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전환의 가장 어려운 문제는 발전이 아니라 시점의 어긋남입니다. 태양은 여름에 강하고 겨울에 약한데, 난방 수요는 정반대입니다. 데이터센터·소각장·산업설비의 폐열은 사철 쏟아지지만, 그 열을 쓰고 싶은 시점은 겨울입니다. 오늘의 질문은 단순합니다 — 남을 때의 열을 땅속에 저축했다가 필요할 때 꺼내 쓸 수 있다면, 건물과 도시의 에너지 자산은 어떻게 달라지는가.
열은 '순간의 흐름'이 아니라 '저장 가능한 자산'이다
개념을 다시 세워야 합니다. 우리는 열을 '만들면 곧 쓰는 것'으로 다뤄 왔습니다. 그러나 계절 열저장(STES·Seasonal Thermal Energy Storage)은 열을 계절 단위로 저축하는 자산으로 바꿉니다. 대표 방식은 둘입니다 — 땅속에 보어홀(시추공) 다발을 심어 지반 자체를 축열체로 쓰는 지중축열(BTES), 그리고 지하 대수층에 온·냉수를 저장하는 대수층 축열(ATES)입니다(L2). 여기에 히트펌프를 결합하면 저장된 저온의 열을 난방 온도로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본질적으로 STES는 버려지던 폐열·잉여 재생열을 계절을 건너 자본화하는 장치입니다.
글로벌 사례 — 땅을 열의 저수지로 쓰는 법
① 네덜란드 — 대수층 축열(ATES)의 표준화. 네덜란드에는 1,000기 이상의 ATES 시스템이 운영되며 이제는 표준 건설 옵션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4년 기준 약 13만 가구가 폐루프 지열로 난방했습니다(L2). ATES는 대규모 계절 축열의 선호 해법으로 꼽힙니다.
② 지중축열(BTES)의 성능과 한계. 연구 사례에서 BTES의 최대 저장효율은 0.80(80%), 연계 히트펌프 COP는 6.23에 이릅니다(L2). 다만 네덜란드 HEATSTORE 등 실증에서는 열손실·계절별 효율 변동·제어의 한계도 확인되어, 설계·운영의 정교함이 성패를 가릅니다(L2).
③ 덴마크·독일 — 지역난방과의 결합. 덴마크·독일은 계절 축열을 지역난방망의 보완 기술로 결합해, 여름의 잉여 태양열·폐열을 저장했다가 겨울 피크를 낮춥니다(L2). 축열이 '발전'이 아니라 '망(網)의 유연성'을 만드는 자산이 되는 것입니다.
세 사례의 공통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열을 저장할 수 있게 되면, 폐열과 잉여 재생열이 버려지는 비용에서 겨울을 나는 자산으로 바뀝니다.
국내 적용 — 폐열과 지반을 잇는 설계
국내로 시선을 돌리면, 한국은 데이터센터·소각장·산업단지의 폐열이 풍부하고 지역난방망도 넓지만, 그 열을 계절을 건너 쓰는 축열 자산은 드뭅니다. 여기서 프롭테크 상품이 도출됩니다. 국토정보플랫폼·브이월드의 지질·지반·지하수 도면, 공공데이터포털의 지역난방망·열원(소각장·발전) 위치, 건축물대장의 난방 수요를 조인하면, 특정 권역이 BTES·ATES에 적합한 지반인지, 인근 폐열을 겨울로 옮길 여력이 있는지를 스크리닝하는 엔진이 됩니다. 타깃은 셋입니다 — 폐열을 가진 데이터센터·산업 사업자, 지역난방·집단에너지 사업자, 그리고 분산에너지·열원을 계획하는 지자체.
| 단계 | 점검 축 | 핵심 질문 | 데이터·근거 |
|---|---|---|---|
| 1단계 | 지반 적합 | 지질·지하수 조건이 BTES·ATES에 적합한가 | 지질·지반도(국토정보플랫폼·브이월드) |
| 2단계 | 열원 근접 | 폐열·잉여 재생열원이 반경 내 존재하는가 | 소각장·발전·DC 위치(공공데이터) |
| 3단계 | 수요 정합 | 겨울 난방 수요가 저장 규모와 맞는가 | 건축물대장 난방수요, 지역난방망 |
| 4단계 | 효율·제어 | 저장효율·히트펌프 COP·제어가 사업성을 지탱하는가 | 실증 벤치마크(BTES 0.80·COP 6.23, L2) |
| 5단계 | 제도·사업 | 분산에너지·집단에너지 제도가 사업 구조를 성립시키는가 | 분산에너지 특별법, 집단에너지 사업 |
용유미 CSO 인사이트 — 열의 값을 여는 다섯 가지 점검
① 열은 저장할 수 있는 자산이다: STES는 열을 '순간의 흐름'에서 '계절의 저축'으로 바꾼다. 저장이 되는 순간 폐열은 자산이 된다.
② 지반이 저수지다: BTES·ATES는 땅과 대수층을 열의 저수지로 쓴다 — 지질·지하수 조건이 사업성의 1차 관문이다.
③ 열원 근접이 값을 만든다: 데이터센터·소각장 폐열이 가까울수록 겨울로 옮길 열의 값이 커진다.
④ 효율보다 제어가 성패를 가른다: 저장효율 80%는 이상치이며, 실증에서는 열손실·제어가 관건이다. 설계 역량이 자산의 질을 정한다.
⑤ 망의 유연성으로 값을 읽어라: 축열은 발전이 아니라 지역난방망의 피크를 낮추는 유연성 자산이다(투자권유 아님).
핵심은 하나입니다. 이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주시해야 합니다 — 남는 열을 계절을 건너 옮길 수 있으면, 폐열은 버리는 비용이 아니라 겨울을 나는 자산이 됩니다. ※ 본 칼럼은 시장·정책 관점의 독자 분석이며 투자권유·수익보장이 아닙니다. 인용 수치는 해외 실증·연구 기반(L2)으로 국내 개별 부지에는 그대로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 지면의 저탄소·프롭테크 시리즈는 하나로 이어집니다. 앞서 데이터센터 전력입지(K-DCP)가 열을 만들어 내는 쪽을 다뤘다면, 오늘 K-STE는 그 열을 계절을 건너 저장하는 쪽의 값을 계량합니다. 관련하여 용유미 CSO의 공간·자산 전략 자문에서 더 깊은 논의를 이어갈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Seasonal storage of district heating surplus heat through BTES 등 학술 연구 — BTES 최대 저장효율 0.80, 연계 히트펌프 COP 6.23(L2).
TNO·네덜란드 사례 — ATES 1,000기 이상 운영·표준 옵션화, 2024년 약 13만 가구 폐루프 지열 난방(L2).
HEATSTORE(Netherlands) — 고온 BTES 실증의 열손실·계절 효율 변동·제어 한계(L2).
덴마크·네덜란드 계절 열저장의 지역난방 보완 사례(ScienceDirect, L2).
국토정보플랫폼·브이월드(V-World)·공공데이터포털(지역난방·열원)·건축물대장 — K-STE Index 산출 데이터 원천.
※ 인용 수치(저장효율·COP·설치 규모)는 해외 실증·연구 기반(L2)으로 관할·연도·개별 부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며 발행일(2026. 07. 19) 기준입니다. 실제 지중 열저장 판단은 지질·에너지 전문가 확인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