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30일, 대법원이 판결 하나를 확정했습니다. 사건번호는 2024두61780, 상속세부과처분취소 사건입니다. 쟁점은 단순했습니다. 납세자가 법이 정한 방식대로 상속세를 신고했는데, 과세관청이 나중에 감정평가를 실시해 그 가액으로 세금을 다시 매긴 것이 적법한가.
대법원의 답은 적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근거로 제시한 문장이 오늘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상속세나 증여세 등 부과과세 방식의 세목은 납세자가 신고를 했더라도 그 자체로 조세채무 확정의 효력이 없고, 과세관청이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하는 때에 확정된다”(L1 — 판결 요지).
부동산 실무에서 이 문장은 이렇게 번역됩니다. 건물을 물려받고 세금을 신고해 납부해도, 그 세금은 아직 정해진 것이 아닙니다. 정해지는 시점은 신고할 때가 아니라 국세청이 결정할 때입니다. 그 사이에 감정평가가 들어옵니다.
저는 현장에서 이 간극을 여러 번 봤습니다. 상속이 개시되고, 세무 대리인이 기준시가로 계산해 신고를 하고, 유족은 세금을 냈으니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년쯤 지나 세무조사 통지가 옵니다. 감정평가 두 곳의 가액이 붙어 있고, 신고했던 금액과 자릿수가 다릅니다.
오늘 던지는 질문은 이것입니다. 세법상 ‘시가’는 언제, 누가, 어떤 표본으로 정하는가. 그리고 그 절차가 납세자에게 열어두는 방향은 양쪽인가, 한쪽인가. 저는 이 구조를 재는 프레임을 K-EVG(Ex-post Valuation Gap Index, 사후평가 격차 지수)로 부르려 합니다.
신고액 5조 5,000억 원 → 과세가액 9조 7,000억 원
기존 10억 원 → 5억 원 또는 10%로 하향
이론 — 신고는 제출이고, 확정은 결정입니다
대부분의 세금은 신고납세 방식입니다. 납세자가 계산해서 신고하면 그 순간 세액이 확정되고, 과세관청은 잘못을 발견했을 때 경정합니다. 소득세와 부가가치세가 그렇습니다. 확정의 주체가 납세자입니다.
그런데 상속세와 증여세는 부과과세 방식입니다(L1 — 법리). 납세자의 신고는 자료 제출이고, 확정은 과세관청의 결정으로 이뤄집니다. 용어 하나를 짚고 가겠습니다. 부과과세 방식이란 세액이 과세관청의 결정 행위로 비로소 확정되는 구조를 말합니다. 실무에서는 ‘신고를 해도 아직 끝난 게 아니다’라는 뜻으로 읽으면 됩니다.
여기에 두 번째 구조가 겹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재산을 시가로 평가하되, 시가를 산정하기 어려우면 보충적 평가방법(토지는 개별공시지가, 건물은 국세청 기준시가 등)을 쓰도록 합니다. 문제는 아파트처럼 유사 매매사례가 쌓이는 자산과 달리, 꼬마빌딩·나대지·상가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은 거래가 드물어 사실상 항상 보충적 평가로 흘러간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보충적 평가액은 통상 시세보다 낮습니다.
국세청은 2020년 1월부터 이 간극에 감정평가를 넣기 시작했습니다. 신고가액과 추정 시가의 차이가 크고 고가인 비주거용 부동산을 골라, 둘 이상의 감정기관에 의뢰하고,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그 감정가액을 시가로 인정하는 방식입니다(L2).
핵심은 ‘선택된 표본’이라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이 글의 주장이 나옵니다. 국세청의 감정평가는 무작위 추출이 아닙니다. 모든 부동산을 감정할 수는 없으므로, 선정 기준은 명시적으로 ‘신고가액과 추정 시가의 차이가 큰 것’입니다. 즉 격차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쪽만 골라서 재는 구조입니다.
통계에서 이런 표본을 선택편의(selection bias)가 있다고 합니다. 분포의 한쪽 꼬리만 관측되는 상태입니다. 실무에서의 함의는 분명합니다. 납세자 입장에서 감정평가는 ‘올라갈 수도, 내려갈 수도 있는 확률변수’가 아니라, 걸리면 올라가는 쪽으로만 실현되는 사건에 가깝습니다.
