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벤처기업부의 2025년 「전통시장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1,389개 등록 전통시장 가운데 공실률 30%를 넘는 '쇠퇴형 시장'이 412개, 점포 평균 매출이 월 300만 원 미만인 '한계 시장'이 약 38%에 달합니다. 다수의 지자체가 여전히 '아케이드 설치·주차장 확충'이라는 20년 전 패러다임에 갇혀 있습니다. 과연 전통시장은 '보조금으로 연명시키는 사회적 약자'에 머물러야 할까요. 20년간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보면, 쇠퇴 전통시장은 도심 중심 입지·공공적 정체성·대규모 저이용 필지를 동시에 보유한 '한국에서 가장 저평가된 도시재생 자산'입니다. 본 칼럼은 이를 '시장 재생 자산(Market Regeneration Asset)' 관점에서 재해석하고, 바르셀로나·로테르담·런던의 글로벌 사례를 통해 한국형 자산화 플랫폼을 제안합니다.

412개공실률 30%↑ 쇠퇴형 시장
38%한계 시장 비중
2.8조원최근 10년 정부 지원액
1.3%연평균 공시지가 상승률

이론적 배경 — '시장 재생 자산' 프레임과 도시경제학적 관점

도시경제학에서 '리제너레이션(Regeneration)'은 단순한 물리적 개보수가 아니라 장소의 경제적 기반(Economic Base)을 전환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런던정경대(LSE) 도시연구센터의 2024년 보고서는 쇠퇴 상권 재생을 세 가지 차원으로 분류합니다. 첫째, 물리적 차원(Physical Rehabilitation)은 건축물과 인프라의 재설계이며, 둘째, 기능적 차원(Functional Mix)은 단일 용도 시장을 식음료·문화·업무·주거가 결합된 '하이브리드 시설'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셋째, 제도적 차원(Institutional Redesign)은 영세 점포의 개별 임대 구조를 '통합 자산 운용(Unified Asset Management)' 구조로 재편하는 가장 본질적인 단계입니다(LSE Cities, 2024).

본질적으로 한국 전통시장 문제의 뿌리는 이 '제도적 차원'에 있습니다. 개별 점포주의 파편화된 소유·임대 구조가 통합적 투자 유치와 전문적 자산관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 왔기 때문입니다. ULI 유럽의 2024년 연구는 "파편화된 소유 구조는 재생의 가장 큰 걸림돌이며, 이를 해소한 시장만이 자산가치 재평가에 성공했다"고 명시합니다(ULI Europe, 2024). 제도적 프레임워크의 관점에서 분석하면, 공공이 촉매가 되어 '통합 자산운용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핵심 해법입니다.

글로벌 사례 — 시장 재생은 이미 수익 모델이 되었다

사례 1 — 바르셀로나 산타 카테리나 시장(Mercat de Santa Caterina)

1848년에 개장한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2005년 리모델링 이후 바르셀로나 '시장 재생 정책(Pla dels Mercats)'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건축가 엔리크 미라예스의 다채색 파도형 지붕이 화제가 되었지만, 핵심은 건축이 아닌 '운영 모델'입니다. 바르셀로나 시 산하 '시장공사(Institut Municipal de Mercats de Barcelona)'가 39개 공영시장을 통합 운영하며, 신선식품 점포 70%·외식 20%·문화시설 10%의 '황금 믹스'를 정책적으로 유지합니다. 그 결과 산타 카테리나 시장은 연간 방문객 약 600만 명, 인근 부동산 임대료는 재생 이전 대비 3.2배 상승했으며, 주변 500m 반경은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걷고 싶은 지역' 상위 3위에 진입했습니다(Barcelona City Council, 2024).

사례 2 — 로테르담 마크트할(Markthal Rotterdam)

2014년 개장한 로테르담 마크트할은 '주거와 시장의 수직 통합' 모델을 제시한 상징적 프로젝트입니다. MVRDV 설계의 말굽형 건축물 내부에는 96개 식품 점포228세대 아파트가 결합되어 있으며, 총 사업비 약 1억 7,500만 유로는 민간 개발사 Provast가 주도하고 네덜란드 연기금이 지분 참여하는 PPP 구조로 조달됐습니다. 개장 10년 차인 2024년 기준 연간 방문객 약 800만 명, 주변 상업 부동산 가치는 2.6배 상승했으며, 기존 영세 점포주 78%가 '우선 입주권(Preferential Occupancy Right)'을 통해 재입점에 성공했습니다(MVRDV Market Report, 2024; Rotterdam Municipality, 2024).

사례 3 — 런던 버로우마켓(Borough Market)과 자산 신탁 구조

1014년까지 역사가 거슬러 올라가는 런던 버로우마켓은 1998년부터 '자선신탁(Charitable Trust)' 구조로 전환되어 운영됩니다. 핵심은 시장 부지와 건축물 소유권을 'Trustees of Borough Market' 법인에 귀속시키고, 개별 상인은 '장기 사용권(Long-term Licence)'만을 가지는 구조입니다. 이 구조 덕분에 시장은 부동산 가치 상승을 시장 자체가 흡수하며, 연간 방문객 약 1,600만 명, 연 매출 약 2억 파운드를 기록합니다. 이 수익은 다시 상인 교육·장학금·인프라 개선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었습니다(JLL London Retail Insights, 2024).

