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4~5년 전만 해도 물류센터는 '지으면 곧 채워지는' 자산의 대명사였습니다. 코로나19가 이커머스를 폭발시키자 자본은 수도권 외곽의 논밭과 임야로 몰려들었고, 이천·용인·김포·인천의 고속도로 나들목마다 거대한 창고들이 솟아올랐습니다. 그런데 2026년 현재, 그 창고의 상당수가 비어 있습니다. 수도권 A급 물류센터 공실률은 2024년을 정점으로 하락 전환해 2025년 말 약 17% 수준으로 내려왔지만, 저온(콜드체인) 센터는 여전히 30~37%대의 높은 공실에 갇혀 있습니다(쿠시먼앤웨이크필드·CBRE·콜드체인뉴스, 2025~2026, L2 ※ 조사기관·등급 기준에 따라 수치 차이가 큽니다). 20년간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 풍경은 '실패'가 아니라 자산 시장이 반드시 거치는 '흥망성쇠의 한 국면'입니다. 문제는 이 국면을 읽고 비어 있는 공간을 다시 돌리는 전략입니다.

17%수도권 A급 물류센터 공실률(2025년 말, 전년比 -6%p · L2)
~37%저온(콜드체인) 센터 공실률(최근, 2024상반기 41.2% · L2)
<5%2026~2027 신규 공급(기존 시장 규모 대비 · L2)
172건착공 1년+ 지연 수도권 물류 프로젝트(2025.8 · L2)
물류센터 공급과잉 공실률 저온 콜드체인 수도권 산업용 부동산 거미집 이론 Prologis 자동화 전력 한국형 K-LVI Index 공실 전환 전략 인포그래픽

K-LVI Index — 물류센터 공실·전환 5단계 설계 프레임 (용유미 CSO)

이론적 배경 — 물류센터 공급과잉은 '거미집'이 만든 구조적 현상이다

왜 똑똑한 자본이 한꺼번에 같은 곳에 창고를 지어 동시에 비우는 일이 벌어질까요. 경제학에는 이 현상을 정확히 설명하는 모형이 있습니다. 바로 '거미집 이론(cobweb theorem)'입니다. 농산물처럼 '생산(공급)에 시차가 큰' 재화에서, 공급자는 '현재의 높은 가격'을 보고 증산을 결정하지만 그 물량이 시장에 도착할 때쯤이면 이미 가격이 무너져 있는 진동 현상을 말합니다. 물류센터는 인허가부터 준공까지 통상 2~3년이 걸립니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투자 결정 시점'과 '공급 도착 시점'의 시차에 기인합니다. 2021~2022년의 임대료·매매가 급등 신호를 보고 일제히 착공한 물량이 2023~2024년에 한꺼번에 쏟아지면서 공실이 폭증한 것은, 이론이 예측한 그대로의 과잉(overshoot)이었습니다.

다수의 투자자들이 간과하는 포인트는, 같은 '물류센터'라도 상온(dry)과 저온(cold)의 회복 속도가 전혀 다르다는 사실입니다. 상온 센터는 임차 수요의 폭이 넓어 공급만 줄면 비교적 빠르게 흡수되지만, 저온 센터는 ① 건축비가 상온의 1.5~2배에 달하고, ② 냉동·냉장이라는 용도 특수성 탓에 임차 풀이 좁으며, ③ 막대한 전력을 상시 소비한다는 삼중의 제약을 안고 있습니다. 제도적·구조적 프레임워크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저온 센터의 고공실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니라 '잘못된 입지·과도한 저온 비중·전력 미확보'가 누적된 설계의 문제입니다. 회복기에 살아남는 자산과 좌초하는 자산이 갈리는 지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글로벌 사례 — 과잉을 먼저 겪은 시장은 어떻게 돌렸나

① 미국 — Prologis와 '공급 절벽 후 임대료 반등'의 교과서

세계 최대 물류 리츠 Prologis가 위치한 미국 산업용 부동산 시장은 한국보다 1~2년 앞서 같은 사이클을 통과했습니다. 팬데믹 기간 이커머스가 폭증하며 임대료가 치솟자 개발이 과열됐고, 2023~2024년 신규 착공이 급감하면서 공실이 정점을 찍은 뒤 '공급 절벽'이 임대료를 다시 끌어올렸습니다. 핵심 교훈은 명확합니다. 산업용 부동산의 회복은 '수요의 폭발'이 아니라 '신규 공급의 고갈'에서 먼저 온다는 것입니다. 공실의 바닥과 신규 착공의 바닥은 거의 같은 시점에 형성됩니다(CBRE·JLL US Industrial, 2024~2025, L2).