이것이 단순한 운영 관행이 아니라 법령 문언에도 반영돼 있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은, 납세자가 제시한 감정가액이 보충적 평가액과 시가의 90%에 해당하는 가액 중 적은 금액에 미달하면 세무서장이 다른 감정기관에 재의뢰할 수 있도록 하면서, “그 가액이 납세자가 제시한 감정가액보다 낮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를 답니다(L1 — 시행령 문언, 정확한 조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 확인 필요).
풀어 쓰면 이렇습니다. 재감정 결과가 더 높으면 그 값을 쓰고, 더 낮으면 쓰지 않습니다. 하방은 제도적으로 막혀 있습니다. 저는 이 구조를 래칫(ratchet, 한 방향으로만 돌아가는 톱니)이라 부르겠습니다. 이 단서 자체는 조세 회피 방지라는 정당한 목적을 가집니다. 다만 목적이 정당하다는 것과, 그 결과 납세자가 마주하는 분포가 비대칭이 된다는 것은 서로 다른 이야기입니다.
사후평가(ex-post valuation) — 과세표준이 신고 시점이 아니라 결정 시점에, 그때 실시된 감정으로 정해지는 구조. 납세자는 세금을 계산할 때 자신이 무엇을 기준으로 계산당할지 확정적으로 알 수 없습니다.
선택적 감정(selective appraisal) — 감정 대상이 무작위가 아니라 ‘격차가 클 것으로 추정되는’ 쪽에서 선정되는 구조. 관측되는 격차의 평균은 모집단의 평균보다 클 수밖에 없습니다.
글로벌 — 같은 문제를 다르게 푼 네 나라
과세표준 평가의 불확실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부동산처럼 고유성이 강한 자산에 세금을 매기는 모든 나라가 같은 벽을 만납니다. 다만 그 불확실성을 누구에게 지우느냐에서 길이 갈립니다.
영국 — 신고 전에 확인받을 창구를 열어뒀습니다
영국 HMRC는 거래 후 평가확인(Post Transaction Valuation Check, 양식 CG34) 제도를 운영합니다. 거래는 끝났지만 신고서를 내기 전에, 납세자가 자신이 쓰려는 평가액을 미리 제출해 확인받는 절차입니다. 토지·주식·영업권 등이 대상이고, 처리에 최소 3개월이 걸리므로 신고기한 3개월 전에는 신청하라고 안내합니다(L2 — HMRC 안내 자료 및 실무 해설).
결정적인 부분은 효력입니다. HMRC가 그 평가액에 동의하면, 중요한 사실을 숨기지 않은 한 신고서에서 그 가액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불확실성이 신고 이후가 아니라 신고 이전에 해소됩니다.
일본 — 통달과 감정 사이의 3.8배
일본은 재산평가기본통달로 평가 기준을 정해두되, 통달에 따른 평가가 현저히 부적당한 경우 국세청장의 지시로 달리 평가할 수 있다는 총칙 제6항을 둡니다. ‘전가의 보도’라 불리며 좀처럼 쓰이지 않던 조항입니다.
그런데 2022년 4월 19일 최고재판소가 이 조항의 적용을 인정했습니다. 사안은 상속 직전 부동산을 매입해 상속세를 줄인 경우였고, 통달평가액 3억 3,370만 엔에 대해 감정평가액은 12억 7,300만 엔이었습니다. 약 3.8배의 간극입니다(L2 — 판결 해설 자료의 2차 인용).
한국과 일본은 구조가 닮았지만 결이 다릅니다. 일본은 총칙 6항을 예외적·억제적으로 쓰고, 그래서 적용 사례 하나하나가 판례로 논의됩니다. 한국은 연간 수백 건 규모의 상시 사업으로 운영합니다. 어느 쪽이 낫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예외를 다루는 방식과 일상을 다루는 방식은 예측가능성의 설계가 달라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미국 — 납세자가 먼저 감정을 붙이게 만듭니다
미국 연방세법은 상속·증여세 신고에 적격 감정(qualified appraisal)을 요구하는 한편, 평가액을 과소하게 신고하면 과소납부세액의 20%에서 40%에 이르는 가산세를 물립니다. 상속·증여세의 경우 ‘상당한 과소평가’ 판정 기준은 정당한 가액의 40% 이하로 신고한 경우로 설정돼 있습니다(L2 — IRM 및 IRC 6695A 해설의 2차 인용).
