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가 비어가는 동안, 조용히 만실이 된 오피스가 있습니다. 미국의 메디컬 아웃페이션트 빌딩(MOB, 외래 의료 전용 건물) 점유율은 2025년 상위 100개 대도시권에서 92.7%로 사이클 최고치를 기록했고, 2026년 1분기 평균 호가 임대료는 제곱피트당 25.40달러로 사상 최고를 찍었습니다(CBRE·JLL, 2026·L1). 같은 기간 일반 오피스는 공실 논쟁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여기서 다수의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MOB는 '의사가 임차인인 오피스'가 아니라, 병원이라는 거대 시설에서 진료 기능이 떨어져 나와 도시에 재배치되는 현상이라는 점입니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건물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 전달체계의 문제에 기인합니다. 그리고 한국은 지금, 그 전달체계를 국가 차원에서 다시 짜고 있습니다.
병원 밖으로 나온 진료 — 글로벌 MOB 신호와 한국형 K-MOB Index (용유미 CSO)
이론적 배경 — '탈원내화(Decampusization)'와 의료 공간의 분해
헬스케어 부동산 연구가 지난 10년간 축적해 온 개념이 하나 있습니다. 진료 기능이 병원 캠퍼스 안에서 밖으로, 그리고 도시의 생활권으로 흩어지는 탈원내화(decampusization)입니다. 제도적 프레임워크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이 이동은 세 개의 힘이 겹쳐 발생합니다. 첫째, 의료 기술의 변화입니다. 과거 입원이 필요했던 시술이 당일 외래로 전환되면서(ambulatory shift), 병상이라는 고정 자산의 필요량이 줄고 대신 검사·시술·재활을 담을 중간 규모의 유연한 공간 수요가 늘어납니다. 둘째, 지불 제도의 변화입니다. 중증 중심으로 수가와 평가가 재편되면 병원은 경증 외래를 스스로 내보내는 유인을 갖게 됩니다. 셋째, 인구 구조입니다. 고령 인구는 병원 방문 횟수가 많고 이동 거리에 민감하므로, 의료 공간은 필연적으로 생활권 반경 안으로 내려옵니다.
부동산의 언어로 번역하면 이렇습니다. MOB의 임대료는 사무 생산성이 아니라 진료 행위의 밀도에서 나옵니다. 임차인은 이전 비용이 극단적으로 큽니다 — 배관·차폐·전력·환기·인허가가 결합된 특수 인테리어를 다시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외래 의료시설 평균 '올인' 피트아웃 비용은 2026년 제곱피트당 412달러에 이릅니다(JLL, 2026·L1). 이 매몰비용이 곧 잔류율(retention)이고, 잔류율이 곧 점유율 92.7%의 정체입니다. 20년간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보면, 임차인이 떠나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 자산은 경기 하강기에 임대료 협상력이 역전되지 않습니다. 이것이 MOB가 '방어적 자산'으로 분류되는 이유입니다.
글로벌 신호 — 세 개의 숫자가 말하는 것
① 만실에 가까운 점유율, 그러나 신축은 멈췄다
2025년 미국 MOB 점유율은 상위 100개 도시권 기준 92.7%, 상위 125개 시장 기준 2분기 평균 93.5%로 집계됐고, 125개 시장 중 42개에서는 점유율이 95%를 넘었습니다(JLL·CBRE, 2026·L1/L2). 반면 2026년 MOB 준공은 전년 대비 26% 감소해 1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전망입니다(CBRE, 2026·L1). 원인은 명확합니다. 토지·공사비 상승과 의료 정책의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병원과 개발사가 개발 리스크를 떠안기를 꺼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요는 구조적으로 늘고 공급은 구조적으로 막힌 시장 — 이것이 임대료가 사상 최고치(제곱피트당 25.40달러, 전년 대비 +1.6%)를 경신한 메커니즘입니다.
② 자본은 이미 이 방향으로 회전했다
2025년 미국 MOB 투자액은 140억 달러 이상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고, 그중 포트폴리오 거래가 약 70억 달러를 차지했습니다(Cushman & Wakefield, 2026·L2). 회복은 2026년에도 이어져 1분기 투자액이 29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8% 급증, 최근 4개 분기 누적 139억 달러를 기록했습니다(CBRE, 2026·L1). 기관급 자산의 캡레이트(자본환원율)는 대략 6%대 초중반에서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도됩니다(L2 — 집계 기관별 편차 있음, 확인필요). 여기서 읽어야 할 것은 절대 수치가 아니라 자본의 문법 변화입니다. 자본은 '오피스냐 물류냐'를 고르는 대신, 인구 구조가 보증하는 장기 현금흐름이 붙은 공간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K-GCR 인덱스(글로벌 자본의 귀환)에서 확인한 국부펀드의 범주 이동과 정확히 같은 논리입니다.