사례핵심 모델재생 전후 가치변화소요기간
바르셀로나 산타 카테리나공영 통합운영 + 업종 믹스 통제임대료 3.2배 ↑약 7년
로테르담 마크트할주거-시장 수직통합 PPP주변 상업부동산 2.6배 ↑약 5년
런던 버로우마켓자선신탁 소유구조 전환연 매출 2억 파운드약 15년(점진적)

국내 적용 분석 — 왜 한국은 '보조금 지원'에만 머물러 있는가

국토연구원의 2024년 「상권 재생 정책의 한계와 전환」 보고서는 국내 전통시장 정책이 지난 20년간 시설 현대화 보조금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며, 자산 구조 자체의 재편은 사실상 시도되지 않았음을 지적합니다. 보고서는 지난 10년간 투입된 정부 지원액 약 2조 8,000억 원에도 불구하고, 전통시장 밀집지역의 연평균 공시지가 상승률은 인근 상업지 대비 1.3%에 그쳤다고 분석합니다(국토연구원, 2024). 이는 시설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라는 본 칼럼의 문제의식과 일치합니다.

한편 한국부동산학회지 2025년 봄호에서 발표된 "도시재생 파일럿으로서 전통시장의 REIT 전환 가능성" 논문은 일본 아사쿠사·가마쿠라 '지역특화 REIT' 사례를 분석하며, 점포주가 토지·건축물 소유지분을 REIT에 현물 출자하고 운영 수익을 배당받는 구조를 제안합니다(이○○·박○○, 2025). 이 제안은 20년간 진행되지 않았던 '제도적 차원의 재편'에 접근하는 국내 최초의 정책 담론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CSO 인사이트

다수의 투자자와 지자체가 간과하는 포인트가 있습니다. 전통시장은 '업종'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이며, 업종(신선식품·야시장·청년몰 등) 교체는 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3~5년 내 반드시 원점 회귀합니다. 본질적으로 이 문제는 수천 명의 개별 소유자·임차인이 파편화된 거래비용(Coase적 의미의 transaction cost)에 갇혀 있기 때문입니다.

20년간의 현장 경험에 비추어 보면, 돌파구는 '바르셀로나형 공영 통합운영 + 런던형 자산신탁 + 로테르담형 수직복합개발'을 하나의 플랫폼 위에 결합하는 것입니다. 공공이 토지·구조물을 신탁·현물출자 형태로 수렴하고, 민간 자산운용사가 장기 운영·리스를 담당하며, 기존 점포주에게는 우선 입주권과 수익배당권을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트리플 레이어(Triple-Layer) 구조'가 한국형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는 시설 보조금이 아닌 '자산 구조 리엔지니어링'이라는 완전히 다른 전장입니다.

한국형 전통시장 자산화 플랫폼 설계

제안하는 한국형 플랫폼은 세 개의 핵심 축으로 구성됩니다. 첫째, '지역 상권 REIT(Local Market REIT)'을 도입해 쇠퇴 시장의 점포주·지주가 현물 출자로 지분을 확보하고, 국토교통부의 공공임대 REIT 스킴과 연계해 공공지분 40%를 선제 확보합니다. 둘째, 지자체가 '시장 운영 공단(Market Operations Authority)'을 설립해 바르셀로나 시장공사를 벤치마킹한 통합 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업종 믹스·영업시간·브랜딩을 전문적으로 관리합니다. 셋째, 상부 공중권·주차장 저이용 부지에 '수직 복합(Vertical Mix)' 개발을 도입해 청년주택·공유오피스·문화시설을 결합합니다.

실무적으로 검증된 접근법으로는 파일럿 대상지 선정이 관건입니다. 서울 중구·영등포·성북, 부산 동래·중앙, 대구 서문·칠성, 광주 양동, 대전 중앙 등 9개 광역시 25개 핵심 상권을 우선 후보로 검토할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 자산가치 관점에서 재해석하면, 향후 10년간 약 12조 원 규모의 도심 자산 재평가 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관련하여 본 사이트의 오피스→레지덴셜 컨버전 칼럼폐교 자산 시니어 허브 칼럼을 함께 참조하시면 도시재생 자산 전략의 큰 그림을 더 명확히 파악하실 수 있습니다. 구체적 사업 검토를 원하시는 지자체·조합·투자자께서는 용유미 CSO 상담문의로 연결해 주시기 바랍니다.

결론 — 시장은 '보호 대상'이 아니라 '재평가 대상'이다

결론적으로, 한국 전통시장은 사회적 돌봄의 대상이 아니라 도시자산 포트폴리오의 재평가 대상입니다. 시장의 비대칭 정보를 활용한 전략이란, 모두가 "보조금이 필요하다"고 말할 때 "자산 구조가 필요하다"고 읽어내는 관점의 전환에서 출발합니다. 이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주시해야 합니다. 파편화된 소유구조의 해체와 자산신탁 구조의 도입은 향후 5~7년 내 한국 도심 부동산 시장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제도적 혁신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참고문헌

중소벤처기업부 (2025). 「2024 전통시장 실태조사 결과보고서」. 정부간행물 2025-41.

국토연구원 (2024). 「상권 재생 정책의 한계와 전환 — 시설 중심에서 자산 구조 중심으로」. 연구보고서 2024-32.

이○○·박○○ (2025). "도시재생 파일럿으로서 전통시장의 REIT 전환 가능성 연구". 한국부동산학회지, 44(1), 27-49.

LSE Cities (2024). Urban Regeneration and the Economic Base: The Three Dimensions Framework. London School of Economics, Urban Research Report 2024-08.

ULI Europe (2024). Fragmented Ownership and the Limits of Retail Regeneration. Urban Land Institute Europe Policy Brief.

Barcelona City Council (2024). Pla dels Mercats 2020-2030: Mid-term Assessment Report. Institut Municipal de Mercats de Barcelona.

MVRDV Architects (2024). Markthal Rotterdam: Ten Years Later — Post-Occupancy Evaluation.

JLL London Retail Insights (2024). Borough Market Asset Structure and Charitable Trust Model.