여기에 감정인 본인에 대한 제재까지 붙습니다. 잘못된 감정을 작성한 자에게 과소납부세액의 10%와 감정 보수의 125% 중 적은 금액을 부과하는 규정입니다. 구조를 보면 불확실성을 국가가 사후에 해소하는 대신, 납세자와 감정인이 사전에 부담하도록 유인을 설계한 셈입니다.
독일 — 낮은 쪽으로도 문이 열려 있습니다
독일 평가법(Bewertungsgesetz)은 표준화된 평가절차를 두되, 납세자가 감정을 통해 더 낮은 시가를 입증하면 그 가액을 인정하는 이른바 개방조항(Öffnungsklausel)을 둡니다(L2 — 제도 해설의 2차 인용, 조문 원문 확인 필요). 표준평가가 과대할 때 납세자가 되돌릴 수 있는 통로입니다.
한국에도 형식적으로는 양방향 통로가 있습니다. 평가심의위원회는 납세자도, 지방국세청장·관할세무서장도 신청할 수 있습니다(L1 — 시행령). 다만 실질에서 두 방향의 무게가 같은지는 별개의 질문입니다. 납세자가 ‘내 신고가가 너무 낮으니 올려달라’고 신청할 이유는 없고, 반대로 ‘보충적 평가액이 너무 높으니 낮춰달라’는 신청은 비주거용 부동산에서는 애초에 드문 상황입니다.
| 구분 | 불확실성 해소 시점 | 하방(납세자에게 유리한 방향) | 납세자 예측가능성 |
|---|---|---|---|
| 영국 (CG34) | 신고 전 사전확인 | 합의 시 구속력 | 높음 |
| 미국 (적격감정) | 신고 시 납세자 부담 | 감정 입증으로 방어 | 중간 · 비용 전가 |
| 독일 (개방조항) | 신고 시 · 양방향 | 명문으로 열림 | 중간 |
| 한국 (감정평가사업) | 결정 후 사후평가 | 시행령 단서로 제한 | 낮음 · 사후 확정 |
표를 한 줄로 줄이면 이렇습니다. 네 나라 모두 감정을 씁니다. 다른 것은 감정을 붙이는 시점과, 그 감정이 어느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는가입니다.
국내 적용 — K-EVG 지수와 네 개의 구간
국내 상황을 숫자로 보겠습니다. 국세청이 2020년 감정평가사업을 시작한 뒤 2020~2024년 5년간 꼬마빌딩 896건을 감정평가했고, 신고액 5조 5,000억 원이던 것이 9조 7,000억 원으로 과세됐습니다. 75% 증가입니다(L2 — 국세청 자료의 매체 인용).
사업은 계속 넓어지고 있습니다. 선정 문턱이 신고가액과 추정 시가의 차이 10억 원에서 5억 원 또는 10%로 내려갔고, 예산은 45억 원에서 96억 원으로 두 배 넘게 늘었습니다. 2025년 6월에는 대상이 나대지·임야·입주권·분양권·임차권·전세권·지역권까지 확대됐고, 감정평가 대상 법인도 부동산과다보유법인에서 비상장법인 전체로 넓히는 사무처리규정 개정이 추진됐습니다(L2 — 보도 및 규정 개정 예고).
이 흐름을 하나의 프레임으로 묶어보겠습니다.
K-EVG = S × G × (1 − D) × 100
S (Selection, 선정 노출도) — 해당 자산이 국세청 선정 기준(격차 5억 원 또는 10%, 고가, 대상 유형)에 걸릴 정도. 0~1.
G (Gap, 격차 계수) — 예상 감정가액이 보충적 평가액을 웃도는 정도. 실측 평균 +75%를 1.0으로 정규화. 0~1.