③ 임차인이 바뀌었다 — 개원의에서 '헬스시스템'으로
2025년 미국 의료 임대차의 46%를 헬스시스템(병원 네트워크)이 차지했고, 확장의 중심은 전용면적 4만~6만 제곱피트(약 1,100~1,700평) 규모의 다전문 클리닉(multispecialty clinic)이었습니다(Cushman & Wakefield, 2026·L2). 개별 개원의가 200평을 빌리던 시장이, 병원 자본이 1,500평을 통째로 빌리는 시장으로 이동한 것입니다. 임대인 입장에서 이 변화는 신용도의 상향이자 동시에 협상력의 이동을 뜻합니다. 임차인이 커지면 임대료 단가는 눌리지만 계약 기간과 신용 리스크는 개선됩니다 — 자산의 성격이 상가에서 인프라로 옮겨가는 것입니다.
국내 적용 — 한국은 이 곡선의 어디에 있는가
한국의 조건은 미국보다 오히려 급격합니다. 첫째, 인구입니다. 한국은 2024년 말 65세 이상 인구 비중 20%를 넘어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습니다(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 기준·L2). 외래 수요의 절대량과 방문 빈도가 함께 증가하는 국면입니다. 둘째, 전달체계입니다. 보건복지부는 제5기(2024~2026년) 상급종합병원 47개소를 지정하고,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을 통해 이들을 중증·필수·응급 중심으로 재편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보건복지부, 2024~2025·L1). 정책의 목표는 의료 질의 재배치이지만, 부동산의 관점에서 이 정책은 하나의 결과를 예고합니다 — 경증 외래가 상급종합병원 밖으로 밀려나 지역 병·의원과 종합병원으로 재배치된다는 것입니다. 밀려난 진료는 공간을 필요로 하고, 그 공간은 대부분 민간 건물의 임대 공간입니다.
셋째, 그럼에도 국내에는 이 수요를 읽는 자산 언어가 없습니다. 국내에서 '메디컬 빌딩'은 여전히 상권 분석의 하위 개념으로 다뤄지고, 가치 평가의 기준은 관행적으로 1층 약국의 입점 여부 정도로 축소되어 왔습니다(업계 통념·L2 — 실증 근거 미확인). 그러나 앞서 본 미국 시장의 교훈은 정반대입니다. MOB의 가치는 약국이 아니라 진료권(catchment)·전문과 구성·설비 적합성·임차인 신용의 함수입니다. 국내 시장이 아직 이 함수를 쓰지 않는다는 사실이야말로, 시장의 비대칭 정보를 활용할 여지가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K-MOB Index — 외래 의료 부동산을 5단계로 점수화한다
실무적으로 검증된 접근법은 감(感)을 지표로 바꾸는 것입니다. 저는 국내 메디컬 빌딩·병의원 임대 자산을 평가하는 K-MOB(Korea Medical Outpatient Building) Index를 다섯 개 축으로 설계할 것을 제안합니다. 모든 축은 공공 오픈 API로 계산 가능하도록 구성했습니다.
| 단계 | 축 | 측정 지표 | 데이터 원천(오픈 API) |
|---|---|---|---|
| 1단계 | 진료권 밀도 | 반경 1km 내 65세 이상 인구·세대수, 의료기관 수 대비 인구 | 통계청 SGIS 인구 격자, 행안부 주민등록 |
| 2단계 | 전문과 포트폴리오 | 건물 내 진료과 조합(내과·정형·재활·영상)의 상호 유입 효과 | 심평원 병원정보서비스 오픈API |
| 3단계 | 공급 압력 | 동일 진료권 내 신규 개설·폐업 수 추이, 신축 근생 공급량 | 심평원 전국 병의원·약국 현황, 건축HUB 인허가 |
| 4단계 | 설비 적합성 | 층고·전력·급배수·엘리베이터·주차 — 의료 전환 가능 여부 | 국토부 건축물대장 오픈API |
| 5단계 | 전달체계 노출도 | 인근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에 따른 외래 이전 수혜 정도 | 보건복지부 지정 현황, 심평원 진료량 통계 |
이 다섯 축을 결합하면 프롭테크 상품 하나가 곧바로 도출됩니다. 심평원 병원정보서비스 오픈API(개설 의료기관·진료과·장비 정보)와 국토교통부 건축물대장 API(층고·용도·설비), 그리고 통계청 SGIS 인구 격자를 조인하면, 임의의 건물에 대해 '이 건물이 어떤 진료과를 유치할 수 있고, 그 진료과의 진료권 수요가 얼마인가'를 자동 산출하는 스코어링 엔진을 만들 수 있습니다. 타깃 사용자는 셋입니다 — 공실을 안은 근린생활시설 건물주, 입지를 찾는 개원 예정 의료진, 그리고 헬스케어 자산을 편입하려는 기관 투자자. 기존 상권 분석 서비스와의 차별점은 명확합니다. 유동인구가 아니라 진료권 인구와 설비 적합성을 축으로 삼는다는 것, 즉 '사람이 지나가는가'가 아니라 '치료가 일어날 수 있는가'를 묻는다는 것입니다.