② 일본·유럽 — 자동화와 '복합온도(상·저온 혼합)'로 공실을 흡수하다

일본의 대형 물류 디벨로퍼들은 노동력 부족을 자동화(AS/RS, 무인 반송 로봇)로 메우며 '자동화 대응 가능한 고스펙 센터'로 임차 수요를 집중시켰습니다. 유럽에서는 한 동(棟) 안에서 상온과 저온 면적 비율을 수요에 따라 가변적으로 운영하는 '복합온도형' 설계가 확산됐습니다. 시사점은, 회복기의 임차 수요는 '단순 창고'가 아니라 '자동화·전력·온도 유연성'을 갖춘 센터로 차별적으로 쏠린다는 점입니다. 비어 있는 저온 센터를 무조건 비워 두기보다, 일부를 상온으로 전환(컨버전)하거나 데이터·도시물류 용도로 재해석하는 출구가 여기서 열립니다.

국내 적용 — '더 짓자'가 아니라 '비운 것을 돌리자'

국내 수도권 시장의 데이터는 회복기의 초입을 가리킵니다. 2023년 공급 정점 이후 신규 공급이 빠르게 줄어, 2026~2027년 신규 물량은 기존 시장 규모의 5% 미만에 그칠 것으로 전망됩니다(물류신문·다이신증권 리서치, 2025, L2). 2025년 8월 기준 수도권에서 1년 이상 착공이 지연된 물류 프로젝트가 172건·약 1,200만㎡에 달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업계·언론 종합, L2). 즉 '그림자 공급'이 상당 부분 사라지면서 상온 센터부터 공실이 빠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온은 다릅니다. 짓는 비용도, 돌리는 전기료도 비싼 저온 센터는 단순히 비워 두는 것이 가장 비싼 선택이 됩니다. 앞서 다룬 도심 마이크로풀필먼트(K-UFC) 논의와 마찬가지로, 핵심은 '입지와 용도를 다시 잇는' 전환 전략입니다.

공공 오픈 API로 '공실 위험도'를 지도 위에 등급화하라

물류 자산의 흥망을 가르는 것은 결국 데이터입니다. 국가물류통합정보센터·국토교통부의 물류시설(창고업) 등록 정보로 권역별 공급량을 추적하고, 화물자동차 운송·교통량 데이터로 실제 물동량의 밀도를 파악하며, 건축물대장 정보 API로 준공연도·연면적·냉동냉장 설비 유무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여기에 한국전력의 고압 수전 용량 데이터(저온 센터의 생사를 가르는 변수)와 V-World(브이월드) 공간정보, 국토부 실거래가를 결합하면, 행정이나 투자자가 현장을 일일이 돌지 않고도 '어느 권역의 어떤 센터가 공실 위험·전환 적합인지'를 지도 위에 등급화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프롭테크가 산업용 부동산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실질적인 가치입니다.

용유미 CSO 인사이트 — K-LVI Index 5단계

1단계 진단·데이터: 물류시설 등록·화물 통행·건축물대장·전력 수전 API를 묶어 권역별 공실 위험도를 표준화하고 '상온/저온'을 분리 추적한다.

2단계 등급 분류: 자산을 우량(자동화·전력·장기임차)·관리필요·전환대상 3등급으로 나눠 회복 가능성을 차등 진단한다.

3단계 용도 전환(컨버전): 고공실 저온 면적의 일부를 상온·복합온도로 전환하거나 도시물류·데이터 인접 용도로 재해석한다.

4단계 스펙 업그레이드: 자동화 설비·전력 증설·층고/접안 개선 등 '회복기 수요가 쏠리는 스펙'에 선별 투자한다.

5단계 입지 재편: 회복은 신규 공급 고갈에서 온다는 원칙 아래, 신규 개발은 물동량·전력·배후수요가 검증된 핵심 권역으로만 압축한다.

핵심은 하나입니다. 지금 산업용 부동산의 승부처는 '얼마나 더 짓느냐'가 아니라 '비어 있는 공간을 어떻게 다시 돌리느냐'입니다. ※ 본 분석은 산업용 부동산 전략 관점의 독자 제언이며 투자권유·수익보장이 아닙니다. 개별 자산의 투자·전환 판단은 반드시 전문가의 실사와 확인이 필요합니다.

물류센터의 공실은 시장의 실패가 아니라, 거미집의 진동이 잠시 위쪽에 머무는 국면일 뿐입니다. 그 진동을 읽고 비어 있는 창고를 다시 도시의 순환 안으로 돌려놓는 일 — 이것이 공급과잉기에 공간 전략가가 던지는 질문입니다. 관련하여 용유미 CSO의 공간·자산 전략 자문에서 더 깊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Cushman & Wakefield (2025). 「2025 Korea Logistics Market Report — 수도권 물류센터 시장 동향」.

CBRE Korea (2024~2025). "Greater Seoul Logistics Market / Oversupply risks fade". 분기 리서치.

콜드체인뉴스 (2025~2026). "저온물류센터 공실률 지속·복합형 돌파구" 등 기사.

물류신문 (2026). "수도권 물류부동산 시장 2026년 역대 최저 공급 예고".

대신증권 리서치센터 (2025). 「Global Real Estate Issue ⑫ 한국 물류센터 — 성숙기·회복기 차별화」.

※ 변동 수치(공실률·공급량·임대료)는 조사기관·자산 등급(A급)·집계 시점에 따라 차이가 크며, 인용 시점의 1차 출처 확인이 필요합니다(L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