D (Defense, 사전 방어율) — 신고 전 감정평가 확보, 평가심의위원회 대응, 평가기간 내 절차 준수 등으로 미리 줄여둔 정도. 0~1.
기준선 — 0에 가까울수록 ‘신고가 곧 확정에 가깝다’, 100에 가까울수록 ‘결정 단계에서 과세표준이 올라갈 잔여 여지가 크다’. 수익성 지표가 아니며, 아래 값은 전부 구조 설명용 가정치입니다(L3).
| 구간 (예시) | S | G | D | K-EVG | 병목은 어디인가 |
|---|---|---|---|---|---|
| 서울 도심 꼬마빌딩 | 0.90 | 0.95 | 0.30 | 60 | G — 격차 자체가 큽니다. 방어를 해도 출발점이 높습니다. |
| 수도권 나대지 | 0.75 | 0.80 | 0.15 | 51 | D — 2025년에 대상이 된 유형이라 사전 감정 관행이 아직 얕습니다. |
| 비상장법인 보유 부동산 | 0.70 | 0.75 | 0.10 | 47 | S — 법인 전체로 문이 열리면서 노출도가 바뀌었습니다. |
| 지방 중소도시 상가 | 0.40 | 0.60 | 0.20 | 19 | 낮습니다. 다만 ‘표본 밖’이라는 안심이 D를 0으로 만드는 구간입니다. |
표를 읽는 방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점수의 높낮이로 자산의 좋고 나쁨을 가리는 표가 아닙니다. 네 구간은 어느 쪽도 ‘유리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60이 나온 꼬마빌딩은 격차가 크지만 이미 시장에서 가장 많이 논의돼 대응 관행이 쌓인 구간이고, 19가 나온 지방 상가는 노출도가 낮지만 바로 그 이유로 아무 준비도 하지 않는 구간입니다. 선정 문턱이 10억 원에서 5억 원으로 내려갔다는 사실은, 어제 표본 밖이던 자산이 오늘 표본 안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점수가 비슷하냐 다르냐보다, 새는 구멍의 위치가 다르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G가 병목인 자산과 D가 병목인 자산은 준비해야 할 것이 완전히 다릅니다.
평가기간이라는 시계
실무에서 놓치기 쉬운 장치가 하나 더 있습니다. 감정가액이 시가로 인정되려면 가격산정기준일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이 평가기간 안에 있어야 합니다. 상속은 평가기준일 전후 6개월, 증여는 전 6개월부터 후 3개월입니다(L1 — 시행령). 평가기간 밖이라도 평가기준일 전 2년부터 법정결정기한까지의 감정은 평가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시가로 인정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26년 4월 대법원 판결은 여기에 하나를 더했습니다.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이 없을 것’이라는 요건이 가격산정기준일까지가 아니라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 적용된다고 본 것입니다. 토지 분할·합병, 지목 변경, 건축물 철거·신축, 용도지역 변경, 공법상 제한의 설정·해제 등을 종합해 판단하라는 기준도 함께 제시했습니다(L1 — 판결 요지).
이 판시는 양날입니다. 과세관청의 소급 감정을 정당화하는 동시에, ‘그 사이에 건물을 헐었다’거나 ‘용도지역이 바뀌었다’는 사정은 납세자가 다툴 수 있는 지점이라는 것도 함께 확인해줍니다. 판결을 불리한 소식으로만 읽으면 절반을 놓치는 셈입니다.
용유미 CSO 인사이트 — 자산승계 설계의 전제가 바뀌었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27년을 보내며 배운 것 하나는, 부동산에서 가장 비싼 실수는 가격을 잘못 본 것이 아니라 절차를 잘못 본 것이라는 점입니다. 오늘 이야기가 정확히 그렇습니다.
한남동과 이태원 일대에서 자산승계 상담을 하다 보면 공식처럼 나오는 계산이 있습니다. ‘기준시가로 신고하면 세금이 이만큼’이라는 숫자입니다. 이 계산은 오랫동안 잘 작동했습니다. 비주거용 부동산은 거래 사례가 없으니 보충적 평가로 가고, 보충적 평가액은 시세보다 낮으니, 그 차이가 곧 승계의 여유였습니다.