용유미 CSO 인사이트 — 외래 의료 부동산 다섯 가지 점검
① 병상이 아니라 진료실을 세라: 앞으로 늘어나는 것은 병상이 아니라 외래 진료실이다. 자산의 단위를 병원에서 클리닉 플로어로 바꿔 생각한다.
② 매몰비용이 곧 잔류율이다: 의료 인테리어는 이전이 극도로 어렵다 — 임차 안정성은 계약서가 아니라 배관과 전력에서 나온다.
③ 노후 근생·공실 오피스를 후보군으로 재분류하라: 주거 전환(K-ARC)이 어려운 중형 건물은 의료 전환 적합성부터 점검한다 — 관건은 층고·전력·급배수다.
④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을 캘린더에 적어라: 중증 중심 재편은 경증 외래를 도시로 내보낸다 — 어느 진료권이 그 흐름을 받는지가 향후 3년의 임차 수요 지도다.
⑤ 약국 프리미엄에만 기대지 마라: 국내 관행은 1층 약국에 가치를 몰아왔지만, 자산의 실체는 진료권·전문과 구성·설비 적합성이다 — 관행과 실체의 간극이 곧 기회의 폭이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의료는 지금 건물을 떠나 도시로 분산되는 중이며, 이 분산을 먼저 지도로 그리는 쪽이 공간의 다음 임차인을 먼저 만납니다. ※ 본 칼럼은 글로벌 시장·정책 관점의 독자 분석이며 투자권유·수익보장이 아닙니다. 의료기관 개설·임대차·세제는 관련 법령과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 인용 수치는 발표 기관·시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어제 W28 브리핑에서 정리한 한 주의 주제가 '공간의 자산화'였다면, 오늘의 결론은 그 인구학적 판본입니다. 고령화는 통계표의 숫자가 아니라 도시 안에서 진료실이 이동하는 물리적 사건이며, 그 이동은 반드시 어떤 건물의 임대차 계약으로 착지합니다. 관련하여 용유미 CSO의 공간·자산 전략 자문에서 더 깊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CBRE (2026). 「Q1 2026 U.S. Medical Outpatient Buildings Figures」 및 「U.S. Real Estate Market Outlook 2026 — Healthcare」. cbre.com — 1분기 투자 29억 달러(+78% YoY, 4개 분기 누적 139억 달러), 평균 호가 임대료 제곱피트당 25.40달러(+1.6% YoY), 2026년 준공 26% 감소 전망(10년 최저), 외래 진료량 5년간 +8% 대 입원 +1%.
JLL (2026). 「2026 Medical Outpatient Building Perspective」. jll.com — 상위 100개 도시권 점유율 92.7%(사이클 최고), 외래 시설 평균 올인 피트아웃 비용 제곱피트당 412달러.
Cushman & Wakefield (2026). 「MOB Capital Markets Midyear 2026 Outlook」. cushmanwakefield.com — 2025년 MOB 투자 140억 달러 이상(+34% YoY), 포트폴리오 거래 약 70억 달러, 헬스시스템이 의료 임대차의 46% 차지, 4만~6만 sqft 다전문 클리닉 중심 확장.
보건복지부 (2024). 「제5기(’24~’26년) 상급종합병원 47개소 지정」 보도자료 및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지원사업 지침」. mohw.go.kr — 중증·필수·응급 중심 진료체계 전환.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병원정보서비스 오픈API」·「전국 병의원 및 약국 현황」(공공데이터포털 15051059). data.go.kr, opendata.hira.or.kr — 개설 의료기관·진료과·시설·장비 정보(분기 갱신).
국토교통부. 건축물대장 정보서비스 오픈API / 통계청 SGIS 인구 격자 — 설비 적합성·진료권 인구 산출.
용유미 (2026). K-GCR(글로벌 자본 귀환)·K-ARC(오피스 주거 전환)·W28 브리핑. yongyumee.com.
※ 변동 수치(투자액·점유율·임대료·캡레이트)는 발표 기관·시점에 따라 차이가 있으며 발행일(2026. 07. 12) 기준입니다. 캡레이트와 국내 업계 통념(L2)은 1차 통계로 재확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