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한 블록을 사이에 두고 이런 광경을 자주 봅니다. 한쪽은 5년 만에 이주와 철거가 끝나 크레인이 서 있고, 길 건너편은 준공 연도가 두 해밖에 차이 나지 않는데 30년째 그대로입니다. 건물의 노후도도, 입지도, 용도지역도 거의 같습니다.

현장에서 이 차이를 설명할 때 흔히 ‘주민 성향’이나 ‘조합장 역량’을 듭니다. 저는 20년 넘게 이 시장을 보면서 다른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재생의 순서를 정하는 것은 건물의 나이가 아니라 그 땅 위에 배제권을 가진 사람이 몇 명인가입니다.

이것은 감상이 아니라 법이 정한 산수입니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5조에 따라 재개발사업의 조합설립인가를 받으려면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토지소유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L1). 여기서 분모는 면적이 아니라 사람 수입니다. 같은 1만 제곱미터라도 소유자가 40명인 구역과 400명인 구역은 전혀 다른 자산입니다.

3/4재개발 조합설립 — 토지등소유자 동의 요건(정비법 §35)
75% → 70%재건축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법률 제20759호, 2025.1.31 공포)
80 → 65%홍콩 강제매각 문턱 — 건물 연령별 차등 인하(2024 개정)
30일일본 권리변환 — 반대자의 금전보상 전출 신청 기간
동의율은 숫자가 아니라 지도입니다 소유권 파편화가 정하는 재생의 순서 K-FRX Index 도시재생 리모델링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5조 재개발 조합설립 토지등소유자 4분의 3 이상 토지면적 2분의 1 이상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율 75퍼센트에서 70퍼센트 완화 법률 제20759호 2025년 1월 31일 공포 동별 동의요건 2분의 1에서 3분의 1 동의율 변천사 80 75 70 소규모 재건축 70퍼센트 가로주택정비사업 75퍼센트 지분 쪼개기 형식적 증여 매매 탈법행위 대법원 판결 알박기 홀드아웃 holdout 토지 병합 land assembly 안티커먼즈 tragedy of the anticommons 헬러 Heller 1998 하버드 로 리뷰 모스크바 점포 사례 배제권 과소이용 underuse 거래비용 홍콩 강제매각 조례 Land Compulsory Sale for Redevelopment Amendment Ordinance 2024 지정지역 50~59년 건물 80퍼센트에서 70퍼센트 60~69년 65퍼센트 비공업지역 30년 이상 공업건물 70퍼센트 일본 도시재개발법 제1종 시가지재개발사업 권리변환 방식 등가 변환 30일 이내 금전보상 전출 제2종 관리처분방식 K-FRX Index F1 필지 F2 인격 F3 권리 F4 이질성 F5 문턱 분담금 사업성 용유미 CSO UAM KoreaTech 한남투자포럼 투자권유 아님

재생의 순서는 무엇이 정합니까 — 동의 문턱의 국제 비교와 K-FRX 다섯 축(자료: 국가법령정보센터 및 홍콩·일본 제도 자료 종합, L1·L2)

이론적 배경 — 배제권이 많으면 자원은 놀게 됩니다

이 현상에는 이름이 있습니다. 마이클 헬러(Michael Heller)가 1998년 하버드 로 리뷰에 발표한 ‘안티커먼즈의 비극(The Tragedy of the Anticommons)’입니다(L2).

널리 알려진 ‘공유지의 비극’은 아무도 배제할 수 없어 자원이 과다 이용되는 문제입니다. 헬러가 지적한 것은 정반대입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각자 배제할 권리를 갖고 있으면, 누구도 그 자원을 쓸 수 있는 온전한 권리 다발을 갖지 못해 자원이 과소 이용(underuse)된다는 것입니다.

그가 든 사례가 인상적입니다. 시장경제로 전환하던 시기의 모스크바에서, 번듯한 점포는 비어 있는데 그 앞 노점은 물건으로 넘쳐났습니다. 점포마다 여러 주체가 경쟁하는 권리를 나눠 갖도록 초기 배분이 이루어졌고, 그 결과 아무도 사용 가능한 권리 다발을 쥐지 못한 채 점포가 방치된 것입니다(L2).

노후 정비구역은 이 구조의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필지가 잘게 나뉘고, 한 필지가 다시 공유지분으로 쪼개지고, 지상권·전세권·임차권 같은 권리가 층층이 얹히면, 그 블록은 물리적으로는 하나지만 법적으로는 수백 개가 됩니다. 정비사업이란 본질적으로 이 수백 개를 하나로 되돌리는 작업이고, 동의율 요건은 그 되돌림에 국가가 붙인 가격표입니다.