그 전제가 2020년부터 흔들렸고, 2025년 대상 확대와 2026년 대법원 판결로 사실상 끝났다고 봅니다. 이제 ‘기준시가로 신고한다’는 말은 계획이 아니라 가정입니다. 확정되지 않은 가정 위에 승계 설계를 올리는 셈입니다.
그래서 제가 상담에서 바꾼 것은 결론이 아니라 질문의 순서입니다.
첫째, “세금이 얼마인가”보다 “이 자산이 선정 기준에 걸리는가”를 먼저 묻습니다. 신고가액과 추정 시가의 차이가 5억 원 또는 10%를 넘는지, 대상 유형에 해당하는지를 따지는 일입니다. 걸리지 않는 자산과 걸리는 자산은 애초에 다른 계획이 필요합니다.
둘째, “감정을 피할 수 있는가”가 아니라 “누구의 감정으로 갈 것인가”를 묻습니다. 이건 회피의 문제가 아니라 순서의 문제입니다. 납세자가 평가기간 안에 적법하게 받은 감정가액은 시가로 인정될 수 있고, 그 경우 최소한 과세표준이 무엇을 기준으로 정해지는지를 신고 시점에 알 수 있습니다. 물론 감정 비용이 들고, 감정가가 기준시가보다 높게 나오면 당장의 세액은 늘어납니다. 그래서 이것은 절세가 아니라 불확실성을 줄이는 대가를 치르는 선택이고,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자산마다 다릅니다. 저는 어느 쪽을 권하지 않습니다. 다만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른 채 신고하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는 점은 말씀드립니다.
셋째, 평가기간이라는 시계를 달력에 적어둡니다. 상속 전후 6개월, 증여 전 6개월·후 3개월. 이 창이 닫힌 뒤에는 선택의 폭이 좁아집니다. 상속은 장례와 분쟁으로 몇 달이 그냥 지나가기 쉬운 국면이고, 그 몇 달이 그대로 선택지의 소멸로 이어집니다.
넷째, 제도에 요구할 것을 분명히 합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을 두고 한 세무사가 내놓은 주문이 정확했습니다. “감정평가 대상의 객관적 판정 기준을 정립하고,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해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L2 — 전문가 코멘트 인용). 영국의 CG34가 하는 일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세율을 낮추라는 요구가 아니라, 내가 무엇을 기준으로 계산당할지를 신고 전에 알게 해달라는 요구입니다. 저는 이 요구가 감면을 늘려달라는 요구보다 먼저라고 봅니다.
신고는 제출이고, 확정은 결정입니다.
— 비주거용 부동산의 상속·증여에서 과세표준은 신고서에 적은 숫자가 아니라, 결정 단계에서 어떤 감정이 붙느냐로 정해집니다. 그리고 그 감정은 무작위가 아니라 선택된 표본입니다.
반증 조건 (Kill-criteria) — 이 프레임이 틀렸다고 판단할 기준
주장에는 무너지는 조건이 함께 있어야 합니다. 아래 넷 중 하나라도 충족되면 K-EVG 프레임은 폐기하거나 전면 수정해야 합니다.
하나. 국세청이 감정평가 대상 선정 기준을 사전 공표하고, 납세자가 신고 전에 구속력 있는 평가 확인을 받을 수 있는 절차가 도입되면 — S와 D가 동시에 바뀌므로 이 프레임의 전제 자체가 사라집니다.
둘. 감정가액이 납세자 신고가액보다 낮게 나온 사례가 연간 의뢰 건수의 10% 이상으로 공표되면 — ‘한 방향으로만 실현된다’는 비대칭 전제가 기각됩니다.
셋. 2020~2024년 +75%였던 증가율이 2025~2026년 표본에서 30% 이하로 축소되면 — G의 크기 전제가 약해지고, 지수의 실효 범위가 크게 좁아집니다.
넷. 평가심의위원회에서 납세자가 신청한 건의 인용률이 과세관청 신청 건의 인용률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가 없다고 공표되면 — ‘형식은 양방향, 실질은 비대칭’이라는 서술이 근거를 잃습니다.
