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도입 — 탄소 다음은 자연이다
지난 며칠 이 지면이 다룬 것은 모두 탄소였습니다. 배출에 가격표가 붙으면 저효율 자산이 할인(K-BDI)을 맞고, 건물의 지능에 등급(K-AOI)이 붙기 시작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오늘 다룰 것은 그 다음 줄에 서 있는 항목입니다 — 자연 그 자체입니다.
영국은 2024년 2월 12일부터 대부분의 주요 개발사업에, 4월 2일부터는 소규모 부지까지, 생물다양성 순증(BNG — Biodiversity Net Gain, 개발 이후의 생물다양성이 개발 이전보다 최소 10% 늘어나도록 법이 요구하는 제도) 10%를 법적 인허가 조건으로 의무화했습니다. 그리고 2026년 11월 2일부터는 발전소·송전망·항만 같은 국가중요기반시설(NSIP)에까지 동일한 10% 요건이 확대 적용됩니다. 정부는 업종별 예외나 자율 방식을 도입하지 않고 모든 NSIP 유형에 일관된 10%를 적용하기로 확정했습니다.
여기서 부동산이 주목해야 할 지점은 '자연 보호'라는 구호가 아닙니다. 제도의 설계 방식입니다. 개발자는 세 단계 위계를 따라야 합니다 — ①부지 내에서 확보하고, 안 되면 ②부지 밖의 생물다양성 유닛을 사서 채우고, 그것도 안 되면 ③법정 크레딧을 최후수단으로 매입합니다. 이 위계가 만든 결과가 결정적입니다. 자연이 거래 가능한 조달 품목이 되었고, '생물다양성 유닛'이라는 시장이 실제로 열렸습니다. 땅을 가진 사람이 그 땅의 생태를 복원해 유닛을 만들어 개발자에게 파는 구조가 생긴 것입니다. 탄소에 가격표가 붙는 데 20년이 걸렸다면, 자연에 가격표가 붙는 데는 그보다 짧게 걸리고 있습니다.
2. 이론적 배경 — 자연자본은 어떻게 '부채'가 되는가
회계의 언어로 말하면, 지금 벌어지는 일은 자연자본(natural capital — 토양·물·생물다양성처럼 인간에게 편익을 제공하는 자연의 스톡)이 대차대조표의 오른쪽으로 이동하는 사건입니다. 종전에 자연은 개발의 배경이었습니다. 부지 위의 나무와 습지는 값이 매겨지지 않았고, 밀어내는 데 비용이 들지 않았습니다. BNG는 이 전제를 정면으로 뒤집습니다. 개발로 훼손되는 생물다양성이 정량화되고(영국은 법정 생물다양성 메트릭이라는 계산식을 씁니다), 그 훼손분에 10%를 더해 갚아야 하므로, 자연은 개발자가 반드시 결제해야 하는 부채가 됩니다.
부동산 가치평가로 번역하면 경로는 어제 다룬 브라운 디스카운트와 놀랄 만큼 닮았습니다. 첫째, 개발원가가 오릅니다. 부지 내 녹지를 남겨야 하므로 실질 건폐·개발 가능 면적이 줄고, 부족분은 부지 외 유닛 구매비로 현금 유출됩니다. 둘째, 인허가 리스크가 생깁니다. BNG는 권고가 아니라 인허가 요건이므로, 충족하지 못하면 사업이 서지 않습니다. 비용이 아니라 자격의 문제라는 점에서 EU의 최저성능기준과 같은 문법입니다. 셋째, 그리고 이것이 자주 간과되는데, 반대편에 수익이 생깁니다. 생태적으로 복원 가능한 저활용 토지 — 경사지, 유휴 농지, 폐부지 — 를 가진 소유자에게는 유닛 공급자라는 새로운 수익 트랙이 열립니다.
여기서 어제의 유휴부지 자산화(K-IDL) 논의와 오늘의 이야기가 맞물립니다. 개발 가치가 낮아 놀려두던 땅이, 자연자본 시장에서는 공급 자산이 됩니다. 개발이 안 되는 땅이라서 가치가 없는 것이 아니라,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팔 것이 남아 있는 땅이 되는 역전입니다. 부동산에서 새로운 시장이 열릴 때 값이 가장 크게 움직이는 자산은, 언제나 종전 기준으로 저평가돼 있던 쪽이었습니다.