그래서 동의율 완화의 수혜는 균일하지 않습니다

2025년 1월 31일 공포된 개정 도시정비법(법률 제20759호)은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고, 동별 동의요건도 2분의 1에서 3분의 1로 완화했습니다(L2). 동의율은 80%에서 75%로, 다시 70%로 내려온 셈이고, 이 개정으로 재건축이 재개발보다 동의율이 낮아지는 역전 현상이 처음 발생했다는 평가도 나옵니다(L2).

여기서 실무자들이 흔히 놓치는 지점이 있습니다. 5%포인트 완화의 효과는 구역마다 완전히 다릅니다.

CSO의 시각

소유자가 40명인 구역에서 75%는 30명, 70%는 28명입니다. 두 명 차이입니다. 소유자가 800명인 구역에서는 600명과 560명 — 40명 차이입니다. 같은 5%포인트가 어디에서는 반올림 수준이고, 어디에서는 몇 년치 설득 작업입니다.

규제 완화는 파편화가 심한 구역에 훨씬 크게 작용합니다. 뉴스는 ‘동의율 완화’를 하나의 사건으로 보도하지만, 자산 단위에서 그것은 서로 다른 크기의 사건입니다. 완화의 크기를 재려면 퍼센트가 아니라 사람 수로 환산해야 합니다.

다만 이 문장은 즉시 반대 방향으로도 읽혀야 합니다. 문턱이 낮아진다고 사업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분담금을 감당할 사업성이 없으면 70%도 모이지 않습니다. 파편화는 재생 속도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닙니다.

글로벌 사례 — 다른 도시는 이 문턱을 어떻게 다뤘습니까

홍콩 — 문턱을 ‘건물 나이’에 연동시켰습니다

홍콩은 「토지(재개발을 위한 강제매각) 조례」로 일정 지분을 확보한 자가 나머지 지분에 대해 강제매각을 신청할 수 있게 해 왔습니다. 2024년 개정 조례는 이 문턱을 일률적으로 낮추는 대신 건물 연령과 지역에 따라 차등했습니다 — 지정지역(designated areas)의 50~59년 건물은 80%에서 70%로, 60~69년 건물은 65%로 내렸고, 비공업지역에 있는 30년 이상 공업건물도 80%에서 70%로 완화했습니다(L2).

설계 사상이 분명합니다. 재개발 필요가 절박한 곳일수록 문턱을 낮추되, 어디가 절박한지를 행정이 미리 지정합니다. 문턱이 전국 균일 상수가 아니라 지도 위의 변수인 셈입니다.

일본 — 반대자를 배제하지 않고 ‘변환’합니다

일본의 제1종 시가지재개발사업은 권리변환(權利變換) 방식을 씁니다. 종전의 토지·건물 소유권 등을 재개발 빌딩의 床(바닥)에 관한 권리로 원칙적으로 등가 변환하는 구조입니다(L2). 소유자를 내보내고 다시 들이는 것이 아니라, 권리의 형태를 바꿔 그대로 끌고 갑니다.

반대자 처리도 다릅니다. 권리변환을 원하지 않는 자는 30일 이내에 신청해 금전보상을 받고 전출할 수 있습니다(L2). 즉 ‘남을 권리’와 ‘나갈 권리’를 제도가 함께 열어 둡니다. 참고로 제2종 사업은 권리를 강제로 매수하는 관리처분방식으로 설계되어 있습니다(L2).

한국의 정비사업도 관리처분이라는 유사 장치를 갖고 있지만, 실무에서 체감되는 차이는 동의 확보가 사업의 앞단에 집중된다는 점입니다. 앞단에 문턱이 몰릴수록 파편화의 영향력은 커집니다.

국내에서 실제로 무너지는 지점 — 분모를 조작하려는 유혹

동의율의 분모가 사람 수라는 사실은 곧바로 분모를 늘리려는 시도를 낳습니다. 이른바 지분 쪼개기입니다. 최근 대법원은 오로지 조합설립 동의정족수를 충족할 목적으로 형식적인 증여·매매를 통해 인위적으로 토지등소유자 수를 늘리는 행위를 탈법행위로 판단했습니다(L2).

실무적으로 이 판단이 중요한 이유는, 매수 검토 단계에서 동의율 숫자만 확인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표면상 78%가 확보된 구역이라도 그 안에 다툼의 소지가 있는 지분이 섞여 있으면, 그 숫자는 확정된 자산이 아니라 계류 중인 분쟁일 수 있습니다.

