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 한 도시에서 버스터미널이 문을 닫을 때, 우리는 그것을 '교통의 후퇴'로 읽습니다. 그러나 20년간 공간을 분석해 온 현장의 시각에서 보면, 쇠퇴한 터미널은 후퇴가 아니라 도심 한복판에 남겨진 거점입니다. 국내 시외버스터미널은 2018년 326곳에서 295곳으로 6년 새 31곳이 사라졌고, 최근 7년간 경영악화로 폐업한 곳만 37개소에 달합니다(문화일보, 2024). 군(郡) 지역 터미널 157곳 가운데 152곳(96.8%)이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있어 추가 폐쇄가 예고돼 있습니다(뉴시스, 2025). 같은 시점, 바다 건너 일본은 흩어진 19개 버스정류장을 하나로 통합한 '바스타 신주쿠'로 하루 3.8만 명을 처리합니다. 본 칼럼은 쇠퇴한 버스터미널을 '적자 시설'이 아니라 '도심의 마지막 대형 거점 자산'으로 재정의하고, 이를 정량화·전략화하는 한국형 K-BTR(Bus Terminal Repositioning) Index 5단계 프레임을 제안합니다.

31곳6년새 폐업한 시외버스터미널 (326→295곳)
39.6%일평균 이용객 감소 (2019년 대비)
152/157소멸위험지역 내 군지역 터미널
36.3만㎡동서울터미널 복합개발 연면적

문제 제기 — 터미널은 '적자 시설'이 아니라 '도심의 마지막 평탄 거점'이다

버스터미널의 본질적 가치는 승하차 기능에 있지 않습니다. 터미널은 도시가 형성될 때 가장 접근성이 좋고, 가장 넓으며, 도로·상하수도·대중교통이 집결하는 중심지에 입지합니다. 다시 말해 터미널 부지는 도심에 남은 희소한 대형 평탄지이자 교통 결절점(node)입니다. 그럼에도 시장은 터미널을 '돈 안 되는 적자 시설'로 분류합니다.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매표 수수료가 요금의 약 10%에 불과해, 이용객이 줄면 곧바로 적자로 전환되는 구조 때문입니다(강원일보, 2025).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입지의 결함이 아니라 용도 설계의 부재에 기인합니다.

쇠퇴의 속도는 가파릅니다. 일평균 터미널 이용객은 2017년 46만 1,170명에서 2021년 21만 4,363명으로 급감했고, 2019년과 비교해도 39.6% 줄었습니다. 운행 노선 수 역시 2019년 22,387개에서 2024년 15,254개로 31.9% 감소했습니다(문화일보, 2024). 승용차 보급과 KTX·SRT 등 대체 교통수단의 확대, 인구감소가 겹친 결과입니다. 그러나 바로 그 자리에 남은 대형 부지는, 활용 설계만 바뀌면 도심에서 가장 강력한 복합개발 거점으로 되살아날 수 있습니다.

이론적 배경 — '교통 결절점의 옵션가치'와 TOD·공익-수익 균형

제도적 프레임워크의 관점에서 터미널 부지를 해석하면, 핵심 개념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는 대중교통중심개발(TOD, Transit-Oriented Development)입니다. 도시계획 이론에서 교통 결절점은 보행·환승·상업·주거가 고밀도로 집약될 때 가장 높은 토지 효율을 발휘합니다. 터미널은 이미 결절점이므로, 환승 기능을 유지한 채 상부를 복합화하면 단일 교통시설 대비 토지가치가 비약적으로 상승합니다. 둘째는 옵션가치(option value)입니다. 도심의 대형 부지는 즉시 매각해 현금화하기보다, 공익(교통복지)과 수익(부동산 개발)을 결합할 권리를 보유하는 것 자체가 자산입니다.

관건은 공익과 수익의 균형입니다. 터미널을 단순 매각해 주거단지로만 바꾸면 단기 개발이익은 크지만, 지역의 교통 보루가 영구히 사라집니다. 반대로 적자만 메우며 방치하면 도심 거점이 슬럼화됩니다. 장기적 자산가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정답은 '터미널 기능을 지하·저층에 존치한 복합개발'이라는 제3의 길입니다. 이 균형을 설계하는 역량이 곧 터미널 재생의 핵심 경쟁력입니다.