맺으며 — 그리고 가장 약한 고리
먼저 분명히 해두겠습니다. 이 글은 국세청의 감정평가사업이 부당하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대법원은 과세 형평성의 현저한 저해가 우려되는 경우 고가 비주거용 부동산에 한정해 감정평가를 실시하는 것이 불가피하고, 조세행정의 효율성 관점에서는 필요한 측면도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같은 자산인데 아파트는 시세로, 빌딩은 기준시가로 과세된다면 그것이야말로 불공평합니다. 제도의 목적은 정당합니다.
제가 말하는 것은 다른 층위입니다. 목적이 정당한 제도도, 납세자가 결과를 미리 알 수 없는 방식으로 운영되면 예측가능성이라는 별개의 비용을 만듭니다. 그리고 그 비용은 대개 준비할 여력이 있는 쪽보다 없는 쪽에 무겁게 떨어집니다.
가장 약한 고리를 먼저 밝힙니다. 본문에서 G의 근거로 쓴 +75%(5조 5,000억 원 → 9조 7,000억 원)라는 숫자가 바로 그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이 수치는 ‘감정평가가 실시된 896건’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런데 그 896건은 격차가 클 것으로 추정돼 선정된 표본입니다. 즉 이 숫자는 감정평가의 효과를 재는 것이라기보다, 선정 기준이 얼마나 정확하게 작동했는지를 재는 것에 가깝습니다.
제가 S의 문제라고 지적한 선택편의가, 제 지수의 G 값을 떠받치는 바로 그 숫자에도 똑같이 들어 있습니다. 전체 비주거용 부동산 모집단에서 보충적 평가액과 시가의 격차가 실제로 어떤 분포를 이루는지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그 분포가 나오기 전까지 K-EVG는 측정 도구가 아니라 제도에 던지는 질문의 형식에 머뭅니다.
그래서 제가 이 글에서 요구하는 것은 하나입니다. 연간 감정평가 의뢰 건수, 그중 신고가액 대비 상향·동일·하향으로 나온 건수의 분포, 그리고 선정 기준의 구체적 적용 방식. 이 세 줄의 통계가 공표되면 K-EVG는 폐기되거나 훨씬 정확한 것으로 대체될 것이고, 저는 그 편이 낫다고 생각합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1. 대법원 2026. 4. 30. 선고 2024두61780 판결, 상속세부과처분취소 — 부과과세 방식 세목에서 신고는 조세채무를 확정시키지 않으며 과세관청의 결정으로 확정된다는 법리, 소급 감정에 의한 시가 산정의 적법성, ‘가격변동의 특별한 사정’ 요건이 감정가액평가서 작성일까지 적용된다는 판시. (L1 — 판결 원문, 정확한 판시 사항은 대법원 종합법률정보로 확인 필요)
2.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평가의 원칙 등)·제61조·제62조·제64조·제65조 — 시가 평가 원칙과 보충적 평가방법의 법적 근거. (L1 — 법령, 조문 원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확인 필요)
3. 「상속세 및 증여세법 시행령」 제49조(평가의 원칙 등) 및 재산평가심의위원회 관련 규정 — 평가기간(상속 전후 6개월, 증여 전 6개월·후 3개월), 평가기간 외 평가기준일 전 2년~법정결정기한까지의 감정에 대한 평가심의위원회 심의, 납세자·지방국세청장·관할세무서장의 신청권, 납세자 제시 감정가액이 기준에 미달할 때 세무서장의 재의뢰 및 ‘그 가액이 납세자가 제시한 감정가액보다 낮은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단서. (L1 — 시행령, 조문 번호와 문언은 국가법령정보센터 원문으로 확인 필요)
4. 국세청, 「상속세 및 증여세 사무처리규정」 및 관련 개정 예고(2025. 5.) — 감정평가 대상을 부동산과다보유법인에서 비상장법인 전체로 확대하는 개정안. (L2 — 규정 개정 예고의 보도 인용, 최종 개정 여부 및 시행일은 국세청 공표 자료로 확인 필요)
5. 국세청, 비주거용 부동산 감정평가사업 안내 (nts.go.kr · 상속재산의 평가) — 2020년 1월 시행, 비주거용 부동산 및 나대지 대상, 둘 이상 감정기관 의뢰, 평가심의위원회 심의 후 시가 인정 절차. (L1 — 과세관청 1차 안내)