반대편에는 홀드아웃(holdout), 현장 용어로 ‘알박기’가 있습니다. 이것은 파편화와는 별개의 축입니다. 소유자가 20명뿐인 구역에서도 한 명이 버티면 사업은 멈춥니다. 파편화가 모으는 비용을 결정한다면, 홀드아웃은 마지막 한 조각의 가격을 결정합니다. 두 축은 함께 봐야 합니다.

K-FRX Index — 파편화를 다섯 축으로 셉니다

앞의 재료를 하나의 점검 순서로 묶겠습니다. 필자는 이를 K-FRX Index(Fragmentation Index, 소유권 파편화 지수)로 부르겠습니다. 공인된 표준지표가 아니라 필자가 제안하는 분석 프레임입니다(L3).

확인 대상유리한 상태불리한 상태
F1 필지필지 수와 평균 필지 규모대형 필지 소수 — 병합 단위가 큼세장형·소필지 다수 — 경계 정리부터 필요
F2 인격토지등소유자 수(동의율의 분모)필지당 소유자 1인에 근접공유지분 분할·다세대 밀집으로 분모 급증
F3 권리소유권 위에 얹힌 배제권의 층수제한물권·장기 임차 적음지상권·전세권·영업권이 다층으로 존재
F4 이질성소유자 간 이해관계의 분산거주 목적 다수 — 목표가 수렴거주·임대·상속대기가 뒤섞임
F5 문턱해당 사업유형의 법정 동의율과 남은 격차완화 폭이 사람 수로 크게 환산됨완화해도 몇 명 차이 — 실익 없음

다섯 축은 점수가 아니라 순서로 읽어야 합니다. F2가 크면 F5의 규제 완화가 큰 사건이 되고, F2가 작으면 같은 완화가 반올림에 그칩니다. F3가 두꺼우면 동의율을 채워도 이주 단계에서 시간이 다시 소모됩니다. 그리고 F4는 숫자로 잡히지 않지만, 현장에서 가장 오래 걸리는 축입니다.

용유미의 제언 — 세 가지 실행

첫째, 동의율을 퍼센트가 아니라 사람 수로 환산해 적으십시오. ‘70%로 완화’가 아니라 ‘몇 명이 줄었는가’로 적어야 구역 간 비교가 처음으로 가능해집니다. 이 한 줄의 환산이 뉴스와 자산 분석을 갈라놓습니다.

둘째, 토지대장·등기부를 ‘세는’ 자료로 쓰십시오. 필지 수, 필지당 소유자 수, 공유지분 건수, 등기된 제한물권 건수 — 이 네 가지는 공부(公簿)에서 확인 가능하며 F1~F3의 대부분을 채웁니다. 노후도 자료보다 이 숫자가 재생 속도를 더 잘 설명한다는 것이 제 현장 판단입니다(L3).

셋째, 동의율 숫자의 ‘질’을 물으십시오. 확보된 동의 중 최근 소유권 이전으로 새로 생긴 분모가 얼마나 되는지, 그 이전이 실질적 거래였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다툼의 소지가 있는 동의는 자산이 아니라 부채에 가깝습니다. 이 판단은 반드시 정비사업 전문 변호사의 확인을 거치십시오 — 본문은 자문이 아닙니다.

결국 이 글의 주장은 한 문장입니다. 재생은 오래된 순서대로 오지 않고, 모으기 쉬운 순서대로 옵니다. 그리고 모으기 쉬운 정도는 건물의 나이가 아니라 등기부에 이름이 몇 개 적혀 있는가로 결정됩니다.

도시재생·정비사업의 구조적 해석은 용유미닷컴 칼럼에서 이어집니다. 보유 자산이 속한 구역의 권리 구조 정리가 필요하시면 상담문의를 통해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1. 국가법령정보센터.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제35조(조합설립인가 등) — 재개발사업 조합설립 시 토지등소유자의 4분의 3 이상 및 토지면적의 2분의 1 이상 토지소유자의 동의. https://www.law.go.kr (L1 — 공개 1차 법령 자료)

2.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재건축사업 — 토지등소유자의 동의’. https://easylaw.go.kr/CSP/CnpClsMain.laf?popMenu=ov&csmSeq=1170&ccfNo=3&cciNo=1&cnpClsNo=4 (L1)

3. 법률신문. ‘2025년 시행 개정 도시정비법’ — 법률 제20759호(2025.1.31 공포), 재건축 조합설립 동의율 완화 및 재건축진단 시기 조정, 정비구역 지정 전 추진위원회 구성 허용. https://www.lawtimes.co.kr/news/articleView.html?idxno=205426 (L2)