3. 글로벌 동향 — 의무화, 시장화, 그리고 공시
영국(의무화 + 유닛 시장)이 가장 앞서 있습니다. BNG 10%는 이미 2년 넘게 집행 중이고, 2026년 11월 NSIP 확대는 시장의 성격을 바꿀 사건으로 평가됩니다. 대형 에너지·인프라 사업은 훼손 면적 자체가 크기 때문에, 부지 외 유닛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서식스·켄트·햄프셔처럼 에너지 인프라 사업이 몰린 지역에서는 부지 외 유닛의 가용성과 가격에 경쟁 압력이 생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업계 법률자문 전망 — 확인 필요 구간(L2~L3)). 수요는 법이 만들고 공급은 토지가 만드는 시장이므로, 공급이 희소한 지역에서 가격이 뛰는 것은 부동산에서 익숙한 구조입니다.
국제 공시 체계(TNFD)는 다른 축에서 같은 방향으로 밉니다. 기후 관련 공시(TCFD)가 탄소를 기업 재무의 언어로 끌어올렸듯, 자연 관련 재무정보 공시(TNFD — 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는 기업이 자연에 의존·영향을 미치는 정도를 공시하도록 요구합니다. 공시가 자리 잡으면 기관투자자·대주는 자연 리스크가 큰 자산에 다른 조건을 매기기 시작합니다. 규제가 개발 단계에서 비용을 물린다면, 공시는 자본 조달 단계에서 값을 매기는 장치입니다.
| 지역·체계 | 접근 방식 | 핵심 수치·시점 | 부동산 전달 경로 |
|---|---|---|---|
| 영국 | 인허가 의무(BNG) | 10% 순증, 2024.2 시행 → 2026.11.2 NSIP 확대 | 개발원가↑·인허가 자격 / 유닛 공급자엔 수익 |
| 영국(시장) | 생물다양성 유닛 거래 | 부지내 → 부지외 유닛 → 법정크레딧(최후수단) | 저활용 토지가 '공급 자산'으로 전환 |
| 국제(TNFD) | 자연 관련 재무공시 | 자연 의존·영향의 공시 프레임 | 자본조달 조건·대출 스프레드에 반영 |
| 대한민국 | 계획규제(생태면적률 등) |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24~2028), 생태계서비스 연 34조 원 | 인허가 기준엔 반영, 자산가격엔 미반영 |
표의 마지막 줄이 오늘의 문제의식입니다. 한국에는 제도가 없지 않습니다. 없는 것은 시장입니다.
4. 국내 현황 — 지도는 그렸는데, 값은 매기지 않았다
한국의 자연자본 인프라는 생각보다 촘촘합니다. 첫째, 생태면적률이 개발사업의 계획 단계에서 일정 비율의 자연순환 기능 면적을 확보하도록 요구합니다. 둘째, 도시생태현황지도(비오톱 지도)가 「자연환경보전법」 제34조의2에 근거해 작성·운영되며, 법령상 5년 주기로 갱신됩니다. 셋째,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24~2028)이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돼 이행 중이고,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2026년 5월 12일 시행되며 도시생태현황지도 관련 규정이 정비됐습니다. 넷째, 국가 차원의 생태계 평가가 진행돼 생태계서비스의 연간 경제적 가치가 2020년 기준 약 34조 원으로 추산됐습니다(정부 보고서 추산 — 평가 방법론에 따라 편차가 크므로 L2~L3로 읽어야 합니다).
즉 한국은 자연을 지도로 그렸고, 계획으로 규율하고, 총량의 값까지 추산했습니다. 그런데 딱 하나가 없습니다 — 그 값이 개별 필지의 가격으로 내려오지 않습니다. 생태면적률은 인허가 통과 여부를 가르는 체크박스일 뿐 초과 달성에 보상이 없고, 미달에 시장 가격이 붙지도 않습니다. 34조 원이라는 총량은 국가 통계일 뿐, "이 필지의 생태 가치가 얼마인가"라는 질문에는 답하지 못합니다. 영국이 만든 것과 한국이 못 만든 것의 차이는 정확히 여기입니다. 영국은 자연을 단위(unit)로 쪼갰고, 한국은 총량(兆)으로만 셌습니다. 쪼개지지 않는 것은 거래되지 않고, 거래되지 않는 것에는 가격이 생기지 않습니다.
현장의 감각으로 덧붙이면, 이 공백은 두 방향의 손실을 낳습니다. 개발사업자는 생태 규제를 순수 비용으로만 인식해 최소 준수에 머물고, 저활용 토지 소유자는 자신의 땅이 가진 생태적 가치를 현금화할 통로가 없어 그냥 놀립니다. 양쪽 모두에게 손해인 구조가, 단지 '단위와 시장'이 없다는 이유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5. 데이터·지표 — K-BNI(자연자본 노출 지수) 설계안
본질적으로 한 필지의 자연자본 노출은 현재의 생태적 질, 개발 시 훼손될 양, 제도가 요구할 회복량, 그리고 복원의 물리적 난이도에 흩어진 미시 정보입니다. 그러나 의사결정이 요구하는 것은 하나 — '내 토지·개발사업에서 자연 규제가 도착했을 때 비용을 물 쪽은 어디이고, 반대로 팔 것이 남은 쪽은 어디인가'라는 분류입니다. 네 축을 결합해 필지별 K-BNI(Biodiversity·Natural capital Index, 자연자본 노출 지수)를 산정합니다.