글로벌 사례 — 일본의 '통합 복합화'와 미국의 '수익화 매각'

일본은 '통합 복합화'의 모범을 보여줍니다. 2016년 4월 개장한 바스타 신주쿠(Busta Shinjuku)는 신주쿠역 주변에 흩어져 있던 19개 고속버스 정류장을 하나로 통합한 일본 최대의 복합 버스터미널입니다. 신주쿠역·NEWoMan 상업시설과 일체화된 4층 복합건물로, 15개 승강장에서 118개 사업자의 207개 노선을 운영하며 하루 3만 8,000명을 처리하고 39개 현 300개 도시를 연결합니다. JR동일본과의 민관 협력으로 '철도역+버스터미널+택시+상업'을 한 건물에 수직 집약한, TOD 복합화의 교과서적 사례입니다.

반면 미국은 '수익화 매각'의 명암을 드러냅니다. 2022년 12월 퍼스트그룹은 그레이하운드 터미널 33곳을 헤지펀드(Alden Global Capital) 부동산 부문 트웬티레이크에 1억 4,000만 달러에 매각했습니다(Bisnow, 2024). 도심 한복판의 터미널 부지는 곧바로 고층 주거 개발 대상이 됐는데, 시카고 터미널은 최고 450피트·1,145세대 2개 동 주거단지 후보로, 내슈빌 부지는 1,455만 달러에 팔렸습니다. 입지가치는 실현됐지만 도심 시외버스 접근성이 외곽으로 밀려나는 '교통 접근성의 사유화' 논란을 함께 남겼습니다.

구분일본 바스타 신주쿠미국 그레이하운드시사점
접근 방식흩어진 19개 통합 복합화33개 터미널 일괄 매각존치 vs 매각
주체민관 협력(JR동일본)헤지펀드 부동산 부문공공성 강도 차이
결과교통+상업 거점 강화주거 개발·접근성 후퇴공익-수익 균형
처리 규모하루 3.8만 명·207노선1.4억$ 매각거점 가치 입증

국내 현황 — 매각형·존치형·생활SOC형의 분화

국내 사례는 세 갈래로 분화하고 있습니다. 첫째, 대형 도심 터미널은 '존치형 복합개발'로 갑니다. 38년 된 동서울터미널은 지하 7층~지상 39층, 연면적 36.3만㎡ 규모로 터미널 기능을 지하에 넣고 지상을 업무·판매·문화 복합시설로 전환하며, 2026년 말 착공해 2031년 완료를 목표로 합니다(서울시, 2024). 둘째, 초고가 부지는 '수익형 재개발'로 갑니다. 49년 된 서울고속버스터미널(반포) 부지 14만 6,260㎡는 최고 60층 주상복합으로, 터미널·주차장을 지하에 두고 지상에 주거·문화시설을 올리는 사전협상이 진행 중입니다(국민일보).

셋째, 지방 노후 터미널은 '생활SOC형 재생'으로 갑니다. 1972년 준공된 경북 청도 공용버스터미널은 버스환승 기능을 유지하면서 주민소통공간·생활체육시설·공용주차장(185면)을 더한 생활SOC로 재건축됐습니다. 시장의 비대칭 정보를 활용하는 전략의 관점에서 보면, 바로 이 '지방 노후 터미널'이야말로 기획형 사업자와 공공이 가장 낮은 진입비용으로 확보 가능한 도심 거점입니다. 핵심은 '어떤 터미널을, 어떤 유형으로 재생할 것인가'를 정량적으로 선별하는 기준입니다.

용유미 CSO 인사이트 — 한국형 K-BTR Index 5단계 도시재생 전략

CSO Strategic Insight

20년간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보면, 버스터미널은 '적자 시설'이 아니라 '도심에 마지막 남은 대형 교통 결절점'입니다. 바스타 신주쿠가 증명한 비결은 우월한 입지가 아니라 '교통을 존치한 복합화'라는 우월한 재생 설계였습니다. 저는 쇠퇴 터미널의 자산 잠재력을 정량 식별하고 전략화하는 K-BTR(Bus Terminal Repositioning) Index를 다음 5단계로 제안합니다.