4.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재개발·재건축 동의율 변천사 — 80%→75%→70%’ — 동별 동의요건 1/2→1/3, 재건축이 재개발보다 동의율이 낮아진 역전 현상. https://www.ar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60967 (L2)

5. 위클리한국주택경제신문. ‘재개발·재건축조합의 동의요건’(맹신균 변호사) — 토지등소유자의 정의 및 동의 산정. http://www.aru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4547 (L2)

6. 주거환경신문. ‘정비사업조합의 설립을 위한 동의요건과 관련한 법적 쟁점’ — 동의정족수 충족 목적의 형식적 증여·매매를 통한 인위적 토지등소유자 수 증가를 탈법행위로 본 대법원 판단. https://www.rc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32735 (L2 — 판결 원문 별도 확인 권장)

7. Heller, M. A. (1998). ‘The Tragedy of the Anticommons: Property in the Transition from Marx to Markets’. Harvard Law Review, 111(3), 621-688. https://repository.law.umich.edu/facarticles/609/ (L2 — 배제권 과다 보유에 따른 자원 과소이용 이론 및 모스크바 점포 사례)

8. Hong Kong SAR. Land (Compulsory Sale for Redevelopment) (Amendment) Ordinance 2024 — 지정지역 내 50~59년 건물 80%→70%, 60~69년 건물 65%, 비공업지역 30년 이상 공업건물 80%→70%. https://www.hk-lawyer.org/content/land-compulsory-sale-redevelopment-amendment-ordinance-2024 (L2)

9. 홍콩 발전국(DEVB). 강제매각 제도 관련 보도자료. https://www.devb.gov.hk/en/sdev/press/index_id_5801.html (L1 — 홍콩 정부 자료)

10. 일본 국토교통성. ‘都市:市街地再開発事業’ — 제1종 시가지재개발사업의 권리변환 방식(종전 권리를 재개발 빌딩의 床에 관한 권리로 원칙적 등가 변환), 제2종의 관리처분방식. https://www.mlit.go.jp/toshi/city/sigaiti/toshi_urbanmainte_tk_000060.html (L1 — 일본 정부 자료)

11. 요코하마시. ‘権利変換の仕組み’ — 권리변환을 희망하지 않는 자의 30일 이내 신청 및 금전보상 전출. https://www.city.yokohama.lg.jp/kurashi/machizukuri-kankyo/toshiseibi/shuho/saikaihatsu/kenrihenkan.html (L1)

※ L태그 표기 — L1: 공개 1차 자료(법령·정부 자료) / L2: 통념·보도·기관 자료 / L3: 추정·확인 필요. 재개발 조합설립 동의요건(3/4 및 토지면적 1/2)은 법령 조문(L1)이나 사업 유형·구역 특성에 따른 예외와 산정 방법은 사안별로 다릅니다. 재건축 동의율 75%→70% 완화는 2025년 1월 31일 공포된 개정 법률에 대한 언론 보도 기준(L2)이며, 구체적 시행일과 적용 대상은 확정 조문으로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분 쪼개기 관련 대법원 판단은 전문지 해설을 통해 인용한 것으로 판결 원문·사건번호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L2·L3). 홍콩·일본 제도는 해당 관할의 제도 소개 자료 기준으로 세부 요건은 개정될 수 있습니다. K-FRX Index와 다섯 축은 필자가 제안하는 분석 프레임으로 공인된 표준지표가 아니며, 파편화 수준이 재생 속도를 얼마나 설명하는지에 대한 국내 계량 실증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 본문의 인과 서술은 현장 관찰에 근거한 가설입니다(L3).

면책 — 본 기사는 정보 제공 및 제도 구조 분석을 목적으로 하며, 특정 구역·자산·사업장·기업에 대한 투자 권유나 매매·중개의 청약·유인이 아닙니다. 정비사업의 진행 여부·속도·수익성을 예측하거나 보장하지 않으며, 특정 구역의 사업성 판단으로 읽혀서는 안 됩니다. 본문은 법률자문·세무자문·투자자문이 아닙니다 — 동의요건 충족 여부, 지분 및 동의의 유효성, 개별 분담금 산정은 반드시 변호사·세무사 등 해당 분야 전문가의 확인을 거치시기 바랍니다. 본문에 인용된 정부기관·법원·언론사·연구자는 필자 또는 용유미닷컴과 제휴·자문·검증 관계가 없는 독자 분석 대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