① 기저 생태질(Baseline Quality) — 도시생태현황지도(비오톱 등급)와 생태·자연도를 필지에 결합해 현재의 생태적 질을 점수화합니다. 영국의 법정 메트릭이 '개발 전 상태'를 먼저 측정하는 것과 같은 층위이며, 이것이 없으면 순증도 순손실도 계산되지 않습니다. ② 훼손 노출도(Impact Exposure) — 개발 계획의 건폐·토공 규모와 생태면적률 기준의 격차로, 제도가 강화될 경우 부담해야 할 회복량을 추정합니다. 노출도가 큰 사업일수록 원가 충격이 큽니다. ③ 복원 탄력성(Restoration Elasticity) — 토양·수계·경사·주변 생태축 연결성으로 복원의 난이도와 단가를 평가합니다. 같은 면적이라도 생태축에 붙은 땅은 복원 효과가 크고, 고립된 땅은 값이 덜 나갑니다. ④ 공급 잠재력(Supply Potential) — 개발압이 낮고 생태 복원 여지가 큰 토지는 비용 부담자가 아니라 유닛 공급자가 될 수 있으므로, 이 축은 음(−)의 노출, 즉 기회로 계산합니다.
앞선 지수들과의 관계로 정리하면 선명해집니다. K-BDI가 손실의 순위를, K-AOI가 수익의 순위를 겨눴다면, K-BNI는 방향의 분류를 겨눕니다 — 이 땅이 앞으로 자연 규제의 지불자가 될 것인가, 수취자가 될 것인가입니다. 그리고 그 답은 대개 지금의 개발 가치와 반대 방향으로 나옵니다. 개발압이 높은 도심 부지는 지불자가 되고, 개발압이 낮아 값이 눌려 있던 외곽·경사·유휴 토지는 수취자가 됩니다.
6. 투자 전략 및 결론 — 쪼개지지 않는 가치에는 가격이 붙지 않는다
현장 경험에 비추어 지금 점검할 액션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보유·검토 토지의 비오톱 등급을 한 번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도시생태현황지도는 지자체가 공개하고 있고, 비용은 들지 않습니다. 이 한 번의 조회가 그 땅이 앞으로 자연 규제의 지불자인지 수취자인지를 가르는 첫 신호입니다. 둘째, 개발 실사 체크리스트에 '생태 회복 원가' 칸을 신설하는 것입니다. 생태면적률을 인허가 통과 여부로만 다루지 말고, 초과 확보에 드는 비용과 규제 강화 시 추가될 부담을 토지 매입 협상의 가격 요소로 편입하는 순간, 규제는 남이 매기는 벌점이 아니라 내가 쓰는 카드가 됩니다. 셋째, 저활용 토지를 '개발 실패 자산'이 아니라 '자연자본 공급 후보'로 재분류해 보는 것입니다. 다만 한국에는 아직 유닛 거래 제도가 없으므로, 이것은 제도가 도입될 경우에 대비한 사전 분류일 뿐 현재 수익이 보장되는 트랙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둡니다.
본질적으로 2026년 11월 영국의 NSIP 확대는 우리와 상관없는 남의 나라 인허가 규정 하나가 아닙니다. 그것은 자연이 개발의 배경에서 개발의 조달 품목으로 이동하는 과정이 어디까지 왔는지를 보여주는 좌표입니다. 탄소가 걸어온 길을 떠올려 보면 순서는 익숙합니다 — 먼저 측정되고, 다음에 공시되고, 그 다음에 가격이 붙고, 마지막에 자산가치로 자본화됩니다. 자연은 지금 측정과 공시 사이 어딘가에 있고, 영국은 이미 가격 단계에 진입했습니다.
한국은 지도를 그렸고 총량을 셌습니다. 남은 일은 그것을 필지 단위로 쪼개는 일입니다. 쪼개지지 않는 가치에는 가격이 붙지 않고, 가격이 없는 자산은 시장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향후 10년, 토지의 값은 '무엇을 지을 수 있는가'만이 아니라 '무엇을 남겨 팔 수 있는가'로도 갈릴 것입니다. 지금 개발 가치가 낮다는 이유로 아무도 쳐다보지 않는 땅들이, 그 문장이 참이 되는 날 가장 먼저 다시 계산될 것입니다.