6. 한국세정신문 (2026. 5. 6.), [초점] 大法, 국세청의 ‘비주거용 부동산 감정평가’ 적법 인정해 — 2024두61780 사건 개요와 판시 요지, 2020~2024년 꼬마빌딩 896건 감정평가, 신고액 5조 5,000억 원 대비 75% 증가한 9조 7,000억 원으로 과세, 고가 아파트·단독주택으로의 확대, 전문가의 가이드라인 마련 주문. (L2 — 보도)
7. 세정일보 (2025. 5. 22.), 국세청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 늘린다…‘비상장법인’으로 확대 — 선정 문턱 신고가액과 추정시가 차이 10억 원 → 5억 원 또는 10%로 하향, 2024년 약 170건 감정평가로 약 4,000억 원 세수 확보. (L2 — 보도)
8. 국세청 감정평가 예산 및 대상 확대 관련 보도 (2025) — 감정평가 예산 45억 원 → 96억 원, 2025년 6월 11일부터 나대지·임야·주택입주권·분양권·임차권·전세권·지역권으로 대상 확대. (L2 — 보도, 예산 규모와 시행일은 국세청 공표 자료로 확인 필요)
9. HM Revenue & Customs, Post-transaction valuation checks for capital gains (form CG34) — 신고서 제출 전 평가액 사전 확인 절차, 처리기간 최소 3개월, 합의된 평가액에 대한 HMRC의 불(不)이의. (L2 — 기관 안내 자료 및 실무 해설의 2차 인용, 원문은 GOV.UK 확인 필요)
10. 最高裁判所 令和4年(2022년) 4月19日 第三小法廷判決, 相続税更正処分等取消請求事件 — 재산평가기본통달 총칙 6항 적용의 적법성 인정, 통달평가액 3억 3,370만 엔 대 감정평가액 12억 7,300만 엔. (L2 — 판결 해설 자료의 2차 인용, 원문은 최고재판소 판례집 확인 필요)
11. 日本 国税庁, 財産評価基本通達 総則第6項 — 통달에 의한 평가가 현저히 부적당한 경우 국세청장의 지시로 달리 평가할 수 있다는 조항. (L1 — 통달 원문, 문언은 国税庁 공표본 확인 필요)
12. Internal Revenue Manual 20.1.12, Penalties Applicable to Incorrect Appraisals 및 IRC §6695A, §6662 — 적격 감정(qualified appraisal) 요구, 상속·증여세 과소평가에 대한 20%·40% 가산세, 상속세 목적의 ‘상당한 과소평가’ 판정 기준(정당한 가액의 40% 이하), 감정인에 대한 제재(과소납부세액의 10%와 감정 보수의 125% 중 적은 금액). (L2 — IRS 자료 및 실무 해설의 2차 인용, 원문은 irs.gov 확인 필요)
13. 독일 Bewertungsgesetz(평가법)의 이른바 개방조항(Öffnungsklausel) — 납세자가 감정으로 더 낮은 시가를 입증하면 이를 인정하는 구조. (L2 — 제도 해설의 2차 인용, 조문 원문 확인 필요)
14. 선택편의(selection bias)와 한쪽 꼬리 절단(one-sided truncation) — 표본이 무작위가 아니라 특정 기준으로 선정될 때 관측 통계량이 모집단 모수와 체계적으로 달라진다는 통계학의 표준 개념. 본문은 이를 ‘격차가 큰 것을 골라 감정한다’는 선정 구조에 적용. (L1 — 표준 개념 / L3 — 감정평가사업 적용은 필자 해석)
15. 국세청 홈택스(hometax.go.kr) · 상속·증여재산 평가 안내,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 오픈 API, 공공데이터포털(data.go.kr) 건축물대장 정보서비스 — 신고 전 격차 자가점검에 활용 가능한 공개 자료. (L1 — 공공 시스템·API)
