를 지도 위에서 보여 주는 스크리닝 엔진이 됩니다. 타깃 사용자는 셋입니다. 공실을 안고 있는 비주택 소유자, LH 매입약정 공모에 응할 리모델링 시행사·건설사, 그리고 관내 공실을 주거 재고로 바꾸려는 지자체입니다. 기존 매물 플랫폼과의 차별점은 명확합니다 — '얼마에 나온 건물인가'가 아니라 '무엇으로 바뀔 수 있는 건물인가'를 먼저 답한다는 것입니다.

용유미 CSO 인사이트 — 공실을 집으로 바꾸는 다섯 가지 점검

① 공실은 손실이 아니라 재고다: 쓰임이 끝난 건물은 가치가 소멸한 것이 아니라 최유효이용이 재산정을 기다리는 상태다. 전환은 그 재산정을 실행하는 기술이다.

② 구조가 사업성을 결정한다: 욕실·배관이 세대 단위로 이미 깔린 숙박시설이 전환 1순위, 깊은 평면의 오피스는 채광·설비 리스크를 먼저 계산해야 한다. '싼 건물'이 아니라 '전환 비용이 작은 구조'를 골라야 한다.

③ 매입약정은 리스크의 이전 장치다: 민간이 공사하고 공공이 매입을 확약하는 구조는 준공 후 미분양 리스크를 지운다. 다만 약정 단가와 공사비 상승분의 간극이 사업 성패를 가른다 — 2020~2021년 호텔 전환의 교훈이다(L2).

④ 영국의 경고를 기억하라: 기준 없는 전환은 물량을 만들지만 불량 재고도 만든다. 채광·최소면적·커뮤니티 설계를 갖춘 전환만이 10년 뒤에도 자산으로 남는다(L2).

⑤ 판정 데이터를 먼저 쥐는 쪽이 앞선다: 건축물대장 × 공실률 × 1인가구 격자 × 용도지역을 조인해 전환 후보를 계량하는 도구를 먼저 만드는 쪽이, 공모가 반복될 이 시장에서 가장 먼저 움직인다(투자권유 아님).

핵심은 하나입니다. 이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주시해야 합니다 — 공실의 시대는 전환의 시대이고, 빈방은 아직 값을 바꾸지 않은 집일 수 있습니다. ※ 본 칼럼은 시장·정책 관점의 독자 분석이며 투자권유·수익보장이 아닙니다. 용도변경·리모델링·매입약정 판단은 개별 건물의 구조·권리·규제와 공모 요건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관련 법령과 건축·법률·세무 전문가 확인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번 재생·전환 시리즈는 하나로 이어집니다. K-OTR(오피스의 주거 전환)이 '비는 사무실'을, K-ARC(적응적 재사용)이 '전환의 문법'을, K-GRR(그레이필드 재생)이 '죽어가는 상업 시설'을 계량했다면, 오늘 K-NRC는 LH 매입약정이라는 실제 공모를 계기로 상가·오피스·숙박시설 전체를 하나의 전환 프레임에 올립니다. 공간의 흥망성쇠에서 '망(亡)'은 끝이 아니라 다음 '흥(興)'의 재료입니다. 관련하여 용유미 CSO의 공간·자산 전략 자문에서 더 깊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한국토지주택공사(LH) (2026. 7. 22). '비주택 용도변경 리모델링 매입약정방식 사업자 공모' — 공실 상가·업무시설·숙박시설의 주거 용도변경 후 매입, 청년·신혼부부 공공임대 2,000호 우선 공급, 7. 27 접수 개시, 서류심사→사전검증→매입약정→용도변경 리모델링→매입·공급, 2027년 상반기 착공 목표. 이투데이·전민일보·국제뉴스 등 보도 교차(L1~L2).

국토교통부 (2020. 3. 20). 「주거복지로드맵 2.0」 — 리모델링 매입 대상을 노후 고시원에서 노후 모텔·여관 등 숙박시설로 확대, 2025년까지 1만 가구 공급, 사업 주체를 LH 외 지방공사 등으로 다각화. 연합뉴스·뉴스핌 등 보도(L1~L2).

서울특별시 (2016. 2). 리모델링형 사회주택 400실 공급 — 여관·모텔·빈 사무실 등 비주택을 셰어하우스·원룸형으로 개조, 숙박시설의 세대별 욕실 특성 활용. 매일경제·이데일리 보도(L2).

California Department of Housing and Community Development. Project Homekey — 모텔·호텔 매입·전환 방식 지원주택, 누적 약 36억 달러 투입·1만 5천 호 내외 공급, 신축 대비 호당 비용 절감 평가(L2, 집계 시점별 상이).

New York State (2021). Housing Our Neighbors with Dignity Act — 공실 호텔의 저렴주택 전환 지원 법제. 및 25 Water Street 오피스→주거 약 1,300세대 전환 사례(L2).

UK Ministry of Housing, Communities & Local Government. Permitted Development Rights(허가면제 개발권) — 2015년 이후 오피스→주거 전환 수만 호(집계 기준별 상이, L3), 품질 논란에 따른 2020년 자연채광·최소면적 기준 의무화(L2).

정광섭 외. 「기성시가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일본 도시재생기구(UR)의 역할 변화」. 한국 학술 문헌(네이버 전문정보 수록, L2).

파이낸셜뉴스 (2026. 6. 27). "주택 공급 늘리려다 유령도시 된다 — 낡은 용도규제" — 비주택 일괄 주거 전환의 한계(리모델링 비용·임대 운영·공동화 우려) 지적(L2).

용유미 (2026). K-OTR(오피스 주거 전환)·K-ARC(적응적 재사용)·K-GRR(그레이필드 재생). yongyumee.com.

※ 인용 수치(LH 공모 세부, 홈키 누적 투입·호수, 뉴욕·영국 사례, 로드맵 목표)는 발행일(2026. 07. 23) 기준 보도·공개자료이며 집계 시점·기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L2·L3 표기 항목은 1차 자료로 재확인이 필요합니다. 실제 용도변경·매입약정·리모델링 판단은 공모 공고문 원문과 건축·법률·세무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