① 보유·검토 토지의 도시생태현황지도(비오톱 등급)·생태·자연도를 조회해 기저 생태질을 확인 ② 개발 실사 체크리스트에 '생태 회복 원가'(생태면적률 초과 확보 비용·규제 강화 시 추가 부담) 칸을 신설해 토지 매입 가격 협상 요소로 편입 ③ K-BNI Index로 '기저생태질 × 훼손노출도 × 복원탄력성 × 공급잠재력'을 스코어링해, 자연 규제의 지불자 토지와 수취자 토지를 분리(단, 국내 유닛 거래 제도는 미도입 — 사전 분류일 뿐 수익 보장 아님). 핵심 메시지: "쪼개지지 않는 가치에는 가격이 붙지 않는다."
참고문헌·데이터 출처
UK Government (GOV.UK). "Understanding biodiversity net gain" — 개발 후 생물다양성 최소 10% 순증 의무, 2024.2.12 주요개발·2024.4.2 소규모 부지 적용, 부지 내 확보 → 부지 외 유닛 → 법정 생물다양성 크레딧(최후수단)의 3단 위계(L1, 공개1차·정부). https://www.gov.uk/guidance/understanding-biodiversity-net-gain
Department for Environment, Food & Rural Affairs (Defra). "Biodiversity Net Gain: what's changing and what it means for you" (2026.4) — BNG 제도 개편 및 적용 범위 변경 사항(L1, 공개1차·정부 부처 공식 블로그). https://defraenvironment.blog.gov.uk/2026/04/20/biodiversity-net-gain-whats-changing-and-what-it-means-for-you/
Pinsent Masons Out-Law. "Biodiversity net gain requirements extended from November 2026" — 2026.11.2부터 국가중요기반시설(NSIP) 전 유형에 10% BNG 의무 적용 확정(업종별 예외·자율방식 미도입), 부지 외 유닛 수요·가격 압력 전망(L2, 법률자문사 분석 — 시장 영향은 전망치로 확인 필요). https://www.pinsentmasons.com/out-law/news/biodiversity-net-gain-requirements-extended-nov-2026
관계부처 합동 (2023.12). 「제5차 국가생물다양성전략(2024~2028년)」 — 국가 생물다양성 보전·이용 전략 및 이행계획(L1, 공개1차·정부, CBD 제출본). https://www.cbd.int/doc/world/kr/kr-nbsap-v5-ko.pdf
환경부·국립생태원. 「도시생태현황지도(비오톱 지도)」 — 「자연환경보전법」 제34조의2 근거, 작성 방법·활용 법정화 및 5년 주기 갱신,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안 2026.5.12 시행(L1, 공개1차·법령·정부). https://law.go.kr/ · https://www.me.go.kr/
기후에너지부·국립생태원 (2026). 「제1차 국가생태계평가보고서」 — 1990~2020년 생태계 변화 분석 및 2020~2050년 전망, 2020년 기준 생태계서비스 연간 경제적 가치 약 34조 원 추산(L2, 정부 보고서 추산치 — 평가 방법론에 따라 편차 큼, 확인 필요). https://www.nie.re.kr/
대한민국 정책브리핑. 「생태면적율 적용지침」 — 개발사업 계획 단계의 자연순환기능 면적 확보 기준(L1, 공개1차·정부 정책자료). https://www.korea.kr/archive/expDocView.do?docId=13261
Taskforce on Natur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TNFD). "Recommendations of the TNFD" — 기업의 자연 관련 의존·영향·리스크·기회 공시 프레임워크(L1, 국제 이니셔티브 공식 권고안). https://tnfd.global/
※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토지·자산·제품·기업에 대한 투자 권유나 수익 보장이 아닙니다. 수치·정책은 발행일(2026.07.14) 기준이며 기관·평가 방법론에 따라 상이할 수 있습니다. 특히 생태계서비스 가치(연 34조 원)와 영국 부지 외 유닛 가격·수요 전망은 추산·전망치(L2~L3)로 확인이 필요합니다. 대한민국에는 현재 영국식 생물다양성 유닛 거래 제도가 도입되어 있지 않으며, 본문의 '공급 잠재력·수취자 토지' 논의는 제도 도입 가정 하의 사전 분류일 뿐 현재 실현 가능한 수익 트랙이 아닙니다. K-BNI는 본지의 독자 분석 프레임으로 특정 기관의 승인·제휴·검증과 무관합니다. 실제 의사결정 시 원문과 최신 자료, 전문가 자문을 확인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