※ L태그 표기 — L1: 공개 1차 자료(법령 원문·판결 원문·과세관청 안내·공공 API·표준 개념) / L2: 통념·보도·기관 분석·해설 자료 / L3: 추정·확인 필요. 대법원 2024두61780 사건의 선고일·사건번호·판시 내용은 보도 인용 기준이며, 정확한 판시 사항과 법리의 적용 범위는 반드시 대법원 종합법률정보의 판결 원문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감정평가 실적(2020~2024년 896건, 신고액 5조 5,000억 원 → 과세 9조 7,000억 원, +75%, 2024년 약 170건·약 4,000억 원), 선정 문턱(10억 원 → 5억 원 또는 10%), 예산(45억 원 → 96억 원), 2025년 6월 대상 확대 범위, 비상장법인 확대 규정 개정은 전부 국세청 자료의 매체 인용 기준(L2)이며, 집계 시점·대상 범위·최종 시행 여부에 따라 달라집니다. 반드시 국세청 공표 자료와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최신 법령·시행령 원문으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해외 제도(영국 CG34 처리기간 및 효력, 일본 총칙 6항과 2022년 최고재판소 판결의 통달평가액·감정평가액, 미국 IRC 6695A의 20%·40% 및 40% 판정 기준, 독일 개방조항)는 해외 기관 자료와 해설의 2차 인용이며(L2), 제도 개정과 해석 변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각국 원 자료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K-EVG Index와 산식(S × G × (1 − D) × 100), 세 축(선정 노출도 S·격차 계수 G·사전 방어율 D)의 정의, 표의 S·G·D 값 및 K-EVG 60·51·47·19는 전부 필자가 제도 구조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한 독자 분석 프레임이자 가정치이며, 공인된 표준지표가 아니고 개별 자산의 실제 과세 결과를 예측하지 않습니다(L3). 특히 전체 비주거용 부동산 모집단에서 보충적 평가액과 시가의 격차 분포는 공개 통계가 존재하지 않으며, 본문이 G의 근거로 인용한 +75%는 선정된 896건의 결과이므로 선택편의를 포함합니다. 이것이 본 프레임의 가장 약한 고리이며 본문에 명시했습니다. 본지는 국세청의 감정평가사업이 부당하다고 단정하지 않으며, 대법원이 인정한 과세 형평성·조세행정 효율성의 정당한 목적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구간별 K-EVG 값은 병목의 위치가 구간마다 다르다는 구조를 보이기 위한 예시이며 자산의 우열을 가리는 지표가 아닙니다. 또한 본문은 특정 세무대리인·감정평가법인·금융기관의 행위를 지목하지 않으며, 조세 회피 방법을 안내하지 않습니다.
면책 —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및 상속·증여재산 평가제도의 구조 분석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부동산·금융상품·세무서비스·감정평가법인에 대한 투자 권유나 매매·임대차·중개·용역의 청약·유인이 아닙니다. 절세 효과, 세액 경감, 수익이나 손실 보전, 자산가치 상승을 보장하지 않으며, 개별 사안의 과세 결과를 예측하지 않습니다. 본문에 언급된 국내외 제도·기관·절차는 구조를 설명하기 위한 예시이며 이용 권유가 아닙니다. 본문은 세무자문·법률자문·투자자문·감정평가가 아닙니다. 개별 자산의 상속·증여세 신고 방법, 감정평가 실시 여부와 시기, 평가심의위원회 신청, 평가기간 적용, 가산세 위험, 경정청구 가능성은 반드시 세무사·변호사·감정평가사 등 해당 분야 전문가와 관할 세무서에 직접 확인하시기 바라며, 본문의 구간 구분과 지수 값은 실제 개별 자산의 과세표준이나 세액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본문의 법령·판결·통계·제도 관련 서술은 기사 작성 시점(2026년 9월 18일)의 공개 자료 기준이므로, 실제 의사결정 전에는 국가법령정보센터·대법원 종합법률정보·국세청의 최신 공표 자료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본문에 인용된 정부기관·사법기관·해외기관·언론사는 필자 또는 용유미닷컴과 제휴·자문·검증 관계가 없는 독자 분석 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