1단계 — 거점·결절점 스크리닝(Node Screening). 후보 터미널의 도심 접근성, 부지 면적, 철도·지하철 연계, 배후 인구·소멸위험 등급을 점수화합니다. 결절점 가치가 살아 있는 터미널은 '존치형 복합화' 후보로, 결절성이 약해진 터미널은 '생활SOC·매각' 후보로 분류합니다.

2단계 — 재생 유형 분기(Type Routing). 대형 도심형은 존치형 복합개발, 초고가 부지는 수익형 재개발(터미널 지하 존치), 지방 노후형은 생활SOC형으로 분기합니다. 한 가지 모델을 모든 터미널에 강요하지 않는 것이 1차 원칙입니다.

3단계 — 교통 존치 설계(Transit Retention). 어떤 유형이든 환승·정류 기능을 지하·저층에 존치해 교통복지를 지킵니다. 미국 그레이하운드식 전면 매각이 남긴 '접근성의 사유화'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공공성의 핵심입니다.

4단계 — 복합 용도 적층(Vertical Mix). 터미널 상부에 업무·상업·주거·문화·생활SOC를 수직 집약해 단일 교통시설 대비 토지가치를 극대화합니다. 바스타 신주쿠처럼 상업·환승의 시너지를 설계하는 것이 동력입니다.

5단계 — 저탄소·생활인구 정합(Green & Population Fit). 재생 터미널을 제로에너지·재생에너지로 전환해 운영비를 낮추고, UAM 버티포트·수요응답형 교통(DRT)·생활물류 허브와 결합해 미래 모빌리티 거점으로 재설정합니다. 정주인구가 줄어도 환승·생활 수요로 거점을 재정의하면 유휴 터미널은 다시 현금흐름을 만듭니다.

요컨대 버스터미널 문제의 다음 사이클은 '적자를 어떻게 메우는가'가 아니라 '도심 거점을 어떻게 복합화하는가'의 게임입니다. 적자라는 단기 회계 숫자에 매달려 터미널을 통째로 매각하는 순간, 도시의 마지막 대형 결절점이라는 회수 불가능한 자산을 잃습니다. 이 구조적 변화를 주시해야 합니다. 도심 공실 셀프스토리지 유휴공간 수익화 전략미활용 폐교 유휴부지 재생 전략, 그리고 CSO 도시재생 리포지셔닝 컨설팅에서 K-BTR 프레임의 실무 적용을 이어가겠습니다.

참고문헌 및 출처

· 문화일보 (2024). "6년새 문닫은 시외버스터미널 31곳…지역소멸 가속화"(326→295곳, 폐업 37개소, 노선 22,387→15,254개, 이용객 2019년比 39.6%↓).

· 뉴시스 (2025. 4. 2). "지방 버스터미널, 인구감소 타격…통폐합·공영화 추진되나"(군지역 157곳 중 152곳 소멸위험).

· 강원일보 (2025). "이용객 하루 20명도 안돼…경영난에 사라지는 버스터미널"(매표 수수료 요금의 약 10%).

· Shinjuku Station / Wikipedia (2016~). 「Busta Shinjuku — 19개 정류장 통합·15승강장·207노선·일 3.8만 명」.

· Bisnow (2024). "The Last Stop for America's Bus Terminals"; The Real Deal (2024). 그레이하운드 33개 터미널 1.4억$ 매각(Twenty Lake Holdings).

· 서울시(2024)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지하7~지상39층·36.3만㎡); 국민일보 서울고속버스터미널 60층 재개발; 경북 청도 공용버스터미널 생활SOC 재건축(주차 185면).

* 본 칼럼은 공개 통계·보도자료에 기반한 전략 분석이며, 특정 부동산·금융 상품의 투자 권유나 수익 보장을 목적으로 하지 않습니다. 일부 수치는 발표 시점·